싱가포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썼던, "싱가포르 생활의 장단점"을 이제는 업데이트할 시점이 되어 다시 한번 써 본다. 예전 글, 2020년에 썼던 글은 아래에 있다. 여전히 싱가포르 살기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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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은 섬나라라 좋은 점이 의외로 있다.
코비드 때는 정말 답답했다. 갈만한 곳이 정말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어디 가 봐야 거의 똑같은 풍경과 날씨를 경험할 뿐이었다. 하지만 코비드가 끝나고 보니 싱가포르가 작은 섬나라인 것이 장점 같다. 휴가를 가기로 맘먹었다면 아예 다른 나라로 가기 때문이다. 차로 건너가 조호바루만 가도 싱가포르와 약간은 다른 풍경을 맛볼 수 있고, 비행기로 2시간 안팎 갈 수 있는 동남아 관광지가 그야말로 널렸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어지간한 관광지는 모두 비행기 2시간 안팎이다. 게다가 창이 국제공항이 집에서 불과 20~30분 거리에 불과해 국제선 비행기 타러 가는 게 그렇게 귀찮은 일이 아니다.
2. 더 많이 오른 물가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가장 황당한 건, 2022년 초 대비 2023년 초 50~100%가 오른 렌트비. 보통 방 3개짜리 집을 얻는데 3~4천 싱가포르 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 최소 5~6천 싱가포르 달러 이상, 많게는 정말 100%가 올라 8천 싱가포르 달러를 줘야 방 3개짜리, 대략 30평 남짓 콘도를 구할 수 있다. 이 좁은 나라에서 택시/그랩 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시간에 따라 워낙 탄력적인 요금이라 딱 얼마다 할 수는 없지만, 요즘 많이 올랐다는 한국 택시비에 비교해서 최소 30%에서 50% 이상 비싸다. 나머지 생활 물가도 마찬가지. 대충 택시비 비싼 만큼 한국보다 비싸다. 여기에 환율이 오른 것도 한몫한다. 2020년 850원 안팎이었던 1 싱가포르 달러가 지금은 1000원에 육박한다. 한국대비 15%는 기본으로 물가가 비싼 셈.
3. 교육 여건
우리 아이들은 로컬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어, 국제학교 대비해서 비용적인 측면에서 큰 부담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소화해야 하는 양이 한국 대비 더 많은 게 문제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어 교육 때문이다. 언어 자체의 난이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수천 자의 한자를 외우고 써야 하는 건 분명히 아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이 때문에 학원도 보내고 있고, 개인과외도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각종 예체능을 시키다 보니 거의 매일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받는다. 물론 한국에서 교육을 받더라도 학원을 전전하는 건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3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건 좋은 점이라 보지만, 아이들은 정말 힘들다.
4. 직장 생활
예전보다 외국인이 직장 생활하기에 어려워졌다고 본다. 비자를 받는 조건이 일단 까다로워졌다. 특정 비자를 받기 위해 최소로 받아야 하는 급여가 올라, 고용주 입장에서는 외국인을 고용하기에 부담이 더 되게 되었다. 거기에 위에 언급한 대로 높은 물가 덕에 많은 외국인 직장인들이 고민하고 있다. 특히 렌트비가 오른 건 정말이지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 그 외에는 여전히 아시아를 경험하고 싶은 미국/유럽 출신 직장인에게는 기회의 땅이고, 한 국가를 벗어나 더 큰 아시아를 경험하고 싶은 아시아 출신 직장인에게도 좋은 일터다. 게다가 다른 나라 대비 낮은 소득세는 이런 고물가를 어느 정도는 상쇄해주기는 한다. 어지간한 직장인들은 10% 안팎의 세금을 부담할 뿐이니 세금이 높은 선진국 출신에게는 매우 매력적이다.
5. 의외로 느껴지는 문화 차이
대체로 한국인으로 싱가포르에 살면서 어려운 점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다른 나라니 문화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대체로 지시/명령을 잘 따르고 대체로 예외적인 상황이 생길 때 반드시 윗사람에게 보고 하고 결정을 기다린다. 알아서 적극적으로 일하기보다 문제가 없이 일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직원도 마찬가지. 어쩔 땐 뭘 이런 걸 다 물어보나 싶은 걸 물어보고 내 결정을 기다린다. 때문에 싱가포르 사람들은 금고 자물쇠를 맡겨도 훔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때문에 Accounting이나 Compliance 쪽으로 꽤 발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한 Accounting 회사와 일하고 있지는데, 일 처리가 대체로 매우 꼼꼼하다. 이런 문화 차이는 대체로 뭐가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고, 한국 사람이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느끼는 차이보다야 훨씬 적지만, 그래도 차이가 있다는 점 정도를 언급하고 싶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싱가포르가 아주 매력적인 주거지다. 너무 편하게, 특히 동남아 국가는 얼마든지 방문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일본을 2박 3일로 가는 것처럼 2박 3일로 방콕 가는 일정이 그리 무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물가는 너무너무 비싸다. 그 덕분에 한국 물가가 싸게 느껴지는 건 장점이라 봐야 할까? 그 외 교육 여건이나 직장생활, 그리고 문화 등을 생각해 보면, 그래도 한국 사람이 해외 생활을 하기에 가장 좋은 2~3개 나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