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의 장단점 2023년에 이어서 이번에는 싱가포르와 한국 간의 사소한 차이에 대해 2023년 기준으로 써보려 한다. 예전 글은 아래 링크 참조.
https://brunch.co.kr/@kkamjakga/215
1. 운전할 때
대체로 한국보다 싱가포르는 도로에 훨씬 여유가 있다. 그 유명한 COE 제도 덕분에 교통 체증도 그다지 없는 편. 그럼에도 운전하다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차선을 바꿀 때다. 한국은 무리하게 끼어들면 경적을 울릴지언정 대체로 뒤차가 양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그럴 경우 이래도 되나 싶게 경적도 울리지 않고 뒤차가 그냥 밀어붙여 버린다. 이는 싱가포르 사람의 정신세계를 조금 이해하면 이유가 보인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대체로 내 권리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즉, 내가 가고 있는 길, 내 권리를 앞차가 침범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보가 없다. 보행자가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널 경우도 마찬가지. 차가 사람 앞에 정지할 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빨간불에는 차가 지나갈 권리가 있기 때문에 그냥 밀어붙인다. 그러다 사고가 정말 나는 경우가 있다. 보험도 한국처럼 보행자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하면 큰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특히 여행자는 조심해야 한다.
2. 직장 생활
싱가포르 사람들은 대체로 규칙과 지시에 잘 따르는 편이다. 전에도 한 번 언급한 바 있는데, 절대로 알아서 무엇인가를 진행하는 법이 잘 없다. 일을 하다 조금이라도 규칙에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그 지시를 따른다. 뭘 이런 것까지 물어보나 싶은 사소한 것도 물어보고 확인을 받고 난 다음에야 일을 진행한다. 한국인 상사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도 있는데, 또 그만큼 이 친구들을 믿을 수 있다고도 볼 수도 있다. 사고를 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금전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스스럼이 없다. 요즘 한국도 돈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편이지만, 싱가포르 사람만큼은 아닐 것이다. 잡 구하기가 한국보다 수월해 그런지 여러 오퍼를 가지고 비교하는 건 기본이고, 오기로 마음먹더라도 한두 번 정도 협상을 요청하는 건 아주 다반사다.
3. 생각보다 낮은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
인구가 적어 그런지 디지털 인프라가 잘 되어있다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인터넷 속도는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많이 느리다. 또 조금만 숲으로 들어가도 인터넷이 안 되는 곳도 꽤 된다. 꽤 많은 시스템이 디지털화되어 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가 많이 있다. 아직도 수표로 대금을 지불하고, 환불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 같으면 1초면 가능할 대금 지불과 환불이 몇 주 걸리는 건 기본. 은행끼리 송금은 당연히 가능하지만, 다른 은행 ATM기에서 현금을 찾아 쓸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정부 관련 서비스는 상당히 많이 디지털화가 되어 있다. 싱패스와 같은 개인 인증서로 상당히 많은 정부/은행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그 한 예다. 편한 것도 있다. 한국처럼 결제할 때 사용하는 공인인증서 제도가 없어서 인터넷 결제가 상당히 간편한 편이다. 애플 페이도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4.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각종 서비스
싱가포르 제1위 통신사는 싱텔이다. 최근에 몇 번이나 고객서비스 센터에 전화해서 따진 일이 있었다. 싱텔 잘못으로 해외 로밍 데이터가 1000불이나 청구가 되었다. 앱에서 로밍을 신청했는데, 신청이 되지 않아 상담원을 통해 신청을 했다. 그럼에도 신청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싱텔 시스템 상에서 데이터 로밍이 되지 않는 것으로 잡혀 1000불이나 청구가 됐던 것. 전화를 하니 확인을 한 후 모두 감면을 해주긴 했는데, 30분 넘게 시간을 허비해야 했던 일이었다. 더 황당한 건 그다음 달이었다. 또 1000불이 청구가 된 것. 알고 보니 총 2000불이 청구가 됐는데, 한 달 청구 한도 1000불이 넘어 나머지 1000불이 그다음 달에 청구가 된 것이다. 정말 황당했다. 딱 그때 일만 하고, 그 어느 누구도 내 요금에 대해 검토를 하지 않았던 것. 물론 감면을 또 받긴 했지만, 또 30분 넘게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이 외에도 몇 번 비슷한 일이 있었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게 확실하다.
이제 3년이 넘게 살다 보니, 이런 사소한 차이점이 이제는 전처럼 힘들지는 않다. 오히려 한국에 가면 낯섦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차량으로 인한 차량 정체가 약간은 힘들고, 인터넷이 빠른 건 이젠 좀 신기하다. 한국에서 누리는 정확하고 편리한 서비스가 정말 감사하게 느껴진다. 가끔이지만 한국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