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한동안 산부인과 수술을 가지고 고민했었다. 한국과 싱가포르 양쪽에서 진료를 다 받으면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 수술하느냐다. 당연히 한국에서 수술받는 것이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3~4주 이상 한국에 체류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려 싱가포르에서 수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회복이 빠른 복강경 수술이라 2~3일 뒤면 퇴원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집을 나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수술 다음 날부터 와이프가 꽤 심한 복통을 겪었다. 복강경 수술 시 복부에 주입하는 가스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복통이 며칠이 지나도 가시지 않자 담당 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자고 한 후, 이상한 점이 있다며 CT를 다시 찍었다. 그 결과 소장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는 것. 때문에 개복을 해 그 구멍을 꿰매어야 할 거라 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부랴부랴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개복 수술이든 아니든 빠르게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 이 소견을 받자마자 수술을 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던 일. 그냥 너무 속상해서 수술실로 가는 와이프를 보니 눈물이 절로 흘렀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와이프를 얼굴을 봐도 마찬가지. 순간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었다.
사실 몇 년 전 아이 때문에 응급실에 간 적도 여러 번이고, 한 번은 애가 병원 응급실에서 처치 중 숨을 쉬지 않아 기도 삽관을 한 적도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어도, 눈물이 마구 흐르지는 않았는데, 와이프가 이런 일을 겪으니 또 다른 기분이었다. 속상하고 속상하고 또 속상한 기분. 검색을 해보고 외과 전문의인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일이 간혹 벌어진다고는 하는데 그 확률이 고작 0.2%. 나중에 집도한 의사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20~30년 경력 중 처음 겪는 케이스라고 한다.
사실 비용 걱정도 됐다. 원래 계획한 수술 비용만 대략 2만 5천 싱가포르 달러. 이런 수술을 한 번 더 받았고, 병실도 일주일 이상 더 사용하니 한국과 비교하면 비용이 천문학적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처음 집도한 수술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건 의사도 인정했던 거라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해외에서 처음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니 걱정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예상대로 우리는 신경 쓸 게 없다면서, 병원 측에서 보험사와 알아서 비용을 정리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이제 긴 입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게 되어 일단 다행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잘 먹고 잘 쉬고 시간이 지나면 치유가 되고, 또 이 기억도 희미해질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몇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첫째, 결혼한 지 19년째, 내가 느끼고 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와이프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 안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속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째,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겪을 때는 늘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더더군다나 내가 살던 나라가 아닌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니 두려웠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는데, 리스크가 없는 수술은 없다는 것이다. 의료인을 믿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수술 중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마도 앞으로 가족이든 지인이든 아무리 작은 수술을 받는다 해도 진심으로 빠른 시일 내에 쾌차하길 기원할 거 같다.
글을 맺기 앞서, 바쁜 와중에도 와이프의 쾌유를 빌어주면서 의학적 소견 역시 전달해 준 선후배, 지인들에게 고맙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훨씬 더 힘들게 지난 2주를 보냈을 거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