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대표 Oct 06. 2023

최근 싱가포르 생활의 단상

1. 싱가포르는 심심한 동네지만 안전하고, 국경 안에서는 재미없지만 국경만 넘으면 재미있는 곳이 많고, 덥지만 생각보다 덥지 않은 도시다. 최근 하노이 출장을 여러 번 갔는데, 하노이 여름이 싱가포르 여름보다 더 덥다. 싱가포르에서는 해를 피해 지붕 안으로 들어가면 견딜 만 한데, 하노이는 그늘에 들어가도 후덥지근하고 덥더라.



2. 싱가포르 산 지 4년이 되어 간다. 이제는 한국 모습이 나오는 영상을 보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싱가포르에는 없는 한국의 봄/가을/겨울 모습을 보면 낯설다. 올해는 겨울에도 한국에 간다. 몇 년 만에 맞이하는 한국 겨울이 두렵기도 하면서 기대된다.



3. 그 4년 간 아이들도 많이 컸다. 만 4살이 막 지나 온 쌍둥이들이 이젠 초등학교 2학년, 내년 1월이면 3학년이 된다. 기특하게 싱가포르 로컬학교에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애들 말로는 공부도 잘하고 있단다.  싱가포르 공교육이 엄격해 그런지 숙제는 알아서들 챙긴다.



4. 와이프는 최근 2번의 수술 이후 회복 중이다. 80프로 정도 컨디션이 올라왔는데, 여전히 운동을 하기엔 버거운 모양. 안 그래도 약한 사람인데 고생이다. 아마 정상 컨디션까지 가려면 몇 달은 더 걸리지 싶다. 이번 주 일요일은 모처럼 내가 싱가포르에 있는 날이라 내가 아이를 돌보고 와이프 혼자 시간을 보내게 시간을 주었다. 



5. 골프는 거의 못 쳤다. 최근 2달간 채를 잡아보지도 못했다. 정말 오랜만에 연습을 하러 갔는데, 그래도 드라이버는 맞드라. 스코어는 예전처럼 못 내겠지만, 당구처럼 잘 까먹지는 않는 모양인지, 아마 80대 중후반은 치겠지 싶다.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안정이 되면, 2~3일 라운드 하면서 지친 머리를 식히고 싶다.



6. 한동안 사주를 공부했었다. 신빙성을 떠나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치면, 해볼 만했다. 아직도 틈틈이 관련 영상을 찾아보는데,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7. 운동을 작년 말부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체중도 빠지면서 몸이 많이 슬림해졌다. 특히 배는 많이 들어갔다. 그렇다고 1인치 이상 허리가 줄어든 건 아닌데, 바지는 조금 헐렁해졌다. 그리고 배가 많이 부르면 몸을 움직이려는 습관이 들어 좋다.



8. 만 나이로 바뀌어서 다행이다. 한국 나이로는 내년 50세가 되는데, 50이라는 숫자가 매우 매우 낯설다. 늙으면 체취도 변한다더라. 자칫하면 안 좋은 냄새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 더 깔끔하게 씻고, 에센스, 수분크림, 선크림 신경 써 바르고 수염도 항상 깔끔하게 깎고 다닌다. 나이가 드니 젊을 때 보다 더 신경 써 단정하게 하려고 노력해야 그나마 봐줄 만하다.


9. 사는 게 나이 들수록 점점 힘듦을 느낀다. 내가 성장하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가진 책임도 커지고, 그에 따라 풀어야 할 숙제 난이도와 레벨은 더 많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었을 때처럼 문제 풀 시간을 많이 주지도 않는다. 시간의 압박감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예전과 비교할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아침 눈을 뜰 것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 세상은 쉽지 않지만 재미있을 때도 있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죽을 맛이지만 조금 떨어져서 보면 웃긴 면도 있고, 내가 살아온 인생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 그래서 또 다른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에 살면 생길 수 있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