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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May 27. 2021

사소한 차이, 싱가포르 vs 한국

싱가포르에 1년 넘게 살다 보니 당연하지만 몇 가지 한국과 다른 점이 보인다. 주로 생활 속에서 차이 나는 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집 구할 때


한국에만 있는 전세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도 차이가  크다. 렌트 계약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달랑  장인 전세/월세 계약서가 여기선 10페이지는 족히 넘어간다. 때문에 꽤나 상세한 내용을 담을  있다. 우리나라에선 관행적으로 하던 그런 것들을 모두 계약서에 기술해 뒀다고 보면 된다. 살다 보면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에 대한 책임 문제가 대표적이다.  들어 물이 새서 아랫집에 피해를 주는 것처럼  구조의 문제가 아닌  집에 생기는 모든 문제는 세입자가 책임지고 수리해야 한다. 이런 것을 마이너 리페어라 하는데 대략 150 ~ 200불까지는 세입자가  금액을 넘는 부분은 집주인이 부담한다. 때문에 수도꼭지나  문고리가 고장 나거나  전등이 나갔을  모두 세입자 부담으로 수리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것들은 150불이 넘지 않기 때문이다.


2불짜리 이 도구로 문고리 수리를 했다

핸디맨(Handy Man)


집수리를 내가 다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전문가 손이 필요할 때가 있다. 페인트를 다시 칠해야 한다든가 문고리가 아예 고장이 났을 때가 그렇다. 이런 걸 고쳐주는 사람을 핸디맨이라 부르는데 약간 황당한 경우가 있어서 이야기한다. 화장실 문고리가 조금 헐렁해서 자꾸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나서, 이곳저곳 고치러 온 핸디맨에게 그 문고리도 역시 봐달라 했다. 1분 정도 핸디맨이 이리저리 만지더니 기존보다는 삐걱 거리는 소리가 덜하게는 해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정산할 때 보니 1분 정도 봐준 걸 15불 정도를 청구한 게 아닌가?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더 황당했던 건 1분가량 이리저리 만진 게 고작 문고리를 드라이버와 같은 장비로 조이는 거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나서다. 그 돈을 받았으면 완전히 고쳐졌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얼마 뒤 다시 삐걱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니, 제대로 고치지도 않고 1만 원 넘게 받는 핸디맨의 뻔뻔함을 욕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한국 기술자 분이라면 ‘이거 다시 삐걱거릴 수 있으니 아예 교체하시든지 그냥 쓰셔야 할 거예요. 돈은 못 받겠네요’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걸 알고 나서는 문고리를 조이는 도구를 2불 정도를 주고 사서 내가 직접 조여봤다. 핸디맨이 한 거랑 같은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맑다가도 30분도 되지 않아 번개 구름이 몰려오는 일이 많다

골프장에서


싱가포르는 번개가 잦다. 이 때문에 비가 오지 않아도 골프장 반경 5킬로에 번개가 치고 있는 경우 골프장은 서스펜션 된다. 이때 골퍼들은 모두 필드에서 나와 안전한 곳으로 모두 대피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안전이 문제니 당연히 따라야 하지만 이다음이 문제다. 이럴 경우 번개가 그칠 때까지 기다려서 다시 치게 되면 다행인데, 번개가 그치지 않아 치지 못할 때가 문제다. 많은 싱가포르의 골프장이 이럴 경우 레인 첵(Rain Check)을 주지 않는다. Orchid Country Club 1번 홀 티샷을 하고, 서스펜션이 걸리는 바람에 10만 원을 넘게 내고도 더 이상 라운드를 하지 못한 바 있는데, 오늘 역시 내가 멤버로 있는 골프장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 신기한 건 이런 조치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어땠을까? 싱가포르 골프장처럼 했다가는 아마 난리가 나지 싶고, 어떻게든 손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을 거라 본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 골프장에는 레인 첵은 잘 없지만 내가 친 만큼 그린피를 내는 홀별 정산 제도가 있다.



싱가포르 운전 면허 시험 교과서


디지털? 아니, 아날로그


물론 싱가포르에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 온라인에서 해결이 가능하지만 한국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의 절차가 한국 대비 느리다. 그리고 아직도 우편으로 중요한 의사 통지가 오는 경우가 많다. 신용 카드 대금이나 공과금이 연체됐을 때도 우편으로 보내곤 한다. 그래서 최근에 치른 운전면허 필기시험 결과를 우편으로 일주일 뒤에 보내 준다는 말에는 더 놀라지도 않았다. 컴퓨터로 운전면허 시험을 보고 바로 결과를 안내해주는 제도를 운영하지만 종이 시험지로 시험 보는 것 역시 운영을 해서 그렇긴 하다. 꽤나 오래전 한국에서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볼 때를 생각해보면, 종이 시험지로 시험을 치르긴 했지만, 시험을 마친 지 30분도 되지 않아 합격/불합격을 알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어떻게 왜 이런 게 1주일이 걸리는지 한국인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사진 왼쪽에 콘도 관리실과 약간의 시설이 보인다.

느려, 정말 느려


아마 동남아시아 국가 중엔 가장 속도가 빠른 나라가 싱가포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가 보기엔 느려도 너무 느리다. 일단 우리나라 쿠팡 같은 서비스가 없다는 게 놀라웠다. 서울만 한 땅에 익일 배송이 안 되는 게 말이 되나?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배송 퀄리티를 보면 이해가 된다.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해 보면 오배송이 생각보다 많다는 데 한 번 놀란다. 그것도 빨라야 2일 뒤, 느리면 3~4일 뒤에나 보내주면서 이러니 더 놀랍다. 물건 한 두 개가 그냥 오지 않는 경우가 꽤 된다. 그래도 안 받았다고 하면 별도 확인 과정 없이 쿨하게 환불해 주긴 한다. 최근엔 콘도 주민 카드를 3개월 만에 받은 적도 있었다. 콘도 주민 카드라는 게 콘도 시설을 이용할 때 사용하는 카드인데 이름과 사진이 들어가는 게 전부다. 장당 15불씩이나 받는 것도 놀라운데, 신청하고 완전히 잊었을 무렵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고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급한 물건이 없게 온라인으로 미리미리 장보고 있고 핸디맨에 또 당하지 않게 어지간 한 집수리는 내가 하고 있다. 운전면허 시험 결과를 우편으로 보낸다는 데 내가 또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라운드 하다 서스펜션 걸리면 그저 기다리는 거고 때로 돈을 조금 날리더라도 그러려니 할 수밖엔 없는 거다. 40년 넘게 산 내 나라가 아닌데 다른 게 당연하고, 또 그냥 적응해 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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