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최고
싱가포르 살면서 한국과 다른 점 몇 가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이제 2달이 조금 넘었으니 싱가포르에 대한 첫인상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수준이 낮은 인터넷 쇼핑
국뽕이 아니라 역시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이 최고다. 이곳에도 인터넷 쇼핑몰이 몇 개 있는데, 실망스럽게도 주문하면 보통은 2~3일 후에 배송이다. 쿠팡처럼 당일 배송 같은 건 없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안 그래도 배송이 느린 인터넷 쇼핑몰 배송이 더 느려졌다.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려 하면 늘 Delivery slot이 다 차있다. 이 Delivery slot이 열릴 때를 기다려 어렵사리 주문을 해야 하니 배송이 느려지는 것은 물론 불편하다.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이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Delivery slot을 늘리려 노력했을 것 같은데, 배송이 가능한 만큼만 팔겠다는 식이라 참 다르다 싶다. 게다가 제품 구색도 그리 좋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쿠팡이니 11번가에 찾아보면 없는 게 없는데, 싱가포르 인터넷 쇼핑몰에는 뭔가 있긴 한데 좋은 물건 찾기는 어렵다. 헬퍼 선풍기를 사려고 최근 찾아보고 있는데 딱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인구가 작아 시장이 작으니 팔릴 물건만 가져다 놔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외국인에게만 비싼 교육비
물론 싱가포르인들에게는 공립학교도 있고 보조금도 받아 그리 부담되지 않는 모양이지만, 외국인인 우리에게는 정말 비싸다. 유치원도 보통 월 1500불 이상, 국제학교로 넘어가면 보통 연 3만 불이 보통이라니 어지간히 벌어서는 교육비 대기가 빡빡하다. 그리고 유치원이나 대부분의 학원에 한국에는 없는 등록비와 보증금이 있다. 그래서 월 1500불짜리 유치원을 보낸다 하더라도 늘 첫 달에는 보증금과 등록비까지 부담해야 해 실제로는 훨씬 더 큰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다고 사교육이 없는 게 아니다. 사교육을 많이 시키고 비용이 한국 못지않게 비싸다. 외국인에게는 이중 부담인 셈이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1달간 모든 유치원과 학교가 한국처럼 운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싱가포르인에게는 50% 감면을 해 준다는 발표를 정부가 했다. 그런데 외국인은? 외국인에게는 돈을 그대로 받는다. 때문에 월 1500불 이상을 내는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 외국인 학부모들은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다행히 (?) 우리는 저렴한 교회 유치원에 보내고 있어 속은 덜 쓰리지만,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을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외국인이 비싼 월세며 유치원비 감당하면서 이곳 경제에 보탬이 돼주고 있는데, 이건 좀 심하다 싶다.
계절이 없는 나라
적도 근처라 늘 27-32도를 유지한다. 건기 우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큰 차이가 없고, 심지어 낮의 길이도 일 년 내내 거의 같다. 해 뜨는 시각은 7시 남짓, 지는 시각도 오후 7시 남짓이다. 한국은 봄이 되면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피며, 해가 따갑기 시작해지는 5월이 되면 녹음이 짙어지는 등 계절의 변화가 있는데, 여기는 늘 푸르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가 불가능해 오히려 시간이 잘 흘러가는 느낌이다. 늘 덥고, 푸릇푸릇하며, 해 뜨는 시각과 지는 시각이 같으니 지루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장점도 있다. 일기예보를 볼 필요가 없다. 비가 오느냐 안 오느냐가 중요할 수도 있는데, 비가 시도 때도 없이 오다 보니 Shelter(인도 위에 설치된 지붕으로 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함)가 전철역 혹은 버스정류장에서 콘도까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지하철 타러 갈 때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고 갈 수 있어 우산을 사실 가지고 다닐 필요가 많지 않다.
비싸지만 평범한 의료 수준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는 바람에 병원에 대해 글을 쓸 기회가 있어 어느 정도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은 게 의료비다. 한국에서 새연이가 농가진으로 병원에 가 진료를 받고 낸 돈은 5백 원, 약을 타고 낸 돈은 3천 원이 되지 않았다. 조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이라 만 5세까지 자기 부담금이 10%에 불과해 그런 것도 있지만, 정말 싸다. 그런데 서은이가 같은 질병으로 이곳 병원에 가 낸 돈은 95불. 약 8만 원이다. 또 한 가지 이야기하면,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오른팔이 저려 어디를 가야 할까 하다 지인이 이곳에서 Chiropractic Clinic을 운영한다고 해 가보았다. 첫 방문에 상담하고 X-Ray를 찍기로 했는데 상담비는 별도로 X-Ray만 95불이었다. 치료비는 말할 것도 없다. 정말 엄청나다. 마지막으로 인구가 많지 않다 보니 의사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에 가면 이비인후과에 귀, 코, 목 전문의가 따로 있는데 반해 이곳에서는 꽤 큰 병원도 한 의사가 귀, 코 그리고 목을 다 같이 본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인구의 1/10 수준이니 임상 경험이 많지 않은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수술을 해야 한다거나 치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한국에 다녀오는 게 가격적으로도 당연히 저렴할뿐더러 제대로 치료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턱도 없이 비싼 자동차
현대 아반테를 사려면 8천만 원을 넘게 지불해야 하고, 내가 전에 타던 BMW 3 시리즈는 2억 원 정도 한다. 세상에!! 2억 원이면 우리나라에서는 갑부들의 차 벤츠 S클래스를 살 수 있다. 이렇게 엄청나게 자동차가 비싸다 보니 차도가 복잡하지 않고 여유가 있다. 다행히 전철이나 버스가 잘 되어있고, Grab이 잘 잡히기도 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내 차가 꼭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운전을 즐기는 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 그렇게 G80이 잘 나왔다던데, 차 때문이라도 싱가포르에 짧게 살고 다시 한국에 들어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칠 정도로 아쉽다.
그러나 좋은 점들도 있다
먼저 다양한 문화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여러 민족뿐만 아니라 종교도 공존한다. 공휴일을 보면 아는데, 중국인이 쇠는 음력설, 즉 Chinese New Year, 부활절과 성탄절 같은 그리스도교 명절, Hari Raya Pussa나 Hari Raya Haji와 같은 이슬람 명절도 공휴일이다. 그 외에도 힌두교 명절인 Deepavali나 불교 명절인 Vesak Day 역시 공휴일이다. 마지막으로 지리적 이점이다. 동남아 한가운데 있다 보니 여행이나 출장을 가기에 최적이다. 특히 주변 국가인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1~2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치안 수준이 좋다는 점이다. 특히 여자 아이를 키우기에는 싱가포르가 더 안전하다. 참고로 두 나라의 성범죄율을 찾아보니 2019년 기준 싱가포르 성범죄율이 한국의 1/5 수준이었다. 이곳의 법이 워낙 강력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딸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한국과 다른 점에 맞닥뜨리면 불편하고 불평이 저절로 나온다. 그런데 남의 나라 사는 데 어떻게 그렇게 편한 것만 있겠는가? 시간이 지나 이곳 생활에 더 적응을 하게 되면 별 일이 아닌 게 대부분이다. 다만, 혹시나 싱가포르에 들어올 계획이 있는 분들께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싱가포르와 한국 생활을 비교해 내 생각을 담아보았다. 결론은 그렇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나라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