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기 @싱가포르

feat. 사주팔자

by 정대표

십수 년 내에 환갑을 맞이한다는 걸 자각하고 나서는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이 많았던 10대 사춘기, 그리고 더 많은 생각을 했던 20대 방황의 시기. 30~40대 평온하게 사나 했더니 50세를 앞두고 오춘기를 겪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때문에 예전에도 관심을 가졌던 사주를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이제 어떤 결정을 하는 게 내게 더 확률이 높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주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흐름 정도를 ‘참고’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근 조금 볼 줄 안다는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내 사주를 풀어봤는데 대략 내 삶의 궤적이 나의 사주와 일치한다. 어릴 때 공부를 잘했던 것, 20대 중반에 학업을 더 이어가지 않을 결심을 한 것, 30~40대 괜찮은 직장에 몸을 담게 된 것, 모두 내 사주대로다. 30~40대가 흥미로운데, 기본적으로 자유분방한 성질을 가진 사람이라 틀에 맞춰야 하는 조직에서 하는 일이 내 성향과 맞지 않음에도 이때는 그걸 견딜 만한 기운이 들어왔던 것. 하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안정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조직에 몸을 담기보다 조직 밖에서 불규칙하지만 쏠쏠히 재물이 들어오는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직에 몸담아 일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나 스스로 답답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될 듯하다. 비로소 60세가 가까워져야 안정적으로 재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50대에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게 안정되기 시작하는 게 60대에 가까워져서라고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이것대로 살라는 법이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사주와 내 삶의 궤적이 대체로 일치한다는 건 지금까지 내가 내 팔자에 순응하면서 살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앞으로는 과거처럼 팔자에 순응하면서 살라는 법도 없으며,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내 삶이 엄청나게 바뀐다는 걸 잘 알기에, 이런 건 참고 정도로 해두는 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들여다 본건, 내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내가 만족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아주 조금이라도 미리 알고 싶었던 것.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어떤 결정이든 내리고 행동에 옮기는 게 더 좋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믿음도 내 사주를 풀어보면 나온다. 세상에!



오죽 답답하면 사주를 들여다볼까도 싶다. 30~40대는 정말 자신만만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백년 가까이 살아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오히려 주변 환경/상황에 나를 잘 포지셔닝하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이때 중요한 건 나다움이 뭔지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발견한 나다움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될 거라 믿는다.


예전에 집안 어른이 내 사주를 보시고 같은 말씀을 하셨다.


사주팔자로 미래를 알 수는 없어. 어떤 삶을 살 게 될지는 네가 한 번 살면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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