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가라사대, 불혹과 지천명

by 정대표

무려 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공자는 40대가 되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아 불혹이요, 50대가 되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 해서 지천명이라 말했다. 하지만, 성인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야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즐길거리가 넘쳐나니 한눈을 팔지 않을 재간은 내게는 없으며, 50세가 코앞이지만, 하늘의 뜻은커녕 하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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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란 뭘까? 세상 혹은 이 우주라고 정의해보려 한다면, 일단 우주의 크기부터 가늠해 봐야 한다.



호주국립대학의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우주에 있는 별의 총수는 7 곱하기 10의 22승 개라 한다. 즉 우주상에는 아침마다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태양과 같은 별이 7 다음에 0을 22개 붙이는 수만큼 있으며 이것은 7조 곱하기 1백억 개에 해당한다. 또 다르게 표현하면 이 수는 세계의 모든 해변과 사막에 있는 모래 알갱이의 수보다 10배나 많은 것이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에 일단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km이다. 이 거리는 빛으로도 8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이렇게 멀리 있는 태양과 같은 별이 지구상 모든 모래 알갱이 숫자보다 10배가 많다니, 대체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우주 속에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우주라는 거대한 것과 비교해 먼지티끌만도 못한 크기의 한 인간이 대체 어떤 하늘의 뜻을 안다고 했던 것일까?



공자가 이야기한 지천명은 아마도 이런 뜻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길게 봐도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체력과 정신이 있는 나이는 70대 중반까지이니, 50 세부터보면 25년이 남았을 뿐이다. 20대부터 달려온 시간이 이미 30년이니, 50대 이후는 인생의 후반전이라 봐도 무방. 후반전이 되면 전반전에 있던 일을 토대로 인생의 윤곽이 나오게 된다. 물론 드물게 대역전극이나 대역전패가 나오기도 하지만, 시간을 잡아둘 수는 없으니 어떤 일이라도 이룰 수 있는 20대와는 50대는 분명 다르다. 대역전극을 기대하기보다 내가 이룰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런 삶의 흐름을 알고 거기에 맞게 내 처신을 할 수 있게 되니 하늘의 뜻을 안다고 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대체 그 수많은 별 중 하나인 태양을 바라보며 사는 나는 어떤 존재인가. 비록 더 깊은 사유와 통찰을 할 지혜가 내게는 없지만, 아마도 앞으로는 이렇게 살 것 같다.



첫째, 의미가 없어 보이는 게 거의 확실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한 벌레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처럼 거대한 우주의 입장에서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둘째,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요즘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내 아이들이 웃을 때다. 아이들의 웃음을 가능한 많이 보려고 노력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해도 이런 의문을 지울 수 없다면 그냥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공자처럼 깨달음의 날이 올지도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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