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무렵만 해도 내 사업에 대한 열망이 크지 않았다. 누가 들으면 알만한 회사들을 다녔었고, 페이도 그런대로 괜찮았기에 큰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평탄하게 살기는 싫었는지 사업 개발 업무를 맡고 나서는 조금씩 그 열망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회사에 옮겨 B2B 세일즈를 하고 나니,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내 돈을 투자해 하기보다 ‘남의 돈’으로 사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 그 일을 하게 됐다. 크지 않은 회사 지사장을 맡아 지사를 세우고 은행 계좌를 만들고 자본금을 유치하고, 직원을 뽑고 사업을 키워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꿈꾸어오던 일을 하고 있는데 가슴 한편이 답답하다.
첫 번째, 대표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게 있다. 처음에는 척척 잘 맞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의견이 자꾸 엇갈린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던 적이 없다. 사실은 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대표와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게 나만은 아니니, 나보다는 다른 데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런 점이 불편하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거다.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것도 그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내가 하고 있는 아이템이 미래가 될 거라는 건 거의 확실하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너무 많은 장애물이 있다. 가격을 포함한 제품 경쟁력이 딸린다. 그렇다고 제품 경쟁력을 보완해 줄 세일즈/마케팅이 보여주는 힘도 약하다. 이제 회사가 세워진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제대로 된 조직이 갖춰지는 것도 요원하다. 게다가 경쟁사의 움직임도 매우 활발하다. 유력한 경쟁자만 해도 3~4개, 그 외에도 호시탐탐 이 시장을 노리는 경쟁자가 계속 진입하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대표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Authority가 없는 것도 내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유다. 어쨌든 월급을 받고 일하니 당연하다고도 볼 수는 있겠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서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무척 많다. 게다가 회사가 활력이 살짝 떨어져 그런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른 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때문에 무슨 일을 벌여도 일이 더디게 진행이 된다. 내가 경험했던 대기업보다도 더디게 일이 진행되니 답답할 따름.
이런 걸 쭉 관찰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회사를 꾸리고 조직을 꾸려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을 안 가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따라서 내가 사업을 꾸린다면 직원에게 배우려고 노력할 거 같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가지고 지시를 할 거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같이 가고 있다면, 세부적인 사항은 직원에게 맡기고 오히려 그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많이 직원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할 거다. 이를 통해 대표 혼자가 아니라 직원 전체가 이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고 있다는 걸 직원들에게 인지시켜 줄 거다. 마지막으로 믿을만한 직원에게는 가능한 많은 authority를 부여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거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직장은 거쳐가는 곳이다. 뼈를 묻게 할 수는 없으니 가능한 내 조직에서 성장하면서 기여를 하고,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내가 방금 이야기한 건, 아주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매우 매우 현실화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이라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