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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e Sam!

6년간 즐거웠어...

by 정대표

Sam은 나의 두 번째 차다. 첫 차는 SM7의 스포츠 모델 격인 XE 2.3이었다.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이아이와 함께 무려 9년간, 19만 킬로를 나와 함께 했다. 파란색 외장에 파란색 가죽 내장이 내 눈에는 아름다웠다. 이 아이와 전국 방방 곡곡을 다녔다. 출장이 많은 직업을 가진 주인 만난 죄로 부산으로 대구로, 광주로 이름도 없는 이 아이는 격무에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제는 외제차를 한 번 타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여러 브랜드를 알아보다 BMW 3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유행하던 디젤 모델은 진동과 소음이 거슬려 휘발유 모델로 마음이 기울었는데 옵션이 거의 없는 328i 기본 모델밖에 없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328i가 스포츠 모델로 단 2대가 수입이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흰색 BMW 328i 스포츠 모델, Sam을 만나게 되었다. 이 아이는 무려 제로백이 6초, 최고 시속 250km/h로 그 당시 가성비 깡패의 스포츠 세단이었다. 지금이야 제네시스 G70 3.3T에 가성비로는 비비지 못하지만 말이다.


Sam은 내게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밟으면 밟는 대로 차가 달렸다. 브레이크는 얼마나 잘 듣고, 코너링은 얼마나 완벽한지, 내가 왜 SM7을 그리 오래 탔는지 후회될 지경이었다. 비싼 차라, 외제차라 좋았던 것도 물론 ‘조~~ 금’ 있었지만, 그보다 그 성능이 너무 멋졌다. 좌회전 우회전할 때 그 경쾌한 코너링 느낌과 단단한 하체가 얼마나 좋은지. 50:50 비율에 왜 그렇게 BMW가 집착하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싱가포르로 출국하는 날이 정해지자 이렇게나 애정 하는 Sam의 시세를 중고차 딜러를 통해 알아보았다. 역시 차는 살 때는 좋은 데 보낼 땐 정 떼기 힘들고, 헐값이라 또 힘들다. 중고차 딜러 마진도 있고 하니 팔 때 가격, 이해는 되는데, 나와 함께한 세월 값을 생각하면 너무 쌌다. 이럴 바엔 지인에게 넘기고 싶어 동문 홈페이지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다행히도 동문 선배가 인수하시기로 하여, 고이 넘겨 드렸다. 애정이 깊었던 친구라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넘기고 싶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싱가포르 이주하기로 한 건 벌써 수개월이 되었다. 그러나 정말 가는 건 지 실감은 못했다. 6년간 동거 동락한(?) Sam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한국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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