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를 키우면서 고민되는 점
싱가포르 가게 되면 당분간은 전업 아빠가 되기로 하였다. 지금까지는 와이프나 이모와 같이 돌보았기 때문에 내가 힘들면 그들에게 맡기고 쉴 수도 있었지만, 싱가포르에 가면 와이프를 일터에 보내고 내가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만 4살이 넘은 쌍둥이를 돌보는 일은 돌도 안 된 쌍둥이를 돌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안심은 된다.
입주 이모가 없던 생후 100일까지는 우리 부부 모두 날밤 새는 일이 꽤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참 규칙적이었다. 2시간도 채 못 자고 일어나 밥 달라고 보채고, 조금 먹고 또 일어나 밥 달라고 보채고. 34주 차에 2킬로도 안 되는 미숙아로 나온 아이들이라 그런지 한 번에 분유 40ml 먹이는 것도 큰 일이었다. 인큐베이터에 1달 있었던 아이는 20ml도 겨우 먹었다. 어떤 아이들은 신생아 때도 밤에 6시간 자기도 한다는데, 우리 애들은 100일까지는 2시간 ~ 2시간 반 간격으로 하루 꼬박 9번을 먹었고, 6개월까지도 밤에 적어도 한두 번은 깨서 우유 달라고 보챘다. 간혹 산후도우미가 정리를 다 못해놓고 가는 날엔, 새벽에 10개도 넘는 우유병 닦고 삶고, 건조기 넣고, 했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난 아직도 젖병이 보기 싫다.
그러나 쌍둥이 육아가 힘든 건 이런 육체적인 것도 있지만 고민스러운 장면이 꽤 연출되기 때문인 것 같다.
가장 난감한 것 중 하나는 쌍둥이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본인들도 그렇지만 부모로서 난감할 때가 종종 생긴다. 아직도 떼쓰고 싶을 때는 엄마를 찾는다. 한 아이가 떼쓰면 다른 아이도 떼쓰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몸집이 작은 엄마는 둘을 다 보듬기는 어렵다. 아빠가 손을 내밀어 보지만 아빠는 싫단다. 늘 같이 있는 이모도 싫단다. 아이들은 울고, 엄마는 힘들고, 아빠는 속상하다.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을 풀어주고자 가끔 엄마는 서은이, 아빠는 새연이, 혹은 그 반대로도 둘만의 데이트를 해보곤 한다. 그러면 또, 늘 둘이 함께 다니는 아이들은 서로를 찾는다.
다음으로는 둘의 의견이 충돌할 때다. 쌍둥이들이 말을 못 할 시절엔 그것처럼 곤혹인 게 없었다. 예를 들어 서은이는 아빠랑 같이 호비를 보고 싶은데, 새연이는 아빠랑 같이 퍼즐 맞추기를 하고 싶다고 할 때다. ‘언니니까 양보해!’ 혹은 ‘동생이 언니 말 들어야지!’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만 4살이 넘어 서로 대화가 되기 시작하니 이제는 ‘둘이 상의해서 알려줘’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방법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육아 상담을 받아보니 의견 충돌이 생길 때는 가족만의 룰을 정해 두고 그 룰을 따르게 훈육하라 하던데, 그 룰을 무엇으로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는 중이다.
고민스럽다기보다 이제는 그만 보고 싶은 것도 있는데, 같은 옷을 주로 입는 아이들이 외출할 때, 쌍둥이인 걸 눈치채고 ‘누가 언니야?’라고 묻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언니 없어요~’라고 답한다. 끈질긴 어른은, ‘그럼 누가 동생이야?’라고 묻는다. 1분 차이에 언니 동생이 있는 게 난 싫다. 1분 차이로 언니 동생 해야 한다면 12월 생인 아이들에게 대부분의 유치원 친구들은 오빠나 언니가 된다. 쌍둥이 가졌을 때부터 우리 부부는 둘을 친구로 키우기로 했고, 이름도 돌림자를 쓰지 않았다. 누구 동생, 누구 언니가 아니라 그냥 서은이, 새연이로 키우고 싶었다. 누가 언니냐고 묻는 질문엔 정말이지 이젠 대답해주고 싶지 않다.
어찌 되었든 싱가포르 가면 7일 내내 같이 있게 되어 행복할 거 같으면서도 조금 걱정은 된다. 어쩌면 육아 스트레스를 받아 와이프가 오는 시간이 되면 둘을 다 와이프에 맡기고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기대가 크다. 와이프가 1년간 육아휴직을 했을 때, 고생하는 거 같아 미안하기도 했지만 부럽기도 했다. 쌍둥이와 늘 붙어 있을 수 있게 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겠지만, 부모와 자식 간 애착을 형성할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다음 달,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