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4분기 시작이다. 1년 간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내가 맡은 부분만 그런 건 아니다. 회사 전체도 결과가 좋다고 말하기 어렵고, 경쟁사 역시 마찬가지 모습이다. 이자율 상승에 따른 경기 둔화가 그 배경에 있을 것이고 제품군에 대한 신선도가 많이 떨어진 탓도 있을 거다. 이 두 가지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
다만 이 시점에서 내가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일을 해냈는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맡은 어느 시장도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 피상적으로만 접근한 것 같다. 분명 우리 제품을 원하는 시장은 보이는데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우리는 그 가격을 맞출 수 없으니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도 조금 더 자세히 시장을 나눠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제품을 활용할 곳은 다양하게 있다. 그러나 시장마다 우리 제품과 핏이 약간씩 맞지 않아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확한 시장분석과 수요 예측을 해야 이런 제품을 어디에 어떻게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내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일을 내가 할 수 있냐 없느냐를 떠나서 이럴 시도를 나뿐 아니라 회사 어디에서도 한 적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물론 스타트업이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노력을 한들 내 뜻대로 회사가 움직이기는 어렵다. 대표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는 게 대부분의 스타트업이니 어쩌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본다. 다만, 맡은 시장을 깊게 파고드는 노력은 해보려 한다. 최소한 시장 개척 전략이 나올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려 한다. 어느 나라나 경쟁사 저가 정책에 파고들 틈이 없어 보이고, 있는 마켓에서도 고전하는 지금 상황에서, 어떤 전략이 그나마 먹힐지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까지 한들 결과가 안 나올 수 있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패를 예단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으려 한다. 못할까 봐 실패할까 봐 한 걸음 더 내딛지 않는 짓은 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지금 하려는 일, 여전히 내게는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닥치고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