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떠올린 건 10년 전이지만, 실제로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 건 그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왜 진작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정도로 후회 아닌 후회를 느낀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매일 내가 정한 루틴에 따라 움직이는 삶이 생각보다 훨씬 즐겁다. 마치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해방감이다. 물론, 앞으로 여러 사람들과 협력하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겠지만, 적어도 내 스케줄을 내가 주도적으로 짤 수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의 매니저이자 보스이기 때문이다.
둘째, 모든 것이 가능하다. 신생회사인 덕분이다. 기존의 회사 시스템에 길들여진 나는 정해진 방식에 따라 일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 과정을 즐기고 있다. 매일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며 내 회사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일이 나를 설레게 한다.
셋째, 월급이 끊겨도 큰일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월급쟁이 시절엔 상상도 못 했던 평온함이다. 물론 그동안의 저축과 아내의 수입 덕분이지만, 돈을 아껴 쓰는 습관이 생긴 것도 긍정적 변화다. 이제는 돈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 직장인으로서 "아빠는 회사에 다녀"라고 말하던 때와 달리, 이제는 "아빠가 만든 회사야"라고 말할 수 있다. 아직은 아이들이 그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자신의 길을 선택할 때 내 경험이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20년간의 직장 생활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그 밑거름 위에 내 삶의 새로운 챕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남들이 보면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중년 창업이 오히려 내게는 가장 적절한 시기였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