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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창업 - 시드 펀딩 끝이 보인다

by 정대표

작년 말일 1차 투자금이 들어왔고, 이번 출장에서 계약을 한 기관에서 2차 투자금이 들어왔다. 이제 펀딩 목표 금액의 절반가량 채웠다. 2차 투자금이 들어온 날 3차로 투자할 기관에서 IR을 했고, 변수가 없는 건 아니나 별일 없는 한 2월 말이면 목표하던 금액을 모두 채우게 될 거로 보인다.



목표 금액을 채운다고 해도 내년 중반까지 사용할 자금의 전부가 모이게 되는 건 아니다. 각종 사업/연구 지원금을 추가로 받고, 기보나 신보에서 보증 대출을 받아둬야 만일의 일에 대비할 수 있다. 어찌 됐던, 목표하던 금액을 채우게 되었고, 한숨 돌리고 본격적인 사업을 할 기반을 마련하게 되어 표현을 잘 하지 않지만, 무척 기쁘다.



시드 라운드 돌면서 느낀 몇 가지 Reflection을 남겨 둔다.



시드 라운드를 도는 수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20개 가까이 접촉을 했고, 거의 대부분의 기관에서 거절당했다. 스타트업 펀딩을 하는 과정이 소개팅하고 비슷하다고 한다. 정말 그러했다. 뭐든 서로 맞는 구석이 있어야 일이 진행된다. 회사 경영진이 마음에 들던, 사업이 마음에 들던, 뭐든 맞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 회사 투자를 한 기관은 모두 나를 잘 아는, 그리고 나와 내 동료들에게 개인적 신뢰가 있는 곳이다.



사업 내용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시드부터 사업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인지를 살펴본다. 사실 시드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돈을 벌고 있을 리는 없으니 설득이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바로 위에 남겼듯이 사업 내용에서 설득 포인트를 찾기 보다 전반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많은 기관을 만나는 건 중요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관을 만나다 보니 이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 기술을 주로 보는 초기 투자 기관과, 시리즈 에이 혹은 비부터 보는 기관, 그리고 두루두루 보는 기관까지 다양하며, 운용하는 자금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여러 기관을 만나면서 어떤 식으로 기관에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넓어졌다.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시드 투자는 마무리되지만, 이제 사업은 시작이다. 통장에 투자금이 찍히고, 자금 여유가 생기니 마음이 살짝 놓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업은 이제 시작이다. 내가 세웠던 가설대로 일을 진행하고, 실제로 돈이 벌리는지 보고 싶다. 또 일을 혼자 할 수 없으니 좋은 사람을 더 모셔와야 한다. 이미 접촉을 하고 있는 인재들이 있지만, 설득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창업진을 꾸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는 게 직장을 다니던 내게는 모두 처음 겪는 일이지만, 어쩐지 모르겠지만, 이런 과정이 낯설지 않다. 하다 보면 될 거 같았고, 또 해보니 됐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만 흐른다면 정말 사업하기 잘 했다는 생각을 하고 또 할 듯하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만 될 리 없으니 그 어려움 또한 대비하는 마음이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사업을 시작하면서 내가 검증하고 싶었던 가설을 증명해 보고 싶다. 무엇보다 나 혼자가 아니라 좋은 사람과 같이 일을 해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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