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이 만 5년을 넘겨 ‘드디어(?)’ 3번의 시도만에 영주권, 즉 PR (Permanent Residence)이 나왔다. 2023년 10월에 신청했던 건이 2월 18일 승인되었고, 20일 새벽 통보를 받았다. 와이프가 먼저 확인했는지 아침 6시에 와츠앱으로 ‘PR Approved!!!’라는 문자를 내게 보냈다. 무려 16.5개월 만의 일이다
처음엔 기분이 이상했다. 올해 만 50이 되는 내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정착하게 된다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보통 이민은 30대, 늦어도 40대 초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싱가포르에 오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외국에 정착할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최근 창업을 했고, 싱가포르에도 법인을 내어 유지 중이기 때문에 내게 PR은 정말 많은 귀찮음, 불확실함을 단번에 없애주는 조커 같은 존재다. 따라서 마땅히 기뻐해야 할 일인데도 덤덤하니, 초반에는 묘한 기분이 들었었다.
하지만 승인 소식 듣고 1주일쯤 지나니 PR을 받으면서 누릴 수 있는 혜택들에 대해 현실감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내심 속으로는 기뻐하고 있었던 마음을 느꼈고, 또 창업의 불확실성을 상당히 줄여주는 조커의 존재 등장에 안도감도 느꼈다.
참고로, 싱가포르 영주권을 받는 건 한국인에게는 녹록지 않은 일이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왜 되는지 왜 안 되는지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젊은 고소득자가 더 잘 나온다, 아들이 있으면 잘 나온다 등의 소위 ‘썰’은 많지만, 그게 다 들어맞지가 않으니 지원자 입장에서는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그리고 기타 등 인종마다 쿼터를 둬 영주권을 내준다는 점이 변수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인종 비율이 낮은 한국인에게 문이 다른 인종 대비 좁다.
곧 새로운 신분증 신청/수령 등 나머지 행정 절차를 위해 싱가포르 이민국 역할을 하는 ICA(Immigration & Checkpoints Authority) 에 온 가족이 방문을 한다. 이후 영주권자가 받는 새 신분증을 받게 되면, 더욱더 실감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