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승인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필요 서류를 챙겨 이민국(ICA) 방문 예약을 잡는 일이었다. 출장 스케줄을 보니 아무래도 조정이 필요해 출장을 조금 미루고 ICA 방문 예약을 했다.
방문해서는 별게 없다. 가져간 서류 확인하고, 우리 가족의 얼굴 및 홍채 인식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 홍채 인식은 잘되지 않아 얼굴 인식만 진행됐다. 형식적으로나마 ‘이제 싱가포르에서 거주할 수 있다’는 담당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 절차가 끝났다. 이 절차가 끝나자 예전에 G로 시작하던 신분증 번호가 S로 바뀌었다. 이제는 새로운 NRIC(싱가포르 주민번호)가 새겨진 신분증을 받는 일이 남았다.
한국만큼 싱가포르도 전자 정부를 지향하는지라 어지간한 정부 기관에는 우리 가족 신상 정보가 새로운 신분증 번호로 업데이트가 된다. 은행의 경우는 여권 번호로 개설을 했던지라 업데이트가 필요 없었고, 다만 경찰청에 직접 방문해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이것도 와이프가 경찰청에 이메일을 보내자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를 해줬고, 우편으로도 새로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듯했다.
그리고 운영하는 회사에 영향이 있었다. 사업자 등록증과 등기부등본 역할을 하는 Biz Profile에 내 새로운 신분증 번호를 업데이트해야 했다. 회사로부터 최소로 받아야 하는 급여 제한, 나 같은 경우 월 10,500 SGD, 이 없어졌고, 한국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CPF와 한국 의료 보험에 해당하는 Medisave를 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나는 싱가포르에 정착을 하게 됐다는 기분이 들자 조금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됐고, 무엇보다 와이프가 심적 안정감을 얻어 다행이다. EP보다는 영주권자가 취업에 유리한 것도 있지만, 만약에 회사에서 해고가 되더라도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니 안정감을 가지게 되는 건 당연하다. 한국보다는 해고가 조금 더 흔한 일이다 보니 사업을 하는 남편을 둔 와이프로서는 당연히 불안감을 느낄만했다.
학비를 내는 우리 입장에서는 학비가 월 700 SGD씩 줄어드니 영주권 체감이 크지만 아이들은 똑같다. 영주권이 뭔지 알리 없다. 집에서 더 가까운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할 수도 있다는 것에는 반응이 있지만, 그것도 부모의 말을 따를 아이들이라 괜찮아 보인다.
이제 남은 건 아이들이 옮길 수 있는 학교를 알아보는 일이다. 지금 학교에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닌데 학교가 너무 구석에 위치해 인당 350 SGD나 주고 셔틀버스를 태워 보내야 하는 게 아깝다. 아이들이 꽤 컸으니 대중교통으로 보낼만한 학교를 주변에서 찾아보고 있다. 여기서 더 한발 나가면 집을 싱가포르에 사야 하냐는 고민을 하는 것인데, 내 사업이 안정이 돼야 가능한 일이라 분위기를 익히면서 두고 보려 한다.
이제 영주권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어 가니 내 개인적으로는 사업에 오롯이 더 집중하는 게 남았다. 한편으로는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운이 참 좋다는 생각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