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투자 관련 업무를 여전히 하면서도, 진입하려는 국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이제는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재미있는 건, 창업할 때 생각했던 내 아이디어는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각 국가별로 담당자들이 제시하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쪽은 소프트웨어만으로도 승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다른 한쪽은 하드웨어에 조금 더 방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라별로 GTM 전략, 즉 Go To Market 전략을 세울 때 단순히 고객이 어떠한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나라의 인프라 역시 고려해야 한다. 한 동남아 국가의 경우 도로망이 좋지 않아 하루에 고객 두 곳 방문하는 것도 벅차다. 이런 상황이라면 비즈니스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 B2B 비즈니스는 Face to Face 미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같이 협력할 파트너를 찾는 것도 문제다. 선진화된 국가의 경우 우리가 하려는 일과 유사한 일을 하는 파트너 회사가 이미 존재하지만, 개도국의 경우 그런 파트너의 수준이 낮고 전반적인 환경도 열악하다. 이 때문에 파트너를 찾는 일 자체가 어렵고, 비즈니스의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처음 시작은 정말 미약했다. 1~2주에 한 번 미팅을 해도 충분할 만큼 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우리가 집중하려는 시장에 가까워질수록, 해야 할 일은 구체화되고 고민할 거리도 많아진다. 더 가까이 갈수록, 분명 문제가 선명히 보이고 동시에 큰 비즈니스 기회도 함께 보인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있다. 결국 리소스가 충분치 않기에 하나에만 집중해서 결과를 빨리 내야 하는데, 이게 지금 가장 큰 숙제다. 모두 실행해보고 나서 정리할 것인가, 아니면 부족한 정보라도 최대한 모은 뒤 그중 실행할 하나를 고를 것인가?
힘들다. 싱가포르에 살면서 한국, 그리고 동남아 국가를 돌며 비즈니스를 하려니 그럴 법하지 싶다. 체력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제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니 정신적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이다. 잘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나름의 경험도 있고 정신적인 여유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상황이 오니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창업의 여정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고민과 도전이 있기에 더 성장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창업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