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1차 투자 완료 후, 2월 말 무난하게 A 기관으로부터 2차로 투자를 받아 무난히 목표 금액을 채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방향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2월 말, A 기관이 정부 지원 사업 운영사 선정 지연 문제로 3월 말이 지나서야 주금 납입까지 완료될 거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투자 의사는 확실하다는 말을 남기긴 했지만, 당연히 찜찜할 수밖에 없다.
투자 시점 지연 이야기를 들은 지 2주쯤 지나, A 기관으로부터 더 좋은 소식이 들렸다. 또 다른 B라는 기관이 공동 투자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전함과 동시에, B 기관이 초기 창업에 필요한 금융 서비스까지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그때가 3월 초, 이후 B 기관에서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를 받기 위해 3월 말까지 부지런히 사업계획서와 금융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협의했다. 그다음은 투자 차례였다. B 기관에 투자 검토를 위해 제공해야 할 정보는 훨씬 더 방대했다. 무려 5개년 예상 손익 계산서까지 제공해야 했다.
저번 주 투자 관련 모든 서류를 내고 나서 바로 며칠 전 B 기관에서 개최하는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발표를 했다. 7분 발표에 5분 질의응답. 물론 사전에 투자 검토를 하는 담당자가 정리를 해서 내부 심의를 거친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업 내용 모두를 전달하기에는 무척 짧은 시간인 건 분명했다. 그럼에도 발표는 순조로웠고, 약간은 까다로운 질문도 나왔지만 대답을 잘했다.
B 기관의 결과는 그다음 날 유선 통보가 되었다. 투자 승인이 완료되었다는 소식. 단 공동 투자가 조건이기에 A 기관이 주금 납입을 한 후 주금 납입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A기관의 IR은 2달 전 끝이 났었고, 자체 투심위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위해 담당자 방문이 있었다. 사실상 투자는 결정된 상태에서 절차를 밟는 중이고 5월 중순 경 계약서 날인과 주금 납입이 이뤄질 거라고 한다. 이렇게 드! 디! 어! 투자 마무리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한숨 돌렸다 싶었다. 창업 직후 작년 8~9월경부터 반년 이상 날 괴롭히던 혀가 저리고 아프기까지 한 '구강작렬감증후군'이 완화된 느낌이 거의 바로 들었다.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제는 사업을 더 고민할 차례다. 제품 개발 담당할 직원 2명과 회사 운영을 책임질 직원 1명을 채용해 제법 회사가, 회사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5월에는 제품 개발 담당 박사급 직원이 1명 들어오고, 7월이면 사업 개발을 할 직원 2명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창업자 3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우리 회사 소속이 된다. 창업 1년 만에 이 정도 팀구성이면 본격적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준비는 충분히 됐다고 본다.
정부 지원 사업까지 따내게 되면 원하던 규모보다 더 큰 규모의 자금을 모으게 되니 뿌듯함도 느끼지만 약간의 부담감 역시 느낀다. 그럼에도 요소요소에 적합한 사람이 합류하고 있으니 제법 큰 일을 해낼 수도 있겠다 싶다. 무려 9개월에 걸친 오랜 투자 유치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내가 꿈꿔오던 사업을 펼쳐나갈 시간이 왔으니, 설렘과 긴장감을 안고 이 새로운 내 인생의 장을 써 내려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