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올초 마무리된 시드 1, 5월 말 마무리될 시드 2로 펀드 레이징이 나뉘게 됐다. 자금 수혈 때까지 마냥 돈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시드 2 리드 투자사가 좋은 기관을 많이 연결해 준 탓에 몇 개의 정부 지원금 프로그램과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됐다. 이렇게 시드 투자 외에도 우리 회사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3개, 앞으로 하게 될 프로그램이 3개다. 이뿐이 아니다. 이미 대만에서는 제품 판매를 앞둔 PoC를 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대형 고객사 두어 군데에 우리 회사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쯤 되니 자칫하면 집중하지 못할 위험이 생겼다는 걸 느끼고 있다.
법인 사업자 낸 지 1년 된 신생 기업이 이렇게 할 게 많아 집중을 잃을 수도 있겠다 말하는 건 팔자 좋은 소리이기도 하다. 우리가 하게 되는 프로그램 하나에도 목내밀고 기다리는 스타트업도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풀타임 임직원이 이제 5명인 회사가 해야 할 프로그램이 너무 많은 건 문제라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그 프로그램들을 수행할지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포커스를 어디에 둘지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창업 외에도 나는 돌봐야 할 가정이 있고, 내 몸과 마음을 역시 잘 돌봐야 한다. 가정에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지 않지만, 있는 동안에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사람인지라 창업에 에너지를 쏟다 보니 가정에까지 쓸 에너지가 부족하긴 하다. 그래서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나 자신을 돌보는 데는 사실 열심이다. 운동은 몇 달째 매일 목표한 운동량을 채우고 있고, 상담도 한 달 2~3회 정도 받고 있다. 덕분에 체력은 최근 20년 동안 가장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어렵다.
최근에는 회사 관련한 고민을 같이 창업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이 친구는 내 이야기를 '친구'로서 듣고 '공감'하는 게 아니라 함께 창업한 사람으로서 듣고 '판단'하는 걸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그 후로는 회사 고민은 차라리 그보다는 내가 가진 수많은 고민 중 일부를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렇다고 이분들이 멘토는 아니다. 나는 엄밀한 의미에서 멘토라는 게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입장이 다른 타인이 내 고민을 100% 이해하고 내게 맞는 조언을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내 고민을 잘게 나누고 잘게 나눈 고민 하나하나를 이야기하고 조언을 얻은 후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창업가라고 생각한다.
"Where to Focus"에 대한 내 답은 "모든 곳에, 그러나 한 번에 하나씩"이다. 수많은 프로그램들, 투자 기회, 제품 개발, 시장 진출 모두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팀원들과 역할을 분담하려 한다. 나는 제품과 시장에 집중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프로그램과 투자가 있어도 시장에서 작동하는 제품이 없으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팀과 외부 도움을 최대한 활용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에너지 재생산에 신경 쓰려한다. 지금처럼 체력 유지하면서 정신적 회복을 위한 시간도 확보할 것이다. 가족과의 시간은 짧더라도 온전히 집중하는 습관을 키우려 한다. 창업 2년 차, 매일 집중점은 달라진다. 하지만 한 가지 진리는 분명하다. 내가 에너지를 쏟는 곳이 성장한다는 것. 한정된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지 매일 질문하며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