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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창업 - 이제 시작

by 정대표

창업하기로 결정하고 1년이 지나, 그리고 첫 투자를 받고 만 6개월 만에 시드 투자가 마무리 됐다. 요즘과 같은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에 시드 펀드로 몇 억도 아니고 그 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투자를 받게 된 건 스스로 잘했다고 그리고 우리 팀 모두를 아주 많이 칭찬해 줘도 될 일이다. 그러나, 그럴 일이 아니다. 투자를 어떤 밸류로 얼마나 받았느냐는 스타트업 프로세스 중 일부이지 그 자체로 무슨 성과가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져 돈을 벌기 시작해야 성과라고 볼만한 것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꼭 투자를 받아야 스타트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투자덱에는 분명히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언제까지 얼마 돈을 벌겠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봐야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다는 건 사실 투자자들도 안다. 최근 몇 가지 기회가 보여, 원래 생각했던 것과 다른 길로 샐 뻔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만 출장에서 세일즈 파트너들로부터 아주 좋은 마켓 인사이트를 얻었다. 덕분에 원래 창업할 때부터 가졌던 내 가정이 맞다는 게 더 확실해졌다. 때문에 원래 하려던 그 기술들을 1~2달 안에 개발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한국과 대만부터 출시할 생각이다.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잘해도 얼마나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게 되느냐는 운의 영역이고, 얼마나 좋은 직원을 채용하게 되느냐도 운의 영역이다. 따라서 좋은 계획이 있다 해도 좋은 제품이 있다 해도 비즈니스는 해봐야 안다. 이러한 리스크를 떠안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창업을 한 것이긴 해도 한 달 뒤 어찌 될지 모르는 비즈니스 개발 상황이 꼭 즐거운 일만은 아닌 건 확실하다. 자유의 대가다. 내가 원하는 걸 뭐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대신 늘 불안하고 불안정한 걸 받아들여야만 한다.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내 생각을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직원들이 내 생각을 105%쯤 수준으로 실현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다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조직을 만들어 내는 순간 그건 불가능해진다. 탁월한 직원을 뽑고 그 직원이 일하게 하는 게 창업한 사람이 할 일이다. 창업은 투자 유치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로 돈을 버는 것이 진짜 성과다. 이제는 탁월한 팀과 함께 내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일만 남았고,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는 건 긍정적인 사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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