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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로 떠나는 날

앞날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by 정대표

요 며칠, 잠을 잘 이룰 수 없었다. 싱가포르로 가야 할 날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아직 해결하지 못한 자잘한 문제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 다녔기 때문이다. 집 문제, 차 문제, 은행, 각종 공과금, 각종 신고, 서류, 짐 싸기 등, 해도 해도 빠진 게 보였고 해결되지 않는 게 있었다. 때문에 피곤한 몸을 뉘어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고, 어렵게 잠을 이뤄도 새벽에 깨기 일쑤였다. 그건 싱가포르 취업이 결정되고도 마찬가지였다.


떠나기 전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고 어머니를 꼭 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제 장인어른께 인사드리면서 안았을 때도 그랬고, 아예 우리 아이를 봐주시던 이모는 눈물이 너무 나올까 쳐다보지도 못하겠더라. 아이들도 유치원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한 모양이다. 친구들이 보고 싶을 거 같다고 한다. 반면 며칠 전엔 한 선배가, ‘너 없으면 뭔 재미로 동문 대회하냐’ 하는 데 ‘에이 또 적당한 상대 나오겠죠’라고 답은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이렇게 생각해야 할 일이 많은 줄 몰랐고, 이렇게 정든 사람들과 떨어지는 게 힘들 줄 몰랐다. 그리고 내 빈자리가 이곳에 남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어제 이사를 하면서 몸을 혹사시켰던 탓인지, 아니면 요 며칠 피로가 누적되어 그런지 잠에 일찍 들 수 있어 피로는 조금 풀린 듯하다. 그러면서 앞날에 대한 생각도 할 여유도 생겼다. 지금까지 같이 지낸 사람들과 떨어지는 건 힘든 일이지만,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 대한 기대도 있다. 우리 아이들에겐 새로운 친구가 생길 거고, 우리 부부도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쌓아갈 거다. 과거를 생각하면 살짝 걱정이 더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기대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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