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에 적응 중
토요일 아침에는 와이프와 서은이가 먼저 산책을 나갔고, 뒤늦게 일어난 새연이와 난 따로 산책을 나갔다. 새연이와 난 작은 강을 따라 걸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했다. 요즘 아침 기온은 25~27도 정도지만 햇볕이 강하지 않고 바람이 꽤 불어 선선하다고도 느껴진다. 이 작은 강이 있어 리버밸리라 불리는 모양인데, Expat이 많이 사는 동네라고 한다. 우리 숙소 옆에도 꽤 좋아 보이는 콘도가 있고 리버밸리 로드를 따라 꽤 많은 콘도가 줄지어 서있다. 그래서 퀸즈타운이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유력한 주거 후보지이지만, 한적한 주거지 느낌이 나면서도 편의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리버밸리도 좋은 선택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날 점심에는 집 휴대폰을 개통하러 갔다. IPA로도 후불 요금제로 개통이 가능하다고도 하는데, EP 카드가 아니면 해주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하여 선불폰으로 휴대폰을 일단 개통했다. 15불짜리 심카드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15불짜리가 없어 결국 8불짜리로 구매했다. 일단 와이프는 오늘 구매한 8불짜리 심카드를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에 끼워 개통했고 난 어제 구매한 15불짜리 여행자용 심카드를 일주일 더 쓰고 개통하려고 한다. 이렇게 선불폰을 한 달 정도 쓰다가 EP카드가 나오면 후불제로 바꿀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심카드마다 전화번호가 지정되어 있어서 내가 원하는 전화번호를 받을 수 없는 거 같아 아쉬웠다.
주말을 이용해 모두 7개 콘도를 뷰잉 하였다. 신축 콘도 두 군데와 지은 지 20년 정도 되는 콘도 다섯 군데를 보았는데 집 크기는 900 sqm부터 1400 sqm까지, 그리고 렌트비는 월 4000 ~ 5000 싱가포르 달러였다. 퀸즈타운 바로 앞 신축 콘도는 39층이라 전망이 참 좋았다. 싱가포르 남쪽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크기가 900 sqm에 불과해 짐이 워낙 많은 우리 가족이 살기엔 좀 좁아 보였다. 조금 오래되더라도 넓은 집을 얻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 지 오래된 콘도는 역시 집은 넓었다. 참고로 900 sqm는 우리나라로 치면 27평 정도, 1100 sqm는 32평 정도 크기였고, 1400 sqm 쯤 되면 40평 정도 크기였다. 집 상태도 가격도 같은 콘도라 하더라도 차이가 컸다. 리버밸리 신축 한 군데와 구축 한 군데를 보았는데, 신축은 말만 신축이지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다. 반면 리버밸리의 한 구축은 지은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관리가 잘 되어서 상태가 좋았다.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MRT와 거리가 있고, 편의시설이 그다지 잘 갖춰져 있는 곳이 아니어서 후보에서 제외하였다. 교통이 좋은 퀸즈타운 근처 구축 콘도를 3개 더 보았는데, 하나는 가구며 벽이며 모두 낡았고 더러웠고, 하나는 깨끗했으며, 마지막으로 본 유닛은 집주인이 살아서 그런지 상태가 무척 좋았다. 결국 교통이 편리하면서 주인이 거주하여 집 컨디션이 좋은 유닛으로 결정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집주인의 구두 승낙을 받았다.
자동으로 아이들 유치원은 당분간 저렴한 교회 유치원을 보내게 되었다. 육교를 건너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거리라 싱가포르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에게 더 편안할 거라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집 앞 유치원을 다녀서 그런지 통학 버스를 태워 유치원을 보내는 건 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어쩔 수 없이 통학 버스를 태워 보내야 하겠지만 말이다. 교회 유치원은 10주에 학비가 1000불 정도로 일반 유치원 대비 1/3도 되지 않는다. 당분간 보내보면서 아이들 반응을 지켜보고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인지 아니면 K1은 교회 유치원을 끝까지 보낼지 결정하려고 한다.
식사는 아침에는 임시 숙소인 레지던스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고 있고, 점심은 주로 로컬 음식점에서 해결하고 있다. 저렴하고 맛이 좋았다. 아이들도 생각보다 잘 먹어서 당분간은 다양한 로컬 음식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저녁은 숙소 근처에 있는 Fair price에서 장을 봐 숙소에서 해 먹고 있다. 고기를 구워 먹거나 파스타 혹은 한국에서 가져온 밥과 국을 데워 먹고 있다. 토요일에는 와인 두 병, 등심 400 그램, 야채 조금, 파스타 소스 2병을 샀는데 80불 남짓. 한국보다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등심은 호주산이었는데 한국에서 먹던 호주산보다는 질이 좋은 거 같았고, 와인은 한 병을 들고 가니, 한 병은 28불, 두 병 사면 32불이라 캐쉬어가 이야기해 줘서 두 병을 사게 되었다. 일요일에는 안심을 사 보았는데 300 그램에 25불 남짓으로 가격도 괜찮고 맛도 괜찮았다. 다른 건 비싼 게 있어도 고기는 워낙 한국이 비싸서 그런지 100% 수입에 의존하는 싱가포르에서도 고기는 비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생각보다 급속도로 싱가포르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싱가포르 오기 전에 온갖 걱정을 다했던 게 무색할 지경이다. 이런 이야기를 친구에게 하니 ‘인간은 7초면 환경에 적응한다’면서 건투를 빌어주었다.
나 자신에게도 건투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