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주인 만나 다행이다
싱가포르에서 거주할 집을 찾는 건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거주할 집을 찾는 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당연히 전세는 없이 월세고 월세 가격이 비싼 편이긴 했다.
여기도 당연히 부동산 중개인이 있다. 세입자도 중개인을 고용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집주인 쪽에서 중개인에게 연락해 집을 보고 계약을 한다. 즉 propertyguru 같은 앱을 통해 마음에 드는 집이 보이면 그 집을 보여줄 중개인에게 연락하여 집을 보면 된다. 다행히 우리는 와이프 회사에서 고용한 업체에서 우리 쪽 중개인을 배정해주어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집을 구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여기도 순서는 같다. 집을 보고, 집이 마음에 들면 집주인과 흥정을 한다. 렌트비는 보통 5% 정도는 깎을 수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다른 조건이 없이 5500불에 나왔던 것을 5200불로 깎아달라 했고, 집주인이 승낙하여서 계약을 하게 되었다. Partially furnished 상태라 거의 대부분의 가구를 한국에서 가져오는 우리에겐 더 좋은 집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Full furnished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격을 깎기는 어려울 것이다.
월세 계약이 일반적인데 2년 계약이면 2달치 월세를 보증금을, 3년 계약이면 3달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낸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월세가 선불이다. 그리고 중개료는 집주인이 부담하는데 보통 1달치 렌트비이다. 하지만 3500불 이하 월세의 집을 계약할 때, 만약 세입자도 중개인을 고용한 경우라면 1달치 렌트비를 부담한다. 세입자도 Stamp duty라는 일종의 거래서를 부담하는데 우리는 500불 정도를 부담했다.
우리는 집주인이 거주하다 다른 나라로 이주하면서 비게 되는 집을 계약한 것이라 집주인과 만나 계약을 했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집주인을 보지 못하고 중개인과 계약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들었다. 따라서 내가 살 집의 집주인을 확인하는 게 어렵다. 이쪽 중개인 이야기로는 렌트비를 보낼 계좌 명의와 집문서상 명의가 같은지 확인한다고 한다. 그런데 동명이인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 한국에서는 집주인 신분증을 집문서와 대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이야기해 집주인 신분증과 집문서를 대조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표준 계약서가 한 장에 불과하지만, 이 곳 렌트 계약서는 10페이지 정도 된다. 우리나라라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구두로 협의해서 할 만한 것들을 모두 문서화해 두는 게 인상적이었다. Minor repair 금액, 애완동물 동반 여부, sublet 가능 여부 등 상세한 조항이 모두 계약서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계약서를 쓰기 전 LOI(Letter of Intent)도 교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LOI를 서명하면 1달치 보증금을 입금하고, 렌트 계약서를 서명하면 1달치 보증금과 1달치 월세를 지불한다. 우리는 빨리 진행되는 바람에 LOI와 렌트 계약서를 동시에 서명했고, 집주인 양해를 얻어 계약서와 LOI 서명한 다음 날 2달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과 첫 달 렌트비를 입금하였다.
우리는 집주인이 미국으로 이주하는 사람이라 집주인 참견을 덜 받을 것이라 한다. 어떤 집주인은 세입자가 집을 잘 쓰고 있는지 불쑥 방문한다든가, 세입자가 소파를 사는데 어떤 소파를 사는 건지 봐야겠다면서 집주인이 방문한다든지, 한국 같으면 상상하지 못할 집주인 갑질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집주인은 2월 28일부터 계약이 시작하는데 2월 26일 청소를 하고 나면 바로 들어와도 된다고 쿨하게 이야기했다. 나도 한국에서 여러 번 세입자를 들여 봤지만 이런 친절을 베푼 적은 없는데 말이다. 이상한 집주인이 참 많다던데 다행히도 좋은 집주인을 만난 거 같다.
이제 집도 구했고, 아이들 유치원을 결정하면 된다. 집 바로 앞 유치원과 집 건너 유치원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이제 정말 싱가포르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