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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Apr 29. 2020

새로운 일, 그리고 첫 번째 난관

자기효능감 상실

오늘 오전에 상사 A와 Catch up call을 하면서 여느 날과 같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리뷰를 했다. 프로젝트 중 내가 A에게 이어받아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는데, 관련해서 내 생각을 이야기하자, A는‘깜 작가가 이야기한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을 반영해서 Presentation Deck을 수정해야 하는데, 내가 하는 게 좋겠냐?’고 물었다. 그 얘기를 듣자 사실 부끄러웠다. 이 프로젝트는 A가 본사 담당자를 소개해 주면 내가 알아서 해보겠다고 했던 터였다. 그런데 내가 중심을 잡고 진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느껴지자 다시 본인이 진행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오후에 본사 담당자와의 콜에서 그 사이, 불과 4시간 사이에 Deck을 수정하고, 필요한 사항을 메모해 본사 담당자와 콜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는, (나의 부끄러움은 둘째 치고) 나와는 정말 다른 Skill set을 A가 갖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 그것도 BI 분야에서만 경험을 쌓으면서 수많은 Presentation을 만들고 발표하고 또 그 Presentation을 리뷰한 사람과 Presentation을 만들기보다 만들어진 자료를 읽고 소화해서 그걸 바탕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을 했던 사람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게다가 프로젝트를 여러 사람과 같이 Organize 하고 Communication 하는 것도 처음이라 내가 중심이 되어 중재하는 것도 어렵게 느껴졌다. 이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사람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을 못했기 때문 같다. 세일즈에서는 외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일이었고, 마케팅은, 특히 내가 하는 마케팅은 내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도무지 내부 고객의 니즈가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흠, 이걸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이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큰 틀 안에서는 각 내부고객의 니즈는 파악을 잘했다. 그리고 계획도 잘 세워뒀다. 그런데 실행은 다른 문제라 여기서 조금 더 상세하게 들어가면 일이 어려워진다. 사실 내부 고객 본인이 니즈를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긴 하다. 본인과 같이 일하는 조직의 니즈를 한 사람이 세세히 파악하는 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또 나와 이야기했던 사람도 마케팅이기 때문에 세일즈 조직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개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런 종류의 일이 처음인지라 그런지, 또 어쩌면 이쪽으론 센스가 발달하지 못한 것도 내가 조금은 헤매는 이유인 것 같다.



경험을 조금 더 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일 성과가 좋았고, 과정 역시 좋아서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잘 해낼 거라는 기대가 스스로에게 있다. 이 일을 잘해서 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건 아닌데, 누가 뭐라 하든 나 자신이 일을 잘한다고 느껴야, 즉 자기효능감이 느껴져야 만족이 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A는 이런 일을 예감한 듯하는 일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했던 일만큼 성과를 못 낼 수도 있으니 염두에 두라 했다. 아마 이 일로 내가 이렇게 고민하는 것만큼 A가 고민하진 않을 거다. 그럼에도,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그보다 더 아주 조금은 기운이 빠지는 것도 인지상정. 이런 상황을 겪어본 게 처음도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자기효능감 상실에 대해 기록을 해 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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