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오늘도 나는 학원을 늦었다.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지만 나는 너무 억울하다. 핑계 라기에는 창피하고 유치한 나의 약점이 있다. 길을 걸어갈 때 그 녀석을 만나면 왔던 길을 돌아가거나 크게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 녀석은 학교 일진도 아니고 술 취한 아저씨도 아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강아지이다. 강아지는 나의 길을 막는 유일한 천적이다. 그 녀석이 나를 향해 짖고 달려올 때 나는 우사인볼트 출발 스피드 보다 더 빨리 스타트를 끊는다. 그렇게 길 한복판에서 몇M인지 모르는 육상 달리기 경주가 개최된다. 나는 달리기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뛰면서 강아지가 내 다리를 무는 상상을 할 때 뇌가 내 다리를 자극시켜 그 누구보다 빠르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때 들리는 소리는 통키야! 통키야 이리와! 이 소리 뿐이였다. 나는 주인이 참 원망스러웠다. 목줄도 안 하고 달려와서 잡은 것도 아니고 놓친 그 자리에서 강아지 이름만 부르는 것을 보면 화 가나고 짜증이 났다.
내가 어느 날 집 앞에서 혼자 축구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을 때였다. 갈색에 목줄을 안 한 푸들 한 마리가 맞은편에서 나왔다. 주인이 뒤늦게 나왔을 때 강아지와 나는 그 앞에 없었다. 이미 처음보는 강아지와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었다. 옆에 지나가시는 아주머니들이 어머! 어떡해~ 이런 소리가 들렸다. 또 강아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땀이 미친 듯이 났다. 강아지는 내 바로 옆에 뛰고 있었다.정말 다행히도 내리막길이 앞에 있었는데 강아지가 거기까지는 내려오지 않았다. 이때부터 강아지에 대한 공포감은 커져갔다.
강아지 키우는 주인들의 말은 다 거짓말이다. “우리 강아지는 안 물어요 괜찮아요.”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를 한다. 그런데 강아지는 나를 보고 온 힘을 다해 짖고 있었다. 주인분이 초면이여서 나도 얼굴은 웃으면서 “네~”라고 하지만 속에서는 나도 주인한테 강아지처럼 짖고있었다. 강아지만 만나면 손에 땀이 나는건 기본이고 머릿속에 지도를 펼쳐서 피할 수 있는 길을 엄청 빠르게 찾는다. 그리고 곧바로 실행한다. 정말 그 순간의 순발력은 운동선수 뺨치는 수준이다.
강아지 키우는 친구 집에 갈때도 마찬가지 이다. 친구집을 들어가는 순간 친구보다 강아지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해주었다. 정말 감동받아서 울뻔했다. 그다음부터는 내가 친구를 우리집으로 초대하고 나는 친구집을 다시 가지 않았다. 친구가 자기집 오라고 하면 창피하지만 강아지땜에 못간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것을 말하는 나도 내 자신이 창피했는데 옆에서 친구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 마음에 상처를 받은적도 있었다.
내 친구중에 나처럼 강아지를 무서워 하는 친구가 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학교를 하고 있는데 맞은편에 흰색 푸들 한 마리가 오고있었다. 우리 앞에 지나가는 사람한테 그 강아지가 짖는 것을 보고 나는 성격있는 강아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아지와 가장 먼 인도 끝쪽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이때 강아지를 무서워 하는 친구가 나와 말을 맞춘 것처럼 나와 똑같은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강아지는 우리에게 엄청나게 짖기 시작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짖는모습까지 귀여워 했다. 하지만 나랑 그 친구는 강아지가 다른 친구들에게 시선이 가있는 동안 정말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빠져나왔다. 왜 뛰지 않고 빠를 걸음으로 걸어야 하는지는 강아지를 무서워 한다면 알 것이다. 만약 뛴다면 강아지는 나를 향해 미친 듯이 짖고 달려올 것이다. 달려야 할 때는 피할 수 없는 최후의 방법이다. 그것을 꼭 명심해야한다.
그래도 나 혼자가 아닌 내 친구와 그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정말 마음까지 맞는 친구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큰놈 작은놈 엄청나게 많이 상대할 생각을 하니 두렵지만 나는 대처법을 인지해두고 그녀석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영원한 나의 약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