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가식

by 김병섭


누구의 가식


“엄마 사랑해요”


내 동생이 자주 지껄이는 말이다. 내 동생은 대뜸 이런 말을 뱉고는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할때 동생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볼때 나는 그것이 가식임을 느낀다. 입은 미소짓지만 눈, 눈썹 그리고 나머지 표정은 그렇지 않다. 영혼 없는 눈에 평소와 다름없는 눈썹, 심지어 입술도 썩소같이 억지로 웃는듯한 미소여서 다 티난다. 또한 무엇보다 타이밍이 정말 거슬린다. 동생이 어머니께 혼나고 나서, 뭔가 찔리는 것이 있을때 이런 말을 한다. 아버지는 알고 계신건지 모르시는 것인지 그냥 넘어가신다. 하지만 나는 동생의 가식을 눈치 못채는 법이 없다. 동생이 이럴때마다 나는 비웃거나 가끔은 듣는것 만으로도 짜증이 나서 꾸짖기도 한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무슨 일때문에 속상하셨던 때가 있으셨다. 그래서 나랑 나의 형이 위로해드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생이 와서 “엄마 괜찮을거예요”라고 했다. 이런일에는 관심도 없고 방에서 유튜브나 보면서 웃는다. 분위기나 어머니 기분도 모르고 그렇게 웃는게 짜증나고 어이없어서 화를 냈다. 그랬더니 갑자기 나와서 무슨일인지도 모르는녀석이 위로를해드리는 것이다. 나, 형 그리고 어머니는 동생의 이 말이 가식인것을 바로 알아챘다. 그래서 나와 형은 가식적이라고 그딴위로는 하지도 말라고 하며 화를 냈다. 어머니는 동생의 가식에 크게 화를 내시는편은 아니셔서 화는 내시지는 않으셨고 가식으로 위로하는것이 웃기셨는지 우스우셨는지 피식 하고 비웃으셨다. 나는 같잖은 위로를 할꺼면 차라리 안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여서 동생의 가식적인 위로가 굉장히 싫다.


내 아버지께서는 애정표현을 많이 하시는 편이시다. 그래서 일하러 가실때마다 동생에게 뽀뽀를 요구하시는데 거기서도 동생의 가식이 또 발동한다. 싫은 표정은 아닌데 위에서 말한것과 같이 영혼없는 눈하고 복합적으로 보면 싫어한다고 말은 안하는데 또 “아빠 사랑해요”라고 또 한다. 이럴때는 정말 역겹다. 아버지가 나에게도 뽀뽀를 요구하시기는 하신다. 그런데 나는 그냥 싫다고 한다. 아 물론 난 아버지와 매우 친하다. 그래도 뽀뽀는 하기 싫어서 그런다. 심지어 군대에 있는 형에게도 요구하신다. 형은 되게 성격이 유쾌해서 가끔 해드리기는 하는데 아마 형도 하기 싫어할 것이다.


아버지는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을 외부로 많이 표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가끔가다 조금 귀찮아 질 때도 있다. 그럴 때에는 자연스럽게 귀찮음이 묻은 표현을 한다. 어머니께서는 종종 나의 귀찮음을 알아채신다. 그때는 나에게 눈치를 주신다. 그러면 나도 내가 가식적으로 반응했구나 싶다. 하지만 그때는 나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지 못한다. 이후에 내가 동생의 가식에 대하여 꾸짖을 때에 비로소 나의 양심이 찔리며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가식적이지 않았는가?”, ”내가 동생을 꾸짖는것이 동생의 가식보다 더한 죄가 아닐까?”, “내가 동생에게 돌을 던질만한 사람인가?” 같은 질문이 나의 양심에 박히게 된다. 그러며 나는 알게 된다. 가식을 싫어해도 가식없이는 살기가 만만치 않다는것, 예수님은 그당시 법으로 돌로 쳐 죽여야할 죄를 지은 여자에게 돌을 던지려고 사람들을 보고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라고 하셨다. 이 구절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알게 된것이 내가 먼저 가식 없이 살지 않는 이상 나는 동생에게 돌을 던질 명분이 없다는것. 그래서 나는 요즘동생의 가식이 눈에 띈다고 해서 꾸짖거나 비웃지 않는다. 나와 동생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가식 없는 어머니 뿐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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