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 한 것들에 대해서

by 김병섭



사소 한 것들에 대해서

“언제 이렇게 커버렸냐” 엄마가 내 머리를 말려주실때 하셨던 말이다. 내 키가 엄마보다 더 큰 바람에 엄마의 팔이 아플 것 같아 나는 앉아서 편안히 머리가 다 마를 때 까지 기다린다.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엄마보다 키가 더 커졌네” , “ 벌써 이만큼 컸네” 라고 내가 다 컸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 난 그저 웃을 뿐이다.그런데 엄마는 내가 아직 더 커야한다고 이야기 하신다. 나도 내가 충분히 크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더 커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엄마는 평소에 꽃을 좋아하셔서, 꽃집에 자주 가시는 편이다. 꽃집에 가실 때에는 항상 작은 나무나 꽃을 사오시기도 한다. 어느 날, 내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 엄마가 집 앞에서 산책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벚꽃이 졌을 때 초록색 풀만 남은 나무를 보더니 그 옆에 있던 작은 풀들을 보고 계셨다. 그때 그 작은 풀들을 허리 숙여 조심스럽게 만지시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자 왠지모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초록색 풀들이 예쁜 건 맞지만, 나는 엄마가 더 아름다웠다. 풀보다 키가 훨씬 큰 엄마가 풀의 높이에 눈 맞춰 주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평범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엄마가 예전에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키가 더 커야한다고.나는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작은 것들에 대해서 그냥 지나쳐 버리고 ,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모두 당연시하게 넘어갔던 것 같다. 또 미래만을 준비하며 앞으로만 달려왔다. 돌아보니 내가 누려도 괜찮았던 것들과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았던 것들이 쌓여 내 앞에 허무하게 놓여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 나를 중심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항상 높은 곳에서 사물을 관찰하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항상 내 기분에 맞춰 다른 사람들에게 대하였고,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될 작은 일들에 대해서 지나 쳤던 내 모습이 생각 나는 듯 했다. 항상 높은 곳에서 사물을 관찰 하다보니 그 사물이 낮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엄마 말씀이 맞았다. 나는 아직 더 커야한다. 눈 높이가 높다고 해서 모든 것이 높은 건 아니다. 작고 사소한 일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들을 , 그 사물들의 눈 높이에 맞도록 낮추면 비로소 그 사물들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보다 키가 작아 , 비록 팔이 아프더라도 나를 위해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머리말리기를 해주시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이젠 내가 엄마를 위해 , 가족을 위해 , 다른 사소한 것들을 위해 눈을 맞추며 그것의 가치를 밝혀 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모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혹시나 자신이 자신의 일상을 당연시하게 지나치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 자신의 마음 속에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 눈 맞추며 살자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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