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투자로 2280억 수익- 당신의 선택은?
허생전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400년 전 소설입니다. 당시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작품입니다. 장르는 현판입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돈 이야기라는 겁니다. 수익률이 4천 4백 프로. 4백 40배 수익을 올린 이야기입니다. 단돈 5억을 투자해서, 그것도 신용대출로 5억을 땡겨서, 무려 2280억을 벌어들인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돈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소설은 두 개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면 됩니다. 전반부는 돈이야기입니다. 국내의 경제 이야기입니다. 조그만 시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후반부는 전쟁 이야기입니다. 국제 정치 이야기입니다. 전쟁 운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이 소설을 만들 때도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돈이든 사랑이든 영웅이든 복수든 뭐든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주인공이 나와서 오로지 돈만, 사랑만, 영웅만, 복수만 주인공이 줄줄줄 외쳐서는 소설이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돈 뒤에, 사랑 뒤에, 영웅 뒤에, 복수 뒤에 분명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같이 울고 웃고 놀라고 괴롭고 통쾌하고 신날 수 있습니다.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만한 메시지가 없으면 소설은 그냥 그 인물의 이야기로 끝날 뿐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야 해요.
그럼 허생전을 먼저 읽어 보겠습니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엄청난 4만 4천 퍼센트 수익률을 얻었는지 꼼꼼하게 따져 봅시다 ^^
읽기 시간은 20분을 드립니다. 다 읽은 학생은 샘한테 알려주세요. 학습지를 드리겠습니다.
자...그럼....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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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수업을 진행한다.
다음의 순서로 진행했다.
1차시 : 읽기 + 빈칸 학습지 완성하기
2차시 : 모둠대항 질문게임
3차시 : 모둠함께 질문게임
4차시 : 허생전 학습지 정리 + 허생 청문회 토론
1차시
먼저 한 번 읽는다. 다 읽은 학생은 학습지 1페이지 줄거리 빈칸 학습지를 작성한다.
올해는 동료샘이신 고명원샘의 연구를 따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말 큰 도움을 정말 크게 받고 있다. 고명원샘이 기획을 맡고, 수업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여러 아이디어들이 마구 나왔다. 이 수업의 결정권은 명원샘에게 있다.
명원샘이 허생전 수업을 진도상 시간표상 나보다 2차시 먼저 시작하셨다. 참관을 했다.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는 지점이 있었다. 문제는 답의 양식이었다. 질문은 같은데 답의 양식이 그냥 빈칸으로 열려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려워했다. 아니 어렵다기보다,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시작할 엄두를 못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내용을 써야 하는지, 문장을 어느 정도로 완성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그랬다. 그냥 학생의 마음으로 교실에서 명원샘의 수업을 따라가며 학습지를 보는데, 그냥 턱 막혔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수업 후 명원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눈 밝은 명원샘은 나보다 더 그 분위기와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함께 이야기는 나눴다. 문장서술을 요구하는 자유도 높은 학습지 보다는 핵심어 빈칸 채우기 같은 자유도가 낮은 학습지가 우리 학생들의 몰입을 이끌어 내는 데에는 더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학습지가 수정되었다. 그랬더니 우와... 학생들의 몰입도가 달라졌다. 먼저 수업한 반에는 좀 미안하지만, 덕분에 수업이 더 좋아졌다.
역시, 멋진 동료샘을 만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수입의 질이 달라진다. 삶의 질이 달라진다 ㅎㅎ ^^
아래는 예저에 쓰던 학습지이다. 학생들에게 나눠주지는 않고 전체 내용을 정리하면서 수업시간에 슬쩍 보고 지나갔다. 특히나 허생이 벌어들인 돈, 4만 4천 퍼센트 수익을 정리하기에 좋았다.
2차시
모둠대항 질문게임을 진행한다. 모둠대항을 3번 정도 진행한다.
이 때 자연스럽게 2번째, 3번째 읽는다.
2차시 핵심은 2가지.
첫째. 사실확인 질문만 가능하다. 이 소설을 통해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실만을 퀴즈로 만든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과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그것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이해'는 시작한다.
이 원칙은 요즘 특히나 중요하다. 우리가 소위 '기레기'라는 낱말을 일상화시킬만큼 처절하게 분노하고 있는,
정확한 사실의 확인 없이 추정과 편견과 악의와 오만으로 가득한 '악해'가 횡행하는 요즘의 언론을 보면서
이 과정이 더욱 소중하다. 너와 내가 함께 읽은 이 텍스트를 통해 너와 내가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사실들.
그 사실들을 함께 확인하고 질문의 형태로 공유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의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기둥이다.
둘째. 중요한 질문만 가능하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해야할
중요한 질문, 중요한 사실, 그것은 무엇인가?
'중요도'라는 기준으로 문제를 출제하면 학생들 사이에 논쟁이 시작된다. 이것은 과연 중요한가? 그것이
이 수업의 핵심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무엇인가? 그 논쟁이 학생들 사이에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이 수업은 충분히 성공이다.
교사는 두 번 개입한다. 문제를 다 완성했다고 할 때, 오류와 중요도를 확인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별 3개짜리
가장 중요한 문제들만 확인하거나 못만든 문제는 상대방에게 점수로 주고 시작하도록 한다.
3차시
모둠함께 질문게임을 진행한다. 모둠별로 1개 이상의 열린 질문을 만들어 제출한다. 올해는 수업시간에 패들렛을 활용하여 진행해 볼 생각이다. 패들렛을 활용하면 이런 것이 좋았다. 첫째, 학생들의 대화 기록이 실시간으로 기록되어 학생들의 활동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둘째, 다양한 토론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나중에라도 물론, 의지만 있다면, 다 확인할 수 있다. 발표도 좋다. 잘만 되면, 꽤 튼실한 프로젝트 발표문을 휘리릭 감상할 수 있다.
이 때 자연스럽게 4번 째 읽는다. 3차시 핵심은 2가지. 첫째. 열린 질문만 가능하다. 사실확인질문은 안된다. 비판, 추론, 상상의 질문은 가능하지만 닫힌 질문, 그러니까 사실확인질문은 안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 사실들을 통해 함께 비판하고 추론하며 상상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한 질문. 그것만 가능하다. 문제가 많은 수록 받을 수 있는 점수가 높다는 말로 학생들이 보다 많은 질문을 하도록 유도한다. 모둠별로 다른 모둠에서 만든 질문을 한 개씩 선택하여 답을 정리하고, 남은 문제는 스피드퀴즈로 진행한다.
둘째. 발표자는 근거페이지를 먼저 밝히고, 그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 이 때 자연스럽게 5번 째 읽는다. 한 편의 글에 대한 독자의 다양한 독서체험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 모든 독서체험이 모두 작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일 수는 없다. 작품에 드러난 구체적 사실들, 작품 밖에 나열된 역사적 맥락들, 그들 중의 얼마를 자신의 근거로 삼아 명확한 논리로 드러낼 수 있는가? 근거 페이지를 먼저 밝히고 자신의 논리를 밝히는 것은 정확한 이해를 위한 기초이다.
발표를 하면 간식점수 3점을 얻는다. 다른 모둠이나 교사의 공격질문을 받아 그 질문에 명확히 답하면 간식점수 2점을 더 얻는다. 그러나 답하지 못하면, 날카로운 질문을 한 모둠에게 간식점수 2점을 준다. 학생의 발표를 듣고 교사는 그 내용을 칠판에 정리한다. 이 질문과 답은 모두 중요하다. 간식을 향한 이 팽팽한 문답이 우리 학생들이 지적인 쾌감을 만들어 내는 긴장의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4차시
학생들에게 먼저 설문을 보냈다. 허생의 영의정 추대에 찬성하는가? 마치 대통령 선거같은 긴장감이 전해지면 좋겠는데...일단 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토론주제- 허생을 영의정으로 추천하는 것에 찬성하는가 이 때 자연스럽게 6번째 읽는다. 당대의 조선에서 실제 이런 청문회가 있었다면, 아마도 사상 최고의 난리가 났을 것이다. (글쎄... 한달 새 백만 건에 육박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기사를 보고 지금은 '사상 최고'라는 말에 좀 주저하게 되었지만...)
당대의 조선에서라면 양반과 백성들의 살벌한 말들의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대단했을 텐데 우리 학생들을 이 전쟁으로 이끌고 싶었다. 그래서, 한 국가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능력과 자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영의정 후보자 허생,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이 수업은 방법론에 있어서 2가지를 목표로 하였고, 그것에 도달했다.
첫째, 교사의 안내를 따라 온 학생은 (자신도 모르게) 똑같은 작품을 5번 이상 읽는다.
둘째, 닫힌 질문(사실확인질문)을 꼼꼼히 한 후에야, 열린 질문(비판, 추론, 상상,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익힌다.
읽기 수업을 크게 2가지로 나눈다.
첫째, 바탕글이 학생들의 수준에 맞아서 자신의 취향과 열의만 있다면 깊이 읽기가 가능한 수업.
둘째, 바탕글이 학생들의 수준보다 높아서, 교사의 안내와 개입을 통해 한 단계 수준 높은 읽기로 이끌어 가는 수업.
허생전은 둘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여긴다.
참고자료.
국어수업 블로그 : https://dasidasi.tistory.com/entry/새학기-교사가-시간을-버는-수업 [교사가 지치지 않는 수업]
국어시간 소설 수업 : https://page.kakao.com/viewer?productId=56043622 [독서토론수업 소설 : 미지의 빨간약]
국어시간 영화 수업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5727277 [영화수업 안내서 : 국어시간에 영화읽기]
국어시간 온라인 수업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165869 [온라인 국어수업 안내서 : 우리들의 랜선 독서수업]
국어시간 온라인 수필 : https://brunch.co.kr/@kkamjangee/164 [브런치 모바일 수필수업 우수작 모음 : 영종essay 실명으로 해도 되요]
국어시간 온라인 소설 : https://novel.naver.com/challenge/list?novelId=768987 [네이버 웹소설 창작수업 우수작 모음 : 김요한 이야기]
기운나는 노래 한 곡 : https://youtu.be/LJTyTUzEHAE
출처: https://dasidasi.tistory.com/entry/김병섭-허생전-사회현실을-반영하는-소설창작 [교사가 지치지 않는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