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프로젝트

시쓰기 라고 쓰고 작사하기 라고 읽는다

by 김병섭

시는 처음부터 노래였습니다. 학생들과 노래로서의 시를 함께 만들고 싶었습니다. 완전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상상해 보고 싶었습니다. 부르는 시, 듣는 시가 시의 원래 모습이고, 시의 최근 모습이며, 시의 대중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늘 듣고 보고 읽고 즐기는 노래가 모두 시라는 것을, 같이 즐겨 보고 싶었습니다. 시창작이라 쓰고 작사작곡이라고 읽었습니다. 학생들이 작사의 세계를 넘겨 볼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시는 원래부터 노래였습니다. 시가 노래로부터 떨어져 나가 부르는 시에서 읽는 시로 변한 것은 아무리 길게 잡아야 200년 입니다. 읽는 시는 멜로디와 헤어져 한때 부흥했지만, 이제 읽는 시는 거의 만나기 어려워졌습니다. 어쩌면 소수의 취향으로 남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대는 부르는 시의 시대입니다. 모바일 기기와 미디음악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한 복판에서 우리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만난 제자들이 작사가로 작곡가로 시를 읽고 쓰고 부르고 들으며 시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 감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물 쓰기

내 감정이 턱 밑까지 차올랐던 순간, 그 순간 내 곁에 있었던 물건, 그 순간을 떠오르게 하는 물건, 그 순간 내가 손에 쥐고 몸에 두르고 품에 안았던 사물. 그때 느꼈던 향기, 눈에 들어온 풍경, 사람. 그러한 것들을 적게 했습니다. 무조건 10개 이상 적게 했습니다.

2 한 문장 쓰기

10개 낱말 중 최소 3개 이상을 골라 한 문장 이상씩 쓰게 했습니다. 최소한 1문장입니다. 최대한 마구마구 써 보라고 했습니다. 칸을 넘을 것 같으면 멈추고 다음 낱말로 넘어가게 했습니다.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한문장 쓰기를 하다가, 도저히 한 문장으로 그칠 수 없이 쓸 말이 계속 생각나는 한 낱말을 고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낱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쓰도록 했습니다. 여기부터는 창작입니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얼마든지 극적으로 상상해도 좋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상상을 마구마구 씁니다.

글을 완성한 후에는 다시 낱말을 지우게 합니다. 다 지워도 절대 지울 수 없는 한 낱말을 남기게 합니다. 이렇게 하면 이 낱말은 처음 시작한 낱말이기도하지만, 전혀 새로운 낱말이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자신의 낱말에 얽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진짜 마주해야 할 낱말을 만나기도 하니까요. 재미난 순간이고, 제 생각으로는, 예술이 탄생하는 순간이라고 여깁니다.

시쓰기 라고 쓰고, 노래가사 쓰기(작사하기)라고 읽었습니다. 읽는 시로 완성하고 싶은 학생도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부르는 시로 쓰고 싶다는 학생에게도 큰 격려를 주었습니다. 부르는 시는 운율, 리듬감, 그러니까 반복이 좀 더 중요합니다. 라임을 만드는 데 조금 더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당연히 후렴, 그러니까 뮤지션들이 '훅' 혹은 '싸비' 혹은 '코러스'라고 부르는 그 부분, 반복하는 구절로 리듬감과 감정을 고조시키는 이 부분을 잘 만들면 좋습니다. 학생들에게 노래 한 곡을 들려주고 가사를 보여주며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한 가지 팁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레퍼런스해서 가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온라인 시화전. 물꼬방 연수에서 배웠습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시를 자신의 인스타 계정에 올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해시테그에 #인천영종고시인1-1 이라고 쓰게 했습니다. 제가 인스타에서 해시테그 검색을 하면 바로 나오더군요. 저 해시테그는 우리학교 학생들밖에 안쓰기 때문에 저렇게 우리학교 학생들만 나왔습니다. 시를 쓰고, 어울리는 사진을 올리게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했다/ 안했다 로 과정만 따져 수행평가에 반영했습니다. 인스타 계정이 없거나 자신의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 불편한 학생들은 저에게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모두 제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자신의 시를 자신의 계정에 공개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더군요. 뭐,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지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시대, SNS의 시대,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면서 자신을 감추고 싶은 열망도 만만치 않은 시대. 우리 시대의 일반적인 감성이겠지요. 학생들이 메일로 보내는 것을 다 받아서 제 계정의 인스타에 올렸습니다. 익명으로 올렸습니다. 댓글쓰기 시간을 주었습니다.

하하..그랬더니 이 녀석들, 난리가 났습니다. 하하, 호호, 낄낄, 헤헤, ㅋㅋ, 이게 뭐야, 우와 뭐냐 이건, 이거 누구거다, 이거 니거지, 아니야 내거다, 사실은 쟤건데, 그래 나야 어쩔래... 꽁꽁 익명으로 감춰달라고 했던 녀석들이 서로의 시를 보며 신이 났습니다. 감탄하고, 감동하고, 추측하고, 놀리고, 재밌어하고, 칭찬하고, 슬쩍 감추고, 아니라고 발뺌하고...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시가 참 좋았습니다. 온라인 시화전에만 그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시화전을 기획했습니다.

3시간을 기획했다가 댓글달기 활동까지 4시간을 진행했습니다. 참 즐거웠습니다. 이 수업이 진행되는 1주일동안 저는 한 학기 수업계획을 동료샘과 함께 기획했습니다. 여유가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 수업 준비를 안해도 되니, 다음 수업 고민을 안해도 되니, 부담에서 벗어나 한결 가볍게 한 학기를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추천합니다. ^^


참고자료.

국어수업 블로그 : https://dasidasi.tistory.com/entry/새학기-교사가-시간을-버는-수업 [교사가 지치지 않는 수업]

국어시간 소설 수업 : https://page.kakao.com/viewer?productId=56043622 [독서토론수업 소설 : 미지의 빨간약]

국어시간 영화 수업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5727277 [영화수업 안내서 : 국어시간에 영화읽기]

국어시간 온라인 수업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165869 [온라인 국어수업 안내서 : 우리들의 랜선 독서수업]

국어시간 온라인 수필 : https://brunch.co.kr/@kkamjangee/164 [브런치 모바일 수필수업 우수작 모음 : 영종essay 실명으로 해도 되요]

국어시간 온라인 소설 : https://novel.naver.com/challenge/list?novelId=768987 [네이버 웹소설 창작수업 우수작 모음 : 김요한 이야기]

기운나는 노래 한 곡 : https://youtu.be/LJTyTUzEHAE



출처: https://dasidasi.tistory.com/entry/새학기-국어교사가-시간을-버는-수업?category=413154 [교사가 지치지 않는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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