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도 누군가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어김없이 재미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톱니바퀴처럼 끝없이 굴러가는 인생의 굴레 속에 마치 어딘가 잘못된 듯 빠진 하나의 톱니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이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앞에 놓인 공허한 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톱니의 눈에는 화려한 연극들이 눈에 보였다. 하염없이 굴러가기만 하던 인생이 재미없게만 느껴졌다. 톱니는 호기심에 그들의 연극을 바라보았다. 그 연극의 밑에는 다른 이들이 자신의 연극을 타자기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하염없이 마성의 검은 공간에서 중독이라도 된 듯 화면만을 쳐다보았다. 누군가는 계속 그에게 새로운 무엇인가를 가져다가 준다. 늘 새롭고 놀랍고 나에게 꼭 맞는 이야기를 나누어 주던 화면은 하나의 영상을 내게 내밀었다. 내용은 그저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지만 가사에 뜻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톱니는 자신의 처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그런 화면이 낯설어 고개를 돌려 다른 화면만을 쳐다보았다.
시간이 좀 지나자 다시 그 영상은 내게 돌아왔다. 조금 녹슨 톱니는 영상을 바라보았다. 그저 굴러가기만 하던 인생에 새로운 부품이 들어온 듯했다. 톱니가 외면했던 노래는 살아달라는 노래였다. 사람들은 그곳에 동조하였다. 자석에 철이 끌려오듯 몰려와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화면의 밑에서는 어디선가 떨어져 나간 부품들이 자신처럼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의 장면이 끝나도 남아서 서로 풍선을 올리거나 서로를 고쳐주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이 죽고 싶다고 풍선을 올리니 다른 존재들은 풍선에 끝에 쪽지를 달아 다시 그에게 보여주었다. 누군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니 서로 이야기보따리를 꺼내어 잔뜩 펼쳐 놓았다. 그 광경이 신기해 시계의 부품이 째깍거리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화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누구는 자신의 부품이 떨어져 안 좋은 일을, 누구는 돌아가는 부품이 삐걱거려서, 누구는 남들의 디자인이 멋지다고 하였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쳐다보았던 화면 속에는 나만이 아닌 다른 존재들도 이렇게나 돌아가고, 녹슬어 가고, 함께 움직이는지 알았다. 시간이 지나 공허한 화면이 비추었다. 이번에는 화려한 연극이 아닌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연극 속 주인공이 아닌, 서커스 속 광대가 아닌, 그저 하나의 톱니만이 그곳에 비추었다. 어느새 톱니는 기름을 흘리고 있었고 그것은 톱니가 굴러가기 위한 자리에 흘러가 앞으로도 흐를 것이다.
톱니는 시간이 지나도 공허한 화면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의 부품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자신도 그곳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고쳐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톱니는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들의 인생에는 자신보다 훨씬 좋은 부품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톱니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톱니는 여전히 화면을 바라본다. 어쩌면 자신도 누군가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