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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Sep 23. 2022

한 편의 영화가 될 이 순간

씨네마. Anthony Pavel 외 4명 / danke / CIX

살다보면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 이 순간 자체를 평생 기억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특정 순간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모든 순간 순간이 영화처럼 느껴지곤 한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들은 한 편의 영화라고 본다. 누구와 함께하느냐,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은 각자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각자의 영화를 제작한다. 그 각자의 서사들은 누군가에게는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그 여운은 자기 자신한테도 남길 수가 있는데 그것을 추억이라 부르는 것 같다. 나는 가끔 ‘삶이란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삶이란 영화’를 생각해볼 때 즈음 들으면 좋을 법한 노래가 하나있다. CIX의 <Cinema>라는 곡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을 영화처럼 표현해낸 노래이다. 이 노래에는 많은 표현법들이 쓰였으며 그 표현들로 인해 삶=영화 라는 주제를 더 확실히 표현해내고 있다. 더 자세히 알아보자.     


 ‘난 그래도 믿어, 우리라는 frame’ / ‘찾아가길, 우리 dreams’ - 이 가사 구절에는 도치법이 쓰였다. 도치란 정상적인 문장의 어순을 바꾸어 강조하는 것인데 이 구절에 도치를 써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조하였다. ‘난 그래도 믿어, 우리라는 frame’의 전 가사는 ‘때론 서툴러서 더 늘어난 take’인데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에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 닥쳐와도 ‘우리’라는 프레임이 있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찾아가길, 우리 dreams’에서는 함께라면 분명 우리가 갖고 있던 목표나 꿈을 찾아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예를 들면 혼자 있을 때 불안한 상황이 닥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그 불안함이 2배가 되지만 내가 믿는 소중한 사람과 있다면 ‘우리’라는 이름으로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설레여 벅차고 눈부셔 여기 너와 나’ - 이 가사 구절에는 감정이나 의미가 점점 심화되면서 확대, 고조하여 표현하는 점층이 쓰였다. 설레임(처음에는 분명 이것 뿐)-벅참(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벅참)-눈부심(너와 내가 같이 있다면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날 수 있음). 이렇게 벅차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라는 감정이 심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청량한 하늘과 바람과 너와 나’ - 이 가사 구절에는 여러 대상을 나열하는 방법인 열거가 쓰였다. 하늘과 바람은 신성하고 아름다운 것들인데 그것과 너와 나를 같이 열거하여 함께있는 순간이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전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벚꽃축제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벚꽃이 흩날리는 게 매우 아름다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친구과 같이 있는 순간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화자도 나와 같은 생각인 듯하다.     


 ‘두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해’ - 이 가사 구절에는 역설이 쓰였다. 역설이란 모순 표현을 통해 감정과 의미를 더 격렬하게 표현하는 표현법이다. 실제로 두 손을 뻗어도 해에 닿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있는 찬란한 순간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것을 표현한 가사이다.     


 ‘나의 credit 속에’ / ‘날 웃게 만드는 episodes’ / ‘때론 서툴러서 더 늘어난 take’ / ‘내일이라는 screen 위에’ - 이 가사 구절에는 개인상징이 쓰였다. 개인상징이란 개인이 독창적으로 창조해 낸 상징이다. 이 노래의 제목이 ‘Cinema’인 것처럼 가사 곳곳에서도 너와 나의 추억, 일상들을 영화관 용어에 빗대어 상징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화자는 떠올리는 대상과 함께인 모든 시간을 영화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함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노래 가사에 쓰인 표현법들을 알아보았다. 작사가는 우리의 삶이 영화와 같다는 메시지를 이러한 가사들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였다. 노래 자체의 멜로디가 좋은 것도 있지만

영화 용어에 빗댄 가사 덕분에 나에게도 이 노래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노래의 원곡자인 ‘CIX’라는 그룹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하고 가자면, CIX는 2019년 7월 23일에 데뷔한 남자아이돌그룹이다. 소속사는 가수 윤하, 이석훈 등이 속해 있는 C9엔터테인먼트이며며 그룹 내 소속 아티스트는 5명이다. 주로 다루는 장르는 댄스, 발라드, 팝이다. CIX는 케이팝 내 1군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케이팝 광인’이라면 이 그룹의 숨듣명 정도는 플레이리스트에 담겨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의미있고 좋은 명곡들을 가지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다. 개인적으로 시대의 비판을 담은 <순수의 시대>가 수록되어 있는 미니2집과 내가 지금 소개하고 있는 노래인 <Cinema>가 수록되어 있는 미니4집을 추천한다. 케이팝광...의 필리버스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이 노래의 가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가끔 빈칸인 내일이 두려워질 땐 네 곁에 발 맞추는 날 기억해’이다. ‘가끔 빈칸인 내일’이라는 표현이 특히 좋았는데, 이것이 너무 바빠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 줄도 모르겠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아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날, 너무나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내일. 이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런 부정적인 날들에 항상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졌고 어깨가 펴지는 기분이 드는 구절이다. 이 가사처럼 나도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우울이 오거나 빈칸인 내일이 두려워질 땐, 내 곁에는 항상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내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도 있다. ‘가끔은 불안하고 또 때로는 흔들려도 그조차 한 편의 영화가 될 거야’라는 부분이다. 토탈미용과에 오게 되면서 메이크업 전공인 나는 ‘헤어’라는 분야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처음이라 서툰 것도 많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많았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그 더운 여름날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방과후 수업을 들었다.-안 그래도 더위 많이 타는데- 나의 실력을 평가받는 대망의 자격증 시험이 끝나고 그 결과... 나와 같이 방과후를 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합격을 하였고 나만 떨어진 것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엄청 허무하고 열심히 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아 속상한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그 과정들이 모두 한 편의 영화같이 느껴지곤 한다. 또 방과후 수업을 무더운 여름날 땀 흘려가며 했으니 ‘여름이엇다.’라는 밈과 찰떡인 것 같다. 영화에는 늘 고난과 역경이 실리곤 하니까 내 힘들었던 나날들도 영화처럼 추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조차 한 편의 영화가 된다는 건 아련했던 추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층 더 성장한 나를 의미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며.     


 이 노래를 듣다보면 요즘 TV에서 방영 중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일명 ‘꼬꼬무’라는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꼬꼬무’는 우리 사회가 꼭 기억했으면 하는 사건들 혹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방송이다. 이 방송에서 말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기가 막힐 때도 있으며, 감동적이기까지 한다. 이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고 그로 전해지는 감정이 있음을 분명히 깨달았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영화, 즉 살아온 삶은 누군가를 감동받게 할 수 있고 동시에 여운을 남기곤 한다. 따라서 <Cinema>라는 곡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프로그램은 사람들 각자의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닮아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노래를 조건 없이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나의 친한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10대시절은 청춘영화 한 편과 같다는 말이 있다. 한번 떠나가면 절대 돌이킬 수 없으며 그만큼 가치있고 소중한 순간이라는 뜻이다. 그렇듯이 우리는 우리 인생 중에서 가장 찬란하고 풋풋한 청춘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은 영화 같았고 또 그 영화같은 시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특히 고등학교 친구들은 같은 꿈을 가지고 같은 길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데, 힘들다면 힘들 수 있는 그 길을 묵묵히 함께 걸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나가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조금만 더 고생하자는 말도 전하고 싶다. 이 의미가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늘 옆을 지켜주는 친구들에게 말 대신 전하는 편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10대라는 영화같은 장면들이 더 찬란하게 빛나길 바라며... 이상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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