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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Jul 05. 2023

나를 너무 빨리 잊지는 말아줬으면.

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임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꽃처럼 그를 빨리 잊을 수 있으면..

내가 너에게 바치고 싶은 시야 선운사에서 라는 시는 내가 해석했을 때 주인공이 선운사에서 꽃이 폈다 지는 계절에 자신이 사랑하던 임을 그리워하는 시인 것 같아. 그가 왜 떠났는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꽃이 힘들게 폈다가 아주 빠르게 지는 것을 보며 힘들게 핀 꽃이 순식간에 질 때 자신은 순식간에 마음이지지 않아서 자신도 꽃처럼 그를 빨리 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녀는 멀리서 웃고있는 그, 산을 넘어가는 그를 그리워하는중이야.      


나를 너무 빨리 잊지는 말아줬으면.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시구는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라는 구절이야. 그를 그리워하며 빨리 잊어버리고 싶지만 잊어지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아. 나에게 명대사라고 생각한 이유는 그리운 사람이 빨리 피어나고 그 사람을 쉽게 잊지 못하는 상황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야. 나도 같은 상황이라서 이 시를 보자마자 이 구절이 가장 눈에 잘 들어왔던 것 같아. 만약 내가 70년 후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죽을 때를 생각할 쯤에 이 시의 구절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왜냐하면 70년 후에 죽음을 생각할 때 쯤이 되어서 내가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죽게 된다면 나는 그 사람을 빨리 잊을 자신이 없거든. 그리고 그 사람도 나를 너무 빨리는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그때쯤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 시를 함께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좋아함 이라는 감정.

나는 이 시속 내용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시에서 봄에 꽃이 피는 것을 보면서 벌써 꽃이 피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바람이 불고 한번 비가 오더니 벚꽃들이다 떨어지고 지는 것을 보면서 나의 일학년때가 생각났어 그때는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 했을 때야  처음 고등학교 생활이라서 긴장을 많이 하고 다니던 상태였어. 그러다가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지. 그런데 동아리에 엄청 눈에 띄는 사람이 있는거야. 그 사람에게 동아리시간에 피드백도 받고 이야기도 잠깐씩 했고, 나중에는 엄청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엄청 빠른 기간이었고 그렇게 빠르게 마음속에 들어왔다고 생각해. 물론 처음에는 입덕부정기라는 말이 있듯이 그냥 선배로써 존경하고 멋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눈에 띄는구나 라고 생각했고, 좋아한다는 감정이 뭔지도 모를 때 였기 때문에 좋아하는지도 몰랐어. 

그런데 동아리에서 마주치고 학교 안에서나 밖에서 마주치니까 점점 나의 마음을 깨닫게 된거랴. 그런데 나는 티를 낼 용기도 없어서 조용히 지냈어. 심지어 두학년 위의 사람이기 때문에 곧 있으면 졸업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여자친구도 생겼다고 들었거든. 내가 할 수 있는건 그냥 인사 잘하고 말 잘듣는거 뿐이었고, 마주칠 때 마다 인사잘하고 그랬어. 그래도 몇 번 인사하고 대화해봤다고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는 이미 그 사람이 곧 졸업을 해야하는 달이었어. 나는 용기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아직 친해진 기간도 얼마 안됐는데 졸업이라니 너무 아쉬웠어. 내가 더 아쉬웠던 이유는 졸업 시즌에 동아리를 자주 안나와서 얼굴을 많이 못봤거든. 

그렇게 지내다가 진짜 그 사람이 졸업해야하는 날이 왔고 나는 마지막으로 졸업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이제 진짜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그 사람이 졸업을 하고 나도 2학년이 됐는데 계속 생각이 나는거야. 동아리 시간에도 피드백을 받던 기억이 나고,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거지. 나는 내가  정말 다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걸 보니 아니었나봐. 그 사람 덕분에 그동안 몰랐던 좋아함 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을 담아 좋아해봤던 것 같아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덕분에 이런 이야기도 쓸 수 있는거고. 아직도 많이 생각나고 나도 주인공처럼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있어.      


아직 마음속에서는 잊지 못했구나.

   시를 읽으면서 가장먼저 떠올랐던 TV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건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이야. 나는 환승연애 2를 엄청 재밌게 봤는데 이 프로그램은 전에 사귀었던 연인들이 많이 나와서 같이 지내고 다른 사람들과 데이트를 하면서 다시 자신의 연인과 사귀거나 마음이 맞느 다른 사람과 사귈 수 있는 프로그램이야. 이 프로그램을 처음 접했을 때는 환승연애라는 것에 좋은 생각만 가지고 있지 않았고 조금은 나쁜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까 헤어진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이 울기도 했는데 오래사귄 연인들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어서 자신들의 예전 추억들, 예를 들면 사진, 편지, 옷, 반지등을 모아놓고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무리 헤어졌더라도 이런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며 우는 모습이 아직 마음속에서는 잊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옛 연인과 데이트를 할 수 있는데 그 순간에도 자신의 옛 연인을 떠올리며 겹쳐보는 사람이 있었고,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추억을 이야기 하는 모습도 이 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머릿속에서는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잊지 못한 것이 보였거든.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떠올랐어.     


좋지만 불편한 마음.

그리고 이 시를 읽으면서 떠오른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라는 드라마야 이 드라마는 공우진이라는 남주인공이 어렸을 때 우서리라는 여주인공을 좋아했는데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용기를 내서 한정거장 더 가면 더  빨리 도착 할 수 있으니 한정거장 더 가서 내리라고 말을 걸었다. 그래서 여주인공은 한정거장 더 가려고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어. 그런데 버스가 출발한 순간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며 버스가 뒤집히게 돼. 남주인공은 사실 여주인공의 이름을 잘못 알고 있었고, 사망자 명단에서 그 이름을 찾게된다. 그래서 자신이 여주인공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갇혀 살다가 10년이 넘게 지난 후 아픔은 가슴속에 있고 트라우마가 남아 마음속의 문을 닫고 살지만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아. 여주인공은 사실 의식불명인 상태로 13년 동안 병실에 누워 있었고, 보호자는 찾아오지 않지만 누군가가 계속해서 병원비를 내주고 있던 상태였어.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그녀는 눈을 뜨게되고, 너무나 바뀐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아무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이 직접 가족들을 찾아가겠다며 병실을 탈출하게 돼. 병실을 탈출한 이후에 자신이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봤지만 그곳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있었고, 운이 좋게 조카라는 말로 집에 들어오게되었어. 하지만 다른 그 집의 진짜 조카가 오고 집에서 쫒겨날 상황이었는데 그녀가 키우던 강아지가 그 집에 남아있었던거야. 그 집의 사람들은 그녀가 여기가 자신의 집이라고 우기는 것을 어이없어하다가 밥도 잘 먹지 않고 무기력했던 강아지가 갑자기 그녀를 보고 활기차 진 모습을 보고 그녀의 말을 들어줘. 

그렇게 같이 사는데 알고보니 그 집의 남주인공의 집이었고. 남주인공은 과거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이 여주인공에게서 자꾸 겹쳐보여 고통스러워 해. 남주인공은 그 이후로 여주인공에게 자꾸 눈길이 갔고 여주인공이 게속 과거의 그녀가 했던 행동들을 하며 자신의 옆에 있으니 좋았지만 불편한 마음을 갖고 지내. 결정적으로 그녀가 달이 보일 때 마다 하던 손동작을 여주인공이 하는 것을 보게되면서 여주인공이 과거 그녀라는 것을 깨달아 . 그리고 여주인공에게 사과하며 행복하게 지내는 내용의 드라마야.

 내가 이 드라마를 떠올린 이유는 남주인공은 드라마 속에서 여주인공에게 첫눈에 반해서, 옆에서 계속 지켜보다가 처음으로 한 한마디에 여주인공이 죽었다는 오해를 하게 돼. 그래서 여주인공을 그리워하고 트라우마까지 생겨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고 살아가는 남주인공의 이야기잖아. 그래서 빠른시간안에 반한 남주인공이 13년이 지나서도 그녀를 떠올리고 겹쳐보고, 또 그녀가 죽었을 때 생긴 트라우마를 없애고 싶어하는 모습이, 선운사에서 라는 시가 떠올랐어. 분명히 남주인공도 그녀에게 13년이라는 시간을 빼앗고 청춘을 즐기지 못하게 한 것이 정말 미안하고, 안타까웠을거야. 

그래서 이 드라마가 떠올랐던 것 같아.      


우리가 죽을 때.

 내가 이 시를 70년 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은 이유는 그 사람에게 너와 내가 서로 정말 사랑하지만 나중에 우리가 죽을 때 나는 너를 절대로 입지 못할거라고 그만큼 너무나 많이 사랑했고, 많이 그리워 할 것이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먼저 죽더라도 우리가 같이 보고, 느꼈던 이 시를 떠올리며 잊지말자고, 많이 사랑하자고 전하고 싶기 때문이야. 그냥 살아있을 때나 어느때나 서로를 생각하며 지내자는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          


어떤 꽃보다 아름다웠을 그때로.

시속의 나는 꽃이 힘들게 피고 빠르게 지는 것을 보면서 잊혀지지 않는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봄같이 따사롭고, 화사한 헤어, 메이크업을 해주고싶다. 봄에 피는 벚꽃같은 핑크 메이크업도 좋을 것 같고, 많은 꽃들처럼 색이 다양하게 들어가는 메이크업도 좋을것같다. 내가 그녀에게 헤어, 메이크업을 해주고 싶은 이유는 내가 그녀가 그리워하는 그를 잊게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를 잊게 해주지는 못하니 차라리 그녀를 행복했던 그때로 그의 눈에는 그 누구보다 예쁘고,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웠을 그때로. 그 행복했던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게 그녀를 꾸며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내가 그의 눈에는 이렇게 아름답게 비췄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메이크업을 해줌으로써 잠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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