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보니 상대팀의 골대 그물이 출렁출렁
학교 생활,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난 친구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 나에겐 초등학생 때 만난 3명의 친구가 있다. 누군가에겐 짧을 수도 있는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이라는 시간을 우리는 함께 보냈다.
초등학교 3학년 전학을 가게 된 나는 소극적인 탓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인원수가 30명도 되지 않는 작은 학교였기 때문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그 후 4학년, 5학년, 6학년 1년 간격으로 지금의 나의 친구들이 전학을 왔다.
나의 초등학교는 플로어볼이라는 운동과 국악이 특성화된 학교였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매일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그리고 비가 올 때도 눈이 올 때도 운동장에서 몇 십 바퀴를 뛰어다녔다. 지금은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싶지만 그 때 당시의 나는 흙바닥을 쓰러질 때까지 뛰어야 하는 훈련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말할 정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몇 번이고 그만하겠다고 울면서 운동장을 뛰쳐나왔지만 엄마의 부추김 때문에 다시 훈련을 하곤 했다. 내가 하기 싫다고 나왔을 때마다 꼭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선생님과 또 나에게 화를 내는 엄마의 잔소리에 사소하지만 속상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도 하기 싫었지만 그래도 같이 하자며 손 잡아 주었던 친구들 덕분에 나는 계속 훈련을 받았고 교체선수로 앉아있으며 비참함을 느낄 때도 가끔 있었지만 대회에 나가면 열심히 뛰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뛰는 것 마냥 심장을 졸이며 봤다.
그렇게 거의 모든 경기에서 교체선수였던 나에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 전국대회 1, 2등을 가리는 경기였고 나는 그 경기에서 같이 뛰게 되었다. 그 경기에서 나는 6학년이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뛰는 경기라 생각하고 스틱을 잡고 경기를 했다.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불고 나는 공격수였기 때문에 수비수가 준 패스를 받고 상대팀 골대 쪽으로 뛰어갔다. 한발, 두발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친구에게 패스를 하고 내가 다시 공을 받았다. 이 패스 훈련도 몇 년이나 한 지 모르겠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집중을 스틱 잡은 손과 공에 모두 쏟고 있는 힘을 다해 공을 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상대팀의 골대 그물이 출렁출렁 거리고 있었고 우리팀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은 자신의 일인 것처럼 좋아했는데 그때서야 나는 나를 끝까지붙잡아 주었던 선생님과 친구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맙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그 때 1, 2등 중 몇 등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에겐 1등 같은 순간이었다.
나는 지금 친구들과의 관계가 돈독한 것은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같이 손을 잡고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라면 이겨내지 못했겠지만 함께였기 때문에 나의 인생이 빛났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