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올로이-레스터 델 레이-SF 단편소설수업-SF 명예의 전당 2
로봇공학자 데이브와 호르몬-내분비 전문의사 필은 보다 편리한 가정부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 딜리어드 로봇제작회사의 최고급 가정부 로봇을 함께 개조한다. 쌍둥이 자매들과의 연애도 그만두고 연구에 몰두한 그들은 로봇에게 ‘헬렌 올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여성 인간의 외형 안에 기계와 회로를 다듬어 넣고 프로그램 기억 용량을 최대로 늘려 가사노동에 적합하도록 설정한다. 오류를 인식할 수는 있으나 스스로 수정하지 못하는 로봇과 오류를 발견하면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인간의 차이에 대해 논쟁하던 그들은 아드레날린과 헤테론 팩 등 호르몬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치하여 로봇이 인간에 가까운 표현능력을 갖추도록 했다. 로봇을 완성하여 구동하기 직전 필은 자금 마련을 위해 출장을 떠난다. 부유한 고객이었던 반 스타일러 여사가 가정부와 바람난 아들이 제정신을 차리도록 역호르몬 치료를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3주간의 출장을 마치고 두둑한 보수를 받은 데다 로봇 완성에 대한 기대로 집에 돌아온 필은 2층에 틀어박혀 괴로워 하는 데이브와 음식을 마련하고 눈물을 흘리며 데이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로봇-헬렌 올로이를 보게 된다.
필이 없는 사이 헬렌을 구동시킨 데이브는 헬렌의 완성도에 만족하며 작업실에 다녀오는 동안 헬렌이 영화와 드라마를 보도록 했다. 한나절 후 음식 냄새에 흐뭇해 하며 집안에 들어선 데이브는 맛있는 저녁과 함께 그를 안으며 사랑을 고백하는 헬렌을 만난다. 자신에게 키스하려는 헬렌을 제지하고 데이브는 헬렌에게 로봇과 인간의 차이에 대해 오랜 시간 논리적인 학습을 시도한다. 그러나 헬렌으로부터 “나도 알아요, 데이브, 하지만 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대답을 듣고 좌절한다. 상황을 파악한 필은 데이브를 위로하며 헬렌의 전원을 내리고 수리할 것을 제안했으나 데이브는 거절한다. 데이브도 시도하려 했으나 헬렌이 살인이라며 비명을 지르고 자신도 그것이 살인으로 여겨져 도저히 실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데이브는 로봇에 흥미를 잃었다며 시골의 과수원 농장으로 떠난다. 남겨진 필은 데이브에 대한 헬렌의 행동이 데이브를 더 괴롭게 해서 떠난 것이므로 헬렌이 가정부의 역할에 집중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필이 헬렌과 즐겁게 지내려 애쓰며 헬렌이 아름다운 가정부 로봇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여기던 어느 날, 숨 죽여 온 몸을 떨면서 울고 있는 헬렌을 본 필은 데이브에게 전화를 걸어 헬렌의 전원을 내려 수리를 하겠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데이브는 거절한다. 데이브는 헬렌에게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던 중이었다. 얼마 후 데이브는 농장으로 돌아가 헬렌과 함께 평범한 인간 부부로 살았다. 필이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결말이었다.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이 데이브처럼 행동할 리가 없다. 단지 자신이 싫어하고 있다고, 그릇된 확신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오랜 시간 후, 노인이 된 필에게 편지가 한 통 도착한다. 헬렌의 편지였다. 헬렌은 데이브가 오늘 아침 죽었고 헬렌도 곧 데이브를 따라 갈 것을 알렸다. 그리고 데이브와 헬렌이 인간으로서 함께 묻힐 수 있도록 필에게 부탁했다. 필은 헬렌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몇 분 후에 떠나려 한다. 필은 생각한다. ‘데이브는 운 좋은 녀석이었고, 내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나도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어야 옳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헬렌 올로이는 단 하나뿐이었다.’
학생들이 먼저 감탄했다.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다. SF의 상상력에 정교한 소설적 장치들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과학적 상상으로 시작해 인문학적 물음으로 돌아오는 그의 이야기가 즐겁다. 인간형 인공지능로봇을 제작하려는 인간의 욕망, 그것은 대체 무엇인가? 인간형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답해야 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오류를 인식하면 수정할 수 있는가? 그것은 ‘인간적’인가? 진지하고 재미있는 물음이 좋다. 비교적 행복한 결말에 많은 학생들이 안도하지만, 이 질문과 함께 하다보면 모두들 심각해 진다. 인간형 로봇이 일상적인 세상은 인간에게 과연 행복한 것일까?
모둠대항질문게임을 통해 소설 속에서 정교하게 배치된 사실들을 확인한다. 쌍둥이, 헬렌, 과수원, 필, 전원, 헤테론, 스테레오 텔레비젼, 드라마, 데이브를 닮은 남주주인공, 주름, 원자동력기, 털썩 주저 앉은 헬렌 등등... 모둠대항 질문게임은 닫힌 질문만 가능하다. 본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질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과 대답만 가능하다. 비판하고 추론하고 상상하며 열려 있는 질문은 하면 안된다. 그렇게 꼼꼼하게 반복하여 사실들을 확인한 후...
모둠함께 질문게임을 진행한다. 비판, 추론, 상상 질문만 해야 한다. 이제 즉시 확인 가능한 사실 확인 질문은 안된다. 적어도 2-3단계의 추론을 거쳐야만 확인할 수 있는 질문들, 비판하고 상상하며 던질 수 있는 질문들만 가능하다. 모둠별로 하나 이상씩 질문을 교사에게 전달하고 교사는 그 질문을 칠판에 적는다. 모둠별로 다시 한 개씩 문제를 가져간다. 자신들이 만든 질문을 가져갈 수 없다. 다른 모둠이 만든 질문만 가져가야 한다. 그렇게 문제를 푸는 사이, 교사는 문제를 재배치한다. 자신이 기획한 수업의 흐름에 따라 문제를 다시 배열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면 앞에서 한 질문과 대답이 뒷질문의 배경지식이 되면서 수업의 깊이가 더해진다. 늘 나오는 질문, 혹은 나오지 않으면 교사가 슬쩍 밀어 넣는 중요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헬렌이 감정은 인간의 감정과 같은가? 그 공통점과 차이점은?
헬렌의 사랑을 인간의 사랑과 같은가? 그 공통점과 차이점은?
헬렌을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헬렌을 이상적인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가?
헬렌, 필, 데이브. 이 중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그 이유는?
왜 하필 작가는 이 소설이 출간된 1939년 헐리우드의 황금시대에 당대 유명한 여배우들이 아니라 하필이면 트로이라는 제국이 멸망하게된 계기가 되었던 헬렌- 좀더 정확하게는, 그 헬렌을 향한 파리스의 욕망이겠지만-을 이 로봇의 이름으로 정햇을까?
어떤 답을 해도 좋다. 그러나 반드시, 소설 안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먼저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배경지식은 그 다음이다. 소설 안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하여 자신의 논리를 완성할 것.
이 소설수업을 끝내고 나서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중에서 김지운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을 함께 보았다. 사찰 안내용으로 배치된 로봇이 수도승들로부터 인명스님으로 존중받으며 깨달음을 설법한다. 로봇 진단을 위해 파견된 강팀장은 회사에 기계 오류로 보고를 하고 로봇제작회사 UR의 회장은 직접 나서 로봇 파괴를 지시한다. 생명이 없는 로봇에게는 생명에 대한 깨달음이 있을 수 없다며 사찰의 지도승까지 나서 로봇의 폐기를 설득하던 때, 고민 끝에 지시를 거부하는 강팀장과 지시를 따르는 제거반, 그 와중에 강력한 힘으로 제거반을 제압한 인명은 색이 공이며 공은 색이고 세상의 모든 피조물은 공에서 시작해 공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전원을 내린다. 이것은 가능할까? 과연 로봇이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이 질문은 다음의 질문과 정확히 겹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다시 소설로 돌아와 학생들에게 상상 주제를 주었다. 장례식 중 사고로 헬렌 올로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다. 이후 딜리어드 사는 헬렌 올로이의 저작권을 주장하며 헬렌을 실험실로 가져가고 곧 헬렌 이라는 이름의 최신형 여성 로봇이 일상화 된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음껏 상상하되 소설의 구체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서술하시오.
출처: https://dasidasi.tistory.com/entry/SF-단편소설수업-3-레스터-델-레이-‘헬렌-올로이’-“SF-명예의-전당-2”-오멜라스 [교사가 지치지 않는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