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로빌에 사는 이유 1

오로빌

by 오로빌리진

예전에 읽은 책 중에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주인공이 쓸모없다고 생각한 그림자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주머니를 악마와 바꾸었는데 나중엔 그림자가 없다고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면서 그 마술주머니를 숲에 버리고 남은 돈으로 마술장화하나를 얻어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끝내 살던 곳에 다시 흡수되지 못하고 여행자를 선택하는데 이것은 해피엔딩인가 새드엔딩인가


만약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라면 다시 그는 정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오로빌을 선택한 이유는 이곳이 이방인의 도시이기 때문이었다. 마술주머니를 버리고 자유를 찾아 떠나온 이방인들이 사는 곳,


울 아버지가 귀농지로 택한 경북의 시골에서도 처음에는 낯선 자를 경계했다. 아버지가 농사를 짓고 주민들과 친해지고 이장까지 했을 때는 그들과 어울리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있었으리라. 그들은 그곳에 이미 뿌리내린 정착민들이었고 우리 아버지는 뜬금없이 찾아온 이방인이었으므로 아빠는 그 모든 텃세를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오로빌은 모든 사람들이 이방인이다. 53여 개국 사람들이 자신의 국적을 유지하며 이곳에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인도사람이라도 다르지 않다. 이곳은 인도 속의 유럽이니...


지난겨울, 같이 영어 프리토킹 수업을 듣고 있는 이탈리아 할머니 자네카가 영어를 힘들어하는 나를 꼭 안아주며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이야기해 주었다.


"괜찮아, 나도 2년 전엔 너와 같았어, 나보다 젊으니 넌 훨씬 빠를 거야. 시간이 해결해 줘, 괜찮아"


같은 이방인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공감대, 이곳엔 그것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새로운 이방인이 들어온다. 그것은 우리를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도록 만든다.


어제는 멀고 오늘은 낯설고, 내일은 두려운 격변의 시간이 흐르는 드라마 '도깨비'와 다르게, 이곳의 시간은 어제는 멀고, 내일은 장담할 수 없기에 오늘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휴가 갔다가는 안 돌아오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이번 여름 뉴커머 다섯 가족이 모두 5~6월에 오로빌을 떠났다가 7월 중순 마지막 다섯 번째 가족이 무사히 돌아왔을 때 우리는 기뻤었다.


다시 현재를 함께할 전우들이 모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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