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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깐 KKan May 11. 2017

고양이 인식표 장착기

덧문이 있긴 하지만, 창문을 닫아놓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된다. 아차 하는 순간 튀어 나가버리면 어쩌지 싶다. 가출하고 집에 얌전히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고양이들은 대개 그렇지 않으니까. 어디서 봤다는 제보라도 듣게 이름이라도 잘 보이게, 눈에 더 잘 보이면 내 전화번호를 발견해서 연락할 수 있게 인식표를 채워줬다. 물가에 아이 내놓는 마음으로 물 근처에 가지도 않은 아이에게 이름표를 달아 주는 격이랄까. 녀석은 아직 창가나 겨우 보며 다니지만 언제 어느 날 날이 좋고 기분이 좋아 뛰쳐나갈지 모르니까.  



몇 가지 디자인을 뒤적거리다 마음에 든 건 깔끔한 천연가죽 인식표. 이름과 전화번호가 얌전히 프린팅 되는 제품이다. 고려했던 몇 가지는 짤랑거리는 것 금지, 여성스러운 것 금지. 명색이 사내아이에게 꽃무늬나 레이스를 달아주긴 싫었다. 하네스 좀 채워볼까 했더니 등 뒤에서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에 미친 듯이 질주하는 녀석에 나도 질색팔색을 했었다. 선택지가 많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마음에 들었고 색상도 적당히 눈에 보이는 밝은 베이지색을 택했다. 실제로 받아보니 있는 듯 없는 듯한 무게와 부드러운 촉감에 딱이다 싶었다. 사투를 벌이며 채우고 나니 언제 그렇게 발악했냐며 얌전하게 잘 다닌다. 채워진 줄도 모르는 게 분명하다.



다만 가죽으로 되어 있고 채운 후에 조절하는 타입이라 탈착이 너무 불편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목욕시킬 땐 빼줘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난리 피울 걸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땀이 맺힌다. 날도 더워지는데 서로 그러려니 봐주고 살자, 산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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