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문이 있긴 하지만, 창문을 닫아놓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된다. 아차 하는 순간 튀어 나가버리면 어쩌지 싶다. 가출하고 집에 얌전히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고양이들은 대개 그렇지 않으니까. 어디서 봤다는 제보라도 듣게 이름이라도 잘 보이게, 눈에 더 잘 보이면 내 전화번호를 발견해서 연락할 수 있게 인식표를 채워줬다. 물가에 아이 내놓는 마음으로 물 근처에 가지도 않은 아이에게 이름표를 달아 주는 격이랄까. 녀석은 아직 창가나 겨우 보며 다니지만 언제 어느 날 날이 좋고 기분이 좋아 뛰쳐나갈지 모르니까.
몇 가지 디자인을 뒤적거리다 마음에 든 건 깔끔한 천연가죽 인식표. 이름과 전화번호가 얌전히 프린팅 되는 제품이다. 고려했던 몇 가지는 짤랑거리는 것 금지, 여성스러운 것 금지. 명색이 사내아이에게 꽃무늬나 레이스를 달아주긴 싫었다. 하네스 좀 채워볼까 했더니 등 뒤에서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에 미친 듯이 질주하는 녀석에 나도 질색팔색을 했었다. 선택지가 많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마음에 들었고 색상도 적당히 눈에 보이는 밝은 베이지색을 택했다. 실제로 받아보니 있는 듯 없는 듯한 무게와 부드러운 촉감에 딱이다 싶었다. 사투를 벌이며 채우고 나니 언제 그렇게 발악했냐며 얌전하게 잘 다닌다. 채워진 줄도 모르는 게 분명하다.
다만 가죽으로 되어 있고 채운 후에 조절하는 타입이라 탈착이 너무 불편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목욕시킬 땐 빼줘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난리 피울 걸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땀이 맺힌다. 날도 더워지는데 서로 그러려니 봐주고 살자, 산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