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깐 KKan May 15. 2017

소름끼치는 탐욕의 공포

<겟 아웃> (2017)

피부색을 넘나드는 로맨스인가 했더니, 인종 역차별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물이었다. 이걸 영화를 보고 느꼈어야 하는데 예고편으로 느꼈다는 게 함정. 로튼토마토 99%를 얻었다는 신선함도 예고편에서만 강렬하게 느꼈다. 흑인이 열등하다고 믿던 백인들은 이제 그들의 우월함을 찬미한다. 영화 속 백인, 심지어 아시아인까지도 흑인의 신체적 특징들을 탐내면서도 그들의 정신을 자신들이 지배할 수 있다고 여긴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은 것은 흑인을 소유물 만들려는 악독한 마인드인 것.



영화에서의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는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오늘날 그 누구도 특정 인종이나 사회계층을 노예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존재한다. 심지어 그들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주도권을 쥐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까. 영화의 소재가 구시대적인 것 같으면서도 현대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흑인 대통령이 연임을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음에도 인종차별을 일삼는 자를 대통령으로 뽑고,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갈등을 유지하는 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요즘 시대에 무슨 소리야'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 흑인이라는 이유로 끔찍한 일에 직면한 주인공의 또 다른 흑인 친구는 거짓말 같은 그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차별받은 이와 같은 처지인 사람만이, 차별의 현실을 인정할 수 있었던 셈이다. 친구가 또 다른 유색인종의 경찰들에게 친구의 어려움을 호소했음에도 외면받는 장면은 그래서 더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차별의 대상 내부에서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목소리를 세상 어디에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친구의 캐릭터는 진지한 생각에 빠지기 어렵게 우스꽝스럽고 너무 기괴한 상황 설정들은 몹시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예고편에서 맛봐버린 신선함을 본편에서 더 찾을 수 없고,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뇌 공개 컷을 제외하곤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니 본편에서 집착하게 되는 건 이런 생각들뿐이었다. 분위기나 음향효과보다 비현실적인 듯하면서도 현실적인 사람들의 비인간성에 훨씬 소름 끼친 영화. 어떻게든 스릴러로서 성공적인 영화라고 볼 수 있겠지만, 결코 다시 보고 싶진 않다. 안 볼 수 있는 걸 택한다면 미래의 2회 차보단 과거의 예고편을 택하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슬픔 없이, 행복해지는 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