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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깐 KKan Jul 31. 2017

가까워져서 다행이야

6개월 - 3개월 고양이 합사 성공기



3개월 고양이 먼지는 집에 있던 6개월 된 산지와 친해질 수 있을지 걱정만 되던 애였다. 격리 후 냄새로 천천히 친해져야 한다는 합사 정석을 수없이 읽었지만 막상 데려오고 나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이 3개이긴 해도 생활공간을 나눠서 쓰기엔 너무 불편했던 것이다. 방 하나는 산지가 주로 있는 공간이고, 안방은 고양이를 들이지 않고 있었으며, 먼지를 격리시켜 놓은 방엔 우리 부부가 주로 머물고 있었다. 하악질 한 번 한 적 없던 산지는 먼지에게는 물론 먼지 냄새가 배어 든 우리까지 경계하기 바빴다. 



이대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같은 샴푸로 목욕을 시키고 경계 없이 공간만 분리시켜 줬다. 서로 접근하지 않더니 먼지가 먼저 산지에게 관심을 보였고 도망 다니던 산지도 서서히 호기심을 갖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먼지가 공격을 당하는 수세지만 먼지 역시 쉽게 항복하지 않았고 우리는 유혈사태라도 날까 걱정돼 근처를 맴돌 뿐이었다. 피를 볼 때까지 개입하지 말고, 개입하더라도 다시 격리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다시 격리하면 끝없이 반복일 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애처롭게 울긴 하지만 먼지는 잘 도망 다니고 있었다. 몇 군데 먼지가 몸을 숨길 만한 구석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합사 나흘 째에 둘만 놓고 출근을 했다. 격리 없이 두고 다녀오느라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누구 하나 다친 것 같지 않았다. 하악질은 양쪽 모두 멈춰 있었고 밥도 잘 먹고 있었으며 화장실도 문제없이 이용하고 있었다. 조금씩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합사 2주째. 이제 먼지는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다. 산지도 먼지가 훨씬 체급이 작은 아기라는 걸 아는지, 세게 물지 않는다. 핥아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먼지에게 뒷발 팡팡이라도 받으면 목을 살짝 물어 제압한다. 깽깽 대며 우는 건 먼지지만 실상 맞는 건 산지가 더 많다. 뱅갈 답게 평소 말이 많은 산지가 어디선가 애옹 거리면 먼지가 달려가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먼지가 오기 전엔 관상용 고양이었던 산지는 먼지에게 에너지를 쏟아내서인지 훨씬 유순해졌다. 산지에게 물리는 빈도도 훨씬 줄었고 그나마도 더 약하게 무는 덕에 무시할 수 있는 정도. 여자애라 그런 걸까. 먼지 성격은 산지와 한참 다르다. 만나면 냥- 하고 인사하고 수시로 와서 몸을 비빈다. 그야말로 애굣덩어리. 산지는 쾌활하고 자유로운 고양이라면, 먼지는 얌전하고 애교 많은 고양이. 사람처럼 성격이 다른 걸 보면 너무 신기하다. 먼지도 산지만큼 자라고 둘이 다정하게 안고 자는 모습을 보는 그날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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