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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깐 KKan Mar 11. 2019

서른 여섯의 생일밤,
자꾸 살아나는 여자

<러시아 인형처럼>, 2019



엄마가 삶을 내려 놓았던 서른 여섯이라는 나이, 딱 그 나이 생일에 자동차 사고로 죽어버린 나디아. 끝인가 하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자꾸만 생일 파티의 화장실 거울 앞에서 부활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신상태를 자가진단하다가 뭘 해도 죽어버린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게 되지만, 그래도 이상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녀가 반복하는 생일파티의 밤은 반복할 때마다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는 것. 그녀가 처음 생각한 것처럼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 건 아니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나디아의 반복되는 죽음 한 편에는 앨런이라는 남자가 있다. 전혀 무관한 사이인 것 같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결코 인지하지 못했던 연결고리들이 있었다. 놀랍게도 앨런 역시 나디아가 빠져버린 수렁에 왜인지 모르게 함께 빠져 있다. 정반대의 삶의 방식을 지녔다고 해도 좋을 만큼 서로 맞지 않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이상한 일들의 이유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단합하기로 한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2월 선보인 드라마 <러시아 인형처럼>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흔한 타임루프물 같지만 독특한 설정과 분위기로 시선을 끈다. 알고 보면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고 주인공이 표현하는 인생의 쓴맛이 꽤 진한데도, 냉소적인 유머코드가 적절한 호흡으로 심어져 있어 부담없이 웃으며 볼 수 있다. 한 편의 길이도 30분 정도로 짧아서 8편의 모든 에피소드를 정주행해도 피로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수준. 개인적으로는 나디아의 두 친구들이 인트로에 흐르는 음악만큼이나 드라마 전체의 맛을 끌어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이다.



<러시아 인형처럼>을 요약한다면 각자의 이유로 죽음을 동경하던 주인공들이 죽음을 경험하면서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도 교훈적이지도 않지만 그만큼 너무 건조한가 싶기도 하고 여운이 적기도 하다. 주제의 깊이나 개연성에 대한 큰 기대는 두고, 배우들의 매력에 웃으며 볼 드라마를 찾는다면 적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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