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인터뷰, 무색무취 그녀
Q. 자기소개
- 저는 99년생 여성, MBTI는 ISFJ이고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 생각하지만 아직 한계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Q.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 사랑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은 자기 자신을 좀 사랑하려고 하고 있고 가족, 특히 할머니.
할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저를 키워주셨고 저한테 주셨던 무한한 사랑 때문에 솔직히 옛날에는 할머니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올 정도였거든요.
요즘은 좀 괜찮긴 한데 그래도 물어봤을 때 딱 떠오르는 건 할머니.
Q. 가족에 대한 애정이 클 것 같아요. 본인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가요?
- 전 외동인데 제 또래들은 보통 형제가 다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어릴 땐 당연히 혼자 누리는 것들이 좋았죠. 그리고 그때는 부모님도 젊었잖아요.
근데 제가 나이를 먹다 보니까 부모님도 연세가 드시고...
형제가 많으면 싸움이 나는 집도 있지만 잘 지내고 역할 분담을 잘하는 집들도 있잖아요. 그런 걸 가까이서 보고 느끼고 직장 생활하면서 다양한 사람 만나다 보니까 가족만 한 게 없다는 게 몸소 느껴지더라고요.
저희는 가족구성원이 좀 많은데 다들 사이가 좋고 가족을 통해서 그 사랑과 든든함이 느껴져요. 그런 걸 경험하고 자랐기 때문에 가족은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전 혼자잖아요.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형제도 없으면 완전히 혼자가 된 거잖아요. 게다가 또래에 비해 유독 부모님이 연세가 많은 편이시기도 하고... 이걸 느끼니까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결혼은 해야겠다, 내 편이 필요하다.
Q. 가족 외에 타인을 사랑한 경험이 있나요?
-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동물도 어릴 때 키웠던 강아지, 뭐 그런 것도 그 당시에는 사랑했을지 모르겠는데 너무 과거의 일이고.
지금 생각했을 때 사랑을 했다고 말할 만한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Q. 취미나 취향이 있나요?
- 저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런 게 너무 없는 거예요!
호불호가 어느 정도 있긴 한데 이게 남들처럼 뚜렷하지 않다고 해야 되나? 취향... 그래서 저도 그런 걸 찾고 싶어요.
누가 저한테 너 뭐 좋아해? 무슨 노래 좋아해? 이렇게 물어보면 선뜻 '나 이런 거 좋아해.' 이거를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재미없게 살아요.
그나마 친구들 만나서 이렇게 떠들고, 사고 싶은 물건 사고 그 정도밖에 없어요. 재미가 없죠 인생이.
Q. 제가 봤을 때는 타로, 사주 같은 미신에 흥미가 많은 것 같아요
- 일단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자신의 미래나 운명에 관한 말을 들으면 힘이 빠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약간의 희망이 큰 힘이 되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서 '뭐가 된다고 했으니까, 나중에 돈 많이 벌 거라고 했으니까.' 이런 희망을 얻을 수도 있고, 안 좋은 일이 생겨도 "너 원래 그런 사주야." 이렇게 말해주면 '그러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좀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거든요.
Q. 그리고 액세서리도 되게 많고 옷 예쁘게 입는 거랑 네일아트 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자신을 가꾸는 취미도 있어 보이는데?
- 제가 원래 평상시에는 머리도 안 감고 모자만 쓰고 다니고 잘 안 꾸미고 다녔거든요?
특히 코로나 때는 더 그랬는데 대학교 다닐 때는 학과 특성상 좀 꾸미고 다녀야 했어요. 머리도 묶어야 되고 준정장을 챙겨 입어야 되고 구두도 신어야 되고 하니까 주말이나 학교 안 가는 날에 편하게 다니면 진짜
"누구세요..?"
이럴 정도로 안 꾸미고 다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젊음을 계속 이렇게 낭비할 수 없다!'
근데 그 이후로도 막 속눈썹을 붙이고 붙임머리를 하고 그럴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못하고, 깔끔해 보이는 걸 좋아해서 눈썹 관리, 얼굴 솜털, 피부, 인중, 머릿결 그런 디테일한 부분들에 엄청 신경 쓰고 있어요.
Q. 그렇게 자신을 가꾸는 것도 스스로에 대한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해요. 할머니께도 애정을 표현하나요?
- 아니요, 전혀 못해요. 일단 낯간지럽고 오글거리는 거 너무 싫어해요.
애정하는 마음은 항상 있는 데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게 너무 간지러워요.
올해 본가에 갔는데 할머니가 계셨단 말이에요. 그런데 할머니를 보고 갑자기... 갑자기 슬퍼지는 거야.
나 시집가는 것도 보여주고 싶고, 아기 낳는 것도 보여주고 싶은데 할머니가 과연 볼 수 있을까..?
갑자기 이 생각이 팍 들어서 혼자 좀 울었어요.
제가 할머니한테 잔소리 엄청 하거든요? 얼마 전에 넘어져서 팔 부러지셨단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왜 조심을 안 하냐... 뭐라 그러고... 걱정되는데 괜히 그런 식으로 표현을 하는 거죠.
나도 살갑게 표현하고 싶은데 잘 안 돼.
그리고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못했다는 걸....
Q. 현재 사랑에 관한 호기심이나 고민
- 도대체 사랑이 뭘까..? 무슨 느낌일까?
제 생각에는 내 새끼를 낳아보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왜냐면 애기들한테는 진짜 정말 무한한 사랑을 주잖아요.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내 뱃속에서 나온 거니까 당연히 예쁘지 않을까?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더라고요.
"낳아봐야 안다."
이 기분, 이 감정은 진짜 말로 설명할 수가 없고 진짜 내가 낳아봐야만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Q. 어떤 사람과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
- 제가 좀 내성적이거든요. 막상 나가면 잘 놀지만 나가는 것 자체를 잘 못하는 사람이에요.
지금 이 정도도 많이 발전한 거고 옛날에는 진짜 심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나를 바깥으로 잘 꺼내주는 사람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요.
Q. 사랑이 필요할 때가 있나요?
- 사랑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친구들이 남자친구랑 잘 지내고 뭐 하는 모습을 볼 때 '저렇게 사는 게 정상적인 건가...?' 그런 생각들 때는 있어요.
Q. 최근에 주변에서 사랑을 느낀 적 있나요?
- 아! 제가 최근에 깨달은 게 있어요. 얼마 전에 제 생일이었잖아요?
수요일이라서 출근을 했는데 팀장님도 생일이라고 며칠 전부터 계속 점심 회식하자고 하시고 팀원분들도 축하해 주시고 선물도 사주시고 다른 팀에 친해진 분들도 막 축하해 주셔서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나 회사에서 사랑받고 있구나..!'
나 진짜 사랑받으면서 회사 다니고 있고, 정말 감사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다른 꿈도 있잖아요.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 제가 생각했을 때 저는 그렇게 높은 어학 성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린것도 아니고, 외모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나이는 점점 먹고 있고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 걸 실감하니까 솔직히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도 커요.
그래도 아직까지 붙잡고 있는 이유는 후회하기 싫어서.
진짜 후회하기 싫어. 제가 안 해보고 안 됐을 때, 나중에 가서 '그때 좀 해볼걸.' 이런 후회는 하기 싫은 거예요.
근데 제가 해볼 때까지 해봤는데 안 됐다?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 그 끈을 못 놓는 거예요.
지금 직장에서도 인정받으면서 일하고 있지만, 저는 명확한 전문성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Q. 오늘처럼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파고들면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 맞아요. 아까 말했듯이 "너 무슨 노래 좋아해?" 해도 "나 무슨 노래 좋아해."이게 안 튀어나오는 사람이니까.
제가 면접준비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게 "취미가 뭐예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어떤 걸 하나요?" 이런 거에 대해서 답변을 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제가 제 자신을 모르니까.
내가 뭐 했는지도 기억 안 나고,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취미가 뭔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면접관이 저한테 그런 질문을 하면 즉흥으로는 절대 대답할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 되잖아요.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도 어렵더라고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래서 저도 막 찾아봐요.
나 자신을 먼저 알아야 가능한 것 같아요.
아, 요즘에 하나 생겼어요. 저 데이식스 좋아해요!
Q. 사랑이 뭘까요?
- 챙겨주고 싶은 거 자체가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있지 않더라도 생각이 나고, 할머니한테 맛있는 거라도 한 번 더 사드리고 싶고, 옷이라도 더 예쁜 거 사서 입혀주고 싶고 이런 마음이 드는 것 자체가 사랑인 것 같아요.
Q.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이잖아요. 색깔이나 향처럼 실체가 있다면 어떨까요?
- 음...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게끔, '투명하고 흐르는 물'처럼 보일 것 같아요.
가둬두지 않으면 흘러가는 물처럼 어디에 담아도, 어떤 모양으로 빈틈없이 채워질 것 같아요.
그리고 투명하면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더라도, 어떤 색깔로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투영되고 비치잖아요.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를 때, 새로운 경험은 필수 적인 것 같아요.
여행도 다니고, 공연도 보고, 꽃시장에 가서 꽃다발도 만들어 보고
그래야 내가 무슨 꽃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있잖아요.
그리고 사람은 자신의 세상을 넓혀준 사람을 절대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게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면 더 좋지 않을까요?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