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00명에게 묻다.

일곱 번째 인터뷰, 가끔 봐도 괜찮은 사이

by 산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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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 28세 남성... ISFJ인데 이제 모든 요소가 거의 반반인... 아르바이트하면서 영상디자인 쪽으로 취업 준비 중입니다.



Q.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 여러 모습으로 사랑을 하고 있죠. 일단은 가족, 부모님. 조금 다르지만 누나, 조카들. 그 외에는 뭐 친구들, 교회 사람들 뭐 이렇게 다양하게 사랑하고 있어요.



Q. 박애적이네요... 누군가 당신을 미워해도 사랑할 수 있나요?

- 저는 일단 먼저 미워하진 않아요. 일단은 보자마자 '꼴 보기 싫다.' 그러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저는 누구를 미워하는 게 힘들어요. 감정 소모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서. 진짜 미워하는 데 드는 힘이 상당하기 때문에 차라리 조금 마음에 안 들면 아예 무관심해버려요.



Q. 사랑했던 일이나 취미가 있나요?

- 원래는 커피를 사랑했죠. 근데 군대 다녀왔더니 학과가 없어졌어요... 계속할 수 없는 환경이라서 지금은 그냥 맛있는 커피 마시는 거 좋아하고... 사랑은 식었어요.


ㅣㄷㄷ.jpg Lee 티셔츠를 입은 이 씨를 처음 보는 이 씨



Q. 종교에 대해서 사랑과 연관 지어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 어디 절에 가든지 뭐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고 복 받길 원하고 이런 거는 절대 아니고, 내 이전의 삶을 돌아봤을 때 뭔가 '사람의 힘이 아닌 뭔가가 나를 이끌었다.' 그런 게 있거든요. 정말 수많은 억까 속에서도 재미있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거, 이거는 정말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는 느낌.


그런 것 속에서 감사함을 느껴요. 나를 저기서 썩지 않게, 죽지 않게 내버려 두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함 뭐 그런 것들이죠.


그래서 종교적 관점에서 사랑은... 그냥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Q. 모든 사람이?

- 그렇죠.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



Q. 교회 안 다니는 사람도?

- 상관없어요. 부처님 따르는 사람도 행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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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구인 전부 다?

- 그러니까 다 행복해서 제발 다른 사람 좀 괴롭히지 말고...



Q. 많은 사람이 행복과 무관하게 득실을 따지잖아요. 본인에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나요?

- 네, 저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내가 좋은 걸 가져서 기쁜 것보다, 남한테 좋은 걸 해줘서 그 사람이 기뻐하는 걸 보는 게 더 좋았어요.



Q. 특별했던 사랑이 있나요?

- 정말 일방적인 사랑, 몽이. 내가 걔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걔가 나를 좋아하는 거 보면 신기해요. 제가 말 안 들으면 두들겨 패고 그러거든요(아님). 엉덩이 한 대씩 때리고 그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르면 꼬리 치면서 달려와요.


개.jpg 글쓴이가 초코 푸들 몽이로 사심을 채우는 모습이다


그런 게 좀 신기하잖아요. 사실 우리가 이 나이 먹고 그런 사랑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내가 여자친구 진짜 좋아하는데 여자친구가 날 두들겨 팬다고 생각해 봐요. 아무리 좋아해도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Q. 연애에 관련된 로망이 있다면?

- 낭만이 있는 연애? 대화를 하면서 조금 정리가 됐는데 제가 말한 낭만이 좀 그런 것 같아요.


여행을 하면 좀 그런 부류의 사람 있잖아요. 내가 힘들면 안 되고 무조건 내가 편해야 되고 내가 좋은 곳에서 자야 되고 약간 그런 부류. 그런 부류가 아니라 자기 발에 물이 묻어도 같이 재밌다고 깔깔 웃을 수 있고 흙탕물을 뒤집어써도 같이 뒤집어쓰면 재밌어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Q. 가족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 약간 제 나이에 맞지 않는 가치관인데 지금 이렇게 취업을 미루고 가족을 돌보고 있는 게 이유가 있거든요.


제가 원래 군대 가기 전까지 가족을 진짜 안 돌봤어요. 지금 생각하면 쓰레기 새끼였던 게 돈을 벌면 그 돈을 교회 사람들한테 다 썼어요. 나는 그 사람들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들 맛있는 거 사주고 동생들 맛있는 거 사주고 그런 데 돈을 다 썼고 집에는 안 썼어요.


엄마가 그런 걸로 좀 많이 좀 서운해하셨고 밖에서 하는 거에 반만이라도 엄마한테 해보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어요.


그때는 그걸 이해를 못 했어요. '나도 내 인생이 있고 왜 이렇게 내가 남한테 잘해주는 거를 싫어할까?' 그리고 내가 남한테 잘해줌으로써 남한테 칭찬을 들었으면 '부모로서 오히려 나를 칭찬해 줘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군대에서 문득! 무슨 코난 추리 떠오르 듯이 번쩍하고 벼락 맞은 것처럼 생각이 지나가는데, 엄마가 어릴 때부터 혼자서 저랑 누나를 키우면서 정말 힘드셨겠다...


우리 일어나기 전에 일하러 나가서 우리 자고 나면 들어오고... 그런 삶을 엄청 오래 살았어요. 본인의 삶을 살지 못하고 우리 뒷바라지한다고 한 번도 해외여행도 가보지 못했고, 엄마가 한 번도 명품 지갑이든 뭐든 가져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 거예요.


군대 가면 철드는 게 맞아요.


군적금을 계산해 보니까 한 500만 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원래는 컴퓨터 사고, 유럽 여행 가고, 나머지로 내 명품 지갑 하나 사야겠다. 이렇게 딱 계획을 세웠었는데 다 바꿨죠.


엄마랑 일본 여행을 다녀왔고 생신에 백화점 모셔가서 생로랑 지갑을 사드렸어요.


엄마가 처음에 들어가서 막 고르고 가격 보고 할 때는 막 거절을 하는 거예요. 처음에 제가 70만 원짜리 지갑을 생각하고 갔는데 그게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엄마 마음에 안 들었나 봐요. 그래서 엄마가 아무거나 집어보라고 다 사주겠다 하니까 엄마 하나를 집었는데 그게 87만 원짜리였던 거야.


엄마가 가격 보더니 이거 너무 비싸다 안 된다 그랬는데 제가 억지로 샀죠.


막상 사주니까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걸 사고 카페를 갔는데 진짜 어린아이가 선물 받은 것처럼 좋아하고... 포장 상자를 계속계속 또 보고... 그게 뭔 보따리 안에 싸져 있었거든요? 보따리 열어서 보고 제가 만지려고 하니까 은장 닳는다고 만지지 말라 카고...


동창회에서도 난리가 난 거야. "야 니는 자식 농사 진짜 잘 지었다."부터 해가지고 온갖 칭찬을 다 들어서 엄마가 어깨가 막 완전히 이렇게 되고 동창회에서 주인공이 됐다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너무 고맙다고 하는데 솔직히 제가 그 말 들으면서 울었어요. 저는 엔간하면 안 울거든요. 그때 든 생각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지금까지 못 해줬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 뒤로 뭐도 해주고 뭐도 해주고 그랬는데 진짜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원래도 나보다는 남을 좀 더 챙기는 편이었는데, 이제 그런 맛을 보다 보니까 더 행복하더라고요.



Q. 사랑이 뭘까요?

- 사랑은 손해 보는 것이다. 근데 그게 생각보다 나쁜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조금 이기적이고 사랑을 하지 못하고 그런 이유가 손해 보는 게 부정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랑하면서 보는 손해가 부정적이냐 하면 저는 아니에요. 아깝지 않아요. 저는 오히려 이런 손해가 좋고 손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좀 다르지 않나 생각해요.



Q. 사랑에 관해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나요?

- 고3 때 다른 애들 수능 공부 열심히 할 때, 저는 이제 공부를 모두 때려치우고 나루토 600화를 정주행 했거든요.


근데 네가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 뭐냐라고 물어보면 진짜 나루토 본 거 손가락 안에 꼽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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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에 페인이랑 싸우는 편이 나오는데, 페인이 나루토가 사는 마을을 박살 내고 친구들을 다 죽여요.


그래서 둘이 막 싸우는데 나루토가 왜 이런 짓을 했냐고 물어보니까 나루토가 사는 마을(이하 '나뭇잎 마을')이 세계관 속 대국(大國)인데, 나뭇잎 마을을 포함한 대국들이 모든 걸 장악하려다 보니까 나머지 소국들이 완전 할렘가가 된 거예요.


그래서 전쟁고아, 빈민 이런 문제들이 심화되고 너무 불행하게 사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대국은 소국을 계속해서 압박하는 상황이니까 페인이 대국을 박살 내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다시 세우겠다!' 이런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거예요.


물론 나루토가 이기긴 하는데, 그걸 보고 제가 느낀 건 '내가 생각하는 정의, 도덕, 윤리, 사랑이 전부 정답이 아니구나.' 였어요. 그때부터 이런 생각을 좀 많이 했던 같아요. 내 생각이 무조건 맞는 게 아니니까 타인을 좀 이해해 주자.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으니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손해 보는 삶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한번 손해 봐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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