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00명에게 묻다.

아홉 번째 인터뷰, 영화관 미소지기

by 산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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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 안녕하세요, 부천에 살고 있는 26세 남성입니다. MBTI는 ENFJ고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 병원에 합격을 해서 입사 대기 중입니다.



Q.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 지금 떠오르는 건 가족인 것 같아요. 가족 중에서도 특히 아빠.

泣ける「しんちゃん」復活!大人ガチ泣きの名シーン選|シネマトゥデイ.jpeg


나에게는 항상 걱정되는 존재들.


제가 집에서는 좀 무뚝뚝해요. 그래서 밖이랑 안이랑 그렇게 다르다고 말을 하거든요. 집 안에서 되게 무뚝뚝한 아들이라 표현을 진짜 안 해요. 안 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제 마음속으로는 되게 걱정을 많이 하죠.


부모님도 나이 들어가시는 게 보이잖아요. 약해지는 걸 느끼니까 걱정이 되죠. 그중에서도 특히 아빠한테 좀 더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기억하는 아빠는 완전 슈퍼맨, 아이언맨이었는데 지금은 고장이 안 난데가 없어요. 심각한 질환이 있는 건 아닌데 오십견, 백내장, 허리...


그때는 아빠가 아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은 안 아픈 데가 없어요.


https://youtu.be/n2pVBOGKWbE?si=2Pq_FHG3u2Pln-i4

짱구 극장판 <어른 제국의 역습> 中 히로시의 회상



Q. 형제가 있나요?

- 세 살 어린 여동생이 있는데 제 눈에는 너무 어린것 같아요. 아직도 중고등학생처럼 행동을 해요.


저는 살면서 멀리하는 인간 유형 중에 하나가, 자기 나이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서 철없게 구는 사람이거든요? 그 대표가 저희 동생이에요.


철없고 아직도 엄마 아빠한테 떼쓰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그래서 한 번은 심하게 싸웠어요. 성인이 돼서 몸싸움까지 했어요.


너는 엄마 아빠가 언제까지 영원할 것 같냐, 너 이런 식으로 굴면 안 된다... 너 아직도 아빠가 용돈 주고 사고 싶은 거 다 사줘야 되고 쌍꺼풀 수술이며 뭐며 돈 들어가는 거에 조금이라도 보탠 적 있냐?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주려고 아빠는 아직까지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일 가시는데 너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냐...


그래도 약간 얘 봐라? 했던 게 원래 서로 축하도 안 하고 생일 선물도 안 챙겨줘요. 근데 이번 생일에 갑자기 생일 선물을 주더라고. 비싼 거, 명품 티를! 얘 갑자기 왜 이러지 싶었는데 그래도 내가 해준 건 없지만 오빠라고 뭐 챙겨주나 보네? 그때는 좀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여동생은 약간 애증인 것 같아요. 딱 애정과 증오 반반. 그래도 하나뿐인 동생이라 마냥 안 보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은 되죠.


얘도 간호학과거든요. 그 업계가 태움(업계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수준의 직장 내 괴롭힘)이 심한 데 얘가 나중에 간호사가 돼서 이걸 버틸 수 있으려나? 멘탈이 많이 약한 아이라 잘 못 버틸 까봐 걱정돼요.



Q. 앞으로 본인이 선택하고 만들어갈 가정은 어떻게 꾸리고 싶은지

-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이뤘을 때, 아빠로서의 롤 모델은 딱 정해놨어요.


저희 아빠!


저희 아빠는 솔직히 남편으로서는 100점 만점에 0점이에요. 표현도 없고 무뚝뚝해서 남편으로서는 닮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자식들한테는 100점 만점에 120점이에요. 아낌없이 사랑을 주셨던 거는 부정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든 먹을 거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퇴근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을 텐데도 항상 아르바이트하는 데까지 데려다주시고... 그런 부탁들을 아빠는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어요. 제가 뭘 부탁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항상 그냥 군말 없이 해줘요.


그리고 제가 성인이 돼서 술을 마시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빠랑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술을 마셔왔거든요. 그때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아버지의 성장환경을 알게 돼요.


아버지는 해남 출신이세요. 7남매 중에 막내인데 부모님을 일찍 여의셨어요. 그래서 큰형 집에 눈칫밥 먹으며 얹혀살면서 안 좋은 걸 많이 보고 자랐어요.


큰 형이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해요. 그런 걸 보고 자라면서 저희 아빠가 다짐했던 게 있어요.


'나는 가정을 꾸리면 절대로 내 가족에게 손찌검하지 않겠다.'


보통은 그런 걸 보면서 자라면 학습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저희 아빠는 이걸 반면교사 삼아서 다짐하고 아직까지도 지키고 있어요. 절대로 엄마나 저희한테 손찌검 안 하세요. 한 번도 그러신 적 없어요.


그래서 제가 아빠한테 그랬어요.


"아빠 진짜 대단하다. 아빠 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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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족 외에 타인과 나눈 특별한 사랑이 있다면

- 5년 가까이 교제를 했던 분이 계셨으니까 그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에게 첫 연애이기도 했고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 만난 사람이라는 것에도 의미가 있어서 그런지 더 특별한 것 같아요.


'처음'이라는 단어에 크게 의미부여가 됐죠. 모든 것의 처음을 함께 했으니까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지나간 사랑이 나에게 남긴 것

- 있을 때 잘하자. 그리고 그 유명한 말 있잖아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예전에는 개념만 이해하고 그냥 그러려니 넘겼던 말인데, 헤어지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깊이 와닿는 것 같아요.



Q. 스스로를 사랑하시나요?

-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 줄 알았는데 장기 연애의 실패라든지 이런 안 좋은 상황들이 겹치다 보니까 아니게 되더라고요.


연애를 할 때 저는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내면이 단단하다고 느꼈었는데, 딱 헤어진 이후부터 좀 불안정해진 것 같아요. 헤어진 지 일 년 됐는데 아직까지는 좀 그런 것 같아요.


저는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때 자신도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이제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낮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나를 별로 안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에도 정도가 있더라고요? 그나마 나을 땐 괜찮은 데 가끔 가다 막 곤두박질칠 때도 있고. 그럴 땐 그냥 거울만 봐도 꼴 보기 싫어. 집 안에 틀어박혀 버리고.


요즘은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그때처럼 내면이 단단해질 수 있는 순간이 오길 바라고 기다리고 있는 단계이긴 해요.


그래서 운동을 해요. 헬스도 하고 밤에 나가서 노래 들으면서 러닝도 하고 계속 그렇게 다 잡아왔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살려고 그런 식으로 발버둥 치는 거죠. 그렇게라도 해야 돼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진짜 죽을 것 같거든요.


일을 하면 또 괜찮아요. 그래서 제가 이번 주 아르바이트 스케줄을 엄청 많이 잡았거든요.


차라리 에너지를 써서 다 소모시켜 버리자.


밤에 딴생각 안 들게.


몸이 피곤해서 지쳐서 바로 잘 수 있게.


저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거든요.



Q. 사랑이란?

- 거창한 말은 아닌데, 아무것도 안 해도 내가 주고 싶게 만드는 거. 뭘 계속 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고 그런 것 같아요.


보통은 그런 게 있잖아요. 기브 앤 테이크.


내가 이만큼 줬으니까 너도 그만큼 나한테 줘야지.


근데 사랑은 그게 아닌 것 같아. 그냥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 거지 진짜로 안 돌려줘도 돼.


그냥 내가 주면 네가 받아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거. 그게 사랑인 것 같아요.



Q. 사랑에 관해서 영감을 받은 작품

- '폭싹 속았수다.' 진짜 두 번은 못 보겠더라고.


그게 정말 좋았던 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고 남녀 간의 사랑도 다뤄주니까 공감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감명 깊었던 장면이, 금명이가 영범이랑 결혼을 준비하다가 헤어졌잖아요. 그래서 눈 내리는 날 영범이가 찾아와서 우리 진짜 이별하는 거냐고 물었을 때 금명이가 이렇게 말해요.


"내 20대를 기억해 줄 사람이 너라서 정말 고마웠어."


뭔가 저한테도 해당되는 말 같은 거예요. 저도 5년간 사귀어왔던 그분이 있으니까, 제 이십 대 절반을 그 친구와 함께 했잖아요.


제가 헤어졌을 때 얼굴 보고 말을 못 했어요. 전화로도 못 했어요.


그냥 카톡으로 보냈어요.


그래서 만약에 시간이 흘러서 그 친구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제가 그 친구한테 해주고 싶었던 말이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냥 내가 정말 해주고 싶었던 말 하나는, 굳이 꼽자면 딱 그거 하나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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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레고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레고 공모전에 '사랑'이라는 주제로 출품한다면 어떤 작품을 만드시겠어요?

- 그림처럼 평면으로 조립할 거예요.


제가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거든요? 아름다웠던 순간, 그 순간을 조립할 것 같아.


제목은 '2020년 4월의 어느 날'. 그 친구랑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냥 평범한 데이트를 하던 날이었는데 유독 그날따라 날씨가 좋고, 분위기가 좋았던 날.


벚꽃이 흩날리고 걔가 내 손을 잡고 앞서가던 그 장면.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여러분 후회하지 마십시오!


뭐 약간 주제넘은 말일 수도 있지만, 후회를 한다면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정말 후회 없이, 후회가 안 남을 정도로 최선을 다 해야 진심으로 사랑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러분, 후회 없이 사랑하십시오. 정말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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