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도로 살아가기

조금 느려도 괜찮아

by 깡작


늘 5G 속도로 살고 있다고 믿었다.



일상에 쌓인 일들,
몸이 좀 힘들어도 빠른 시간 안에 해치웠다.
빨리 끝내면 빨리 편해질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지쳤다.

5G로 산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끊임없는 자기 검열과 끝없는 복기로 하루 24시간 뇌를 풀가동하며 살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나는 버벅거리며
출력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3G 상태로 퇴보해 있었다.

언제부턴가 달리기도 그렇게 됐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새 꼭 해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빨리 뛰고, 빨리 끝내고,
그 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취미라고 말하면서 정작 즐기지는 못했다.

더 빨리 뛰려 할수록 속도는 나지 않았고,
몸 여기저기에 탈이 났다.
호흡은 자꾸 꼬였고,


무릎은 욱신거렸고, 어깨는 굳어갔다.
온몸이 신호를 보냈다.
멈추라고.

몸은 3G인데 5G 속도로 살려 하니,
몸과 마음이 바스러질 수밖에.

이제는 안다.

속도를 늦춰도 된다는 걸.
힘들면 멈춰도 된다는 걸.
애쓰지 않아도
삶은 어느 정도 저절로 흘러간다는 걸.


자연스레 살아지는 대로,
달려지는 대로,
흐름에 나를 맡겨도 된다.

어쩌면
처음부터 나는 5G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3G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내 본래의 리듬이었는데,
세상이 5G로 흘러가는 것 같아
그에 나를 억지로 맞추려 애썼던 것뿐이다.

이제는 안다.
버퍼링이 걸려도, 로딩이 느려도,
연결이 끊겨도 괜찮다.
대신 그 안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얻을 수도 있다.

나는 나의 속도로 살아갈 것이다.
천천히, 느리게, 때로는 멈춰 서서.

그게 나답게 사는 일이라고,
이제야 그렇게 믿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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