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여기까지 왔으니, 한 걸음 더.

by 깡작


피곤한 날이었다.
오늘은 천천히
5킬로미터만 달리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런데
5킬로를 채우고 나니
여기까지 나온 게 아깝다.
땀도 이미 흘렸고,

호흡도 어느새 익숙해졌는데.

한 바퀴만 더?


그 사소한 생각이
나를 다시 움직였다.

한 바퀴를 더 돌고 나니
이번엔 또 다른 생각이 찾아왔다.
조금만 더 달리면
6킬로인데.
6킬로가 되자
생각은 또 바뀌었다.


이왕 뛴 거


이미 시작한 일에 붙는
이 짧은 문장은
생각보다 훨씬 효과가 있었다.
그 말에 등 떠밀리듯
숫자는 하나씩 늘어갔다.

7킬로,
8킬로,
9킬로.
그리고 어느새
11킬로미터.
무릎이 아파서 멈췄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생의 많은 일들이 이와 닮아있다.
처음엔 늘
선을 긋는다.
딱 여기까지만 하자고,
욕심내지 말자고,
무리하지 말자고.

하지만 하다 보면
하루만 더,
한 번만 더,
이번만 더.
그러다 보면
조금씩 더 가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넘긴 경계들이 쌓여
어느 순간
꽤 먼 곳에 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대단한 결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거창한 다짐도 없었다.
다만 그때마다
‘한 번만 더?’라는 마음으로
조금씩 더 가보았을 뿐이다.

되짚어보면
나는 이미
수없이 많은 ‘한 번만 더’를 지나
여기까지 와 있었다.

완주를 목표로 삼지 않아도 된다.
멀리 보이는 결승선을
애써 바라보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한 걸음만 더 내딛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된다.

그렇게 쌓인 걸음이
언젠가는
우리를 생각보다
먼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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