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바람 맞고 달려 나가기

피할 수 없다면 정면돌파

by 깡작

어제보다 더 추워졌다.
그래도 추위는 견딜 만하다.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박히는 것도,
귓불이 칼날처럼 시린 것도
몇 걸음 안에 무뎌진다.

진짜 적은 따로 있다.
정면으로 달려드는 바람.
그 바람이 유독 야속하다


어제보다 페이스를 더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속도는커녕 몸이 휘청거린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힘에 부친다.
그렇다고 돌아서서 바람을 피하면
얼마 못 가 또다시 바람과 마주한다.

결국 이건 방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온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맞서며 헤쳐 나가는 수밖에.


인생도 그렇다.
피할 틈도 없이 풍파를 온몸으로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누군가는 요령껏 비켜 가는 게
현명하다고 하지만
나란 인간은 무모한 건지
언제나 정면 돌파를 택한다.

그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휘청인다.
멈추고 싶고,
대체 왜 여기까지 왔는지 되묻게 된다.
그런데도
발길을 돌리지는 못한다.
이미 멀리 와 버렸고,
여기서 물러나면 지금까지 온 것들이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된다.

그래서 그저 묵묵히 맞선다.

더 잘하려 애쓰기보다
멈추지 않기 위해 한 걸음씩만 내딛는다.
앞으로 가고 있는 건지,

제자리에 서 있는 건지도 잘 모르면서.


그런데 달리기도, 인생도
맞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바람이 내 등 뒤로 돌아와
나를 살며시 떠밀어 주는 때가 오지 않을까.
지금은 도무지 믿기 어려워도
아무리 거센 바람도

언젠가는 방향을 틀게 마련이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순진한 건 아닐까 싶다가도,
그래도 이런 믿음 하나쯤은
가슴 한쪽에 품고 살아야
희망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그저 바람을 맞으며
한 발 더 내딛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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