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로 시작한 2026

새해 첫날, 나는 달렸다

by 깡작


새해다.
해가 바뀌었다고
현실이 갑자기 달라지진 않는다.

집에 자빠져 있다가 문득 현실이 떠올랐고
그 순간 우울함이 밀려왔다.
생각이 길어지기 전에 몸부터 일으켰다.
옷만 대충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달리러.

새해 첫날부터 한파다.
바람은 장난이 아니었고
얼굴을 때리는 공기는 현실 같았다.

역시나 달리는 사람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뛰는 사람은 확실히 줄어든다.
뭐든 시작은 쉽다.
하지만 꾸준히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해야 하는 이유보다
안 해도 되는 이유가 더 많이 생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만만하면서도
강력한 핑계는 날씨다.
여름엔 더워서 못하고 겨울엔 추워서 못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핑계를 몇 번 넘기고 나면
러닝은 결심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추위와 더위를 그대로 끌어안고 해내고 나면
어느 순간 그것은 의지가 아니라 일상이 된다.
오늘 뛸까 말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나온다.
몸이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파에 바람 불고 쉽지 않은 날.
그래도 달렸다.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지금의 나에겐 이것뿐이라는 마음으로.


새해라고 해서 새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나는 한 발 더 내디뎠다.
자빠져 있지 않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선택을 했다.


새해 첫날에 그걸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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