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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지 Aug 11. 2023

댄스가수 유랑단

깡지가 사는 법

* 어반 스케치 사진 올리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그림과 상관없는 글이 되어 버려서 결국 글만 따로 떼어냈다. 아, 정말이지 글이 아니었으면 이런 수다 어디 가서 떠냐.. * 

2주 만에 그림을 그렸다. 

최근 청소에 빠져 살다 보니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없어져서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오늘도 물건들 정리하고 나서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러 갔다. 이번에 정리한 곳은 베란다, 신발장, 서재의 수납장이다 보니, 아름다운 가게 기부하는 품목도 신발과 문구류다. 좋은 주인 만났으면 좋았다. 

집 정리하고 아름다운 가게 들르고 나서 드디어 여유시간이 찾아와서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오늘의 어반 스케치 주인공은 지난번에 이어 어부의 요새 사진으로  조금 특이한 구도의 사진을 골라봤다. 

아치형 문을 통해 일곱 탑 중 하나가 보이는 사진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댄스가스 유랑단' 찾아서 틀었다. TV를 보지 않는 내가 최근 딱 하나 보는 방송이 바로 '댄스가수 유랑단'이다. 어지간하면 소리만 들으며 그림을 그릴 수 있으나 댄스가스 유랑단은 매번 시선 강탈이라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자신의 전성기 때 정점을 찍은 가수들이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싶어서 이리 꼬박꼬박 챙겨 보는 것 같다. 

내가 학생 때 김완선의 인기는 정말 높았으나 어릴 때부터 TV나 연예인에 관심이 없다 보니 '춤 잘 추는 가수'구나 정도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노래를 다시 들으니 하나같이 가사가 뜻깊었다. 어떤 노래는 듣다 보니 가사 때문에 눈물이 슬그머니  나오기도 했다. 

회수를 거듭할수록 김완선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게 되었는데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예전에는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도 몰랐고, 춤에 가려서 노래 잘 부르는 가수라는 것도 몰랐다. 게다가 지금은 50대 중반임에도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열정적으로 춤추며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게다가 속이 깊기도 하고... 완전히 김완선의 재발견이었다. 

엄정화를 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 가수에게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건 사형선고였을 텐데 당당히 이겨내고 지금도 연기와 노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여전히 꿈꾸는 소녀 같은 웃음을 가지고 도전을 하는 모습이 참 예뻤다. 한 가지에만 집중해도 성공하기 힘든데, 두 가지 모습이 마치 옷을 갈아입은 것 마냥 척척 다 해 내니 시련을 이겨낸 사람의 영광인가 보다 싶었다. 

효리, 보아, 화사도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무대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하나같이 멋있었다. 

'경쟁'사회라며 다들 한탄하는데 저 세계만큼 심한 경쟁이 있을까. 경쟁의 결과가 바로 수치화되어 보여주고 행동이나 말에 대해 바로 칼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빠르게 성공을 하면 하는 대로 이후 긴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고, 느리게 성공하는 경우도 희귀하게 있으나 그나마 배우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지 가수는 버틴다고 해서 이름을 알릴 기회가 거의 없다. 

다섯 명의 대화에서 다섯 가지 인생을 지켜보며 사람들 중 왜 연예인들 보며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특히 김완선, 엄정화가 지나가듯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참 좋았다. 마치 '우리를 봐봐, 계속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위로와 격려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나의 30대, 40대도 이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컸다. 그러고 보니 10년 단위로 변화를 크게 겪었다. 

10대까지는 부모님 울타리 안에서 무난하게 학생생활했다면 20대에는 졸업, 사회생활, 결혼을, 30대는 출산과 육아, 그리고 업무적으로 성장, 40대는 아이 교육, 사회적인 성장, 그리고 50대를 맞이했다. 

앞으로 10년도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그중 가장 큰 것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은퇴'가 될 텐데 몇 십 년간 해 온 일이라 큰 타격이 없도록 삶의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성하는 중이지만 아직은 해법이 보이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에 대한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을 뿐이다. 

효리와 보아의 내면 갈등도 조금 보였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나이로 생각하는 듯했다. 젊음과 외모가 크게 좌우하는 곳이고 매번 새로움까지 보여주어야 하니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새로운 마스크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분명히 잘 해낼 것이고 후배들에게 '아, 나도 저렇게 살수 있겠구나'하는 새로운 모델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두 명의 대화에서는 과거에 나도 간간이 했던 고민이 보였다. 일도 잘해내고 싶고 아이도 잘 키워내고 싶고, 두 마리 모두 다 잘 해내고 싶었던 욕심 많은 시절에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 누릴 거라고'라는 생각도 했었나 보다. 

"그래서 살아남았나 봐, 대충 하지 않아서"라고 말한 효리의 말에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의욕에 차서 일하고 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내려놓았어도 여전히  '대충 하지 않고 있다.' 나도 그래서 지금껏 살아남았나 보다.  

워낙 연예인들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화사나 마마무에 대해서도 '노래 잘 부르는 가수'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매력이 넘쳤다. 애교 많고 소란스러우면서 인형같이 예쁜 연예인보다 말수 적으면서 선배들 통해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 화사를 보니 너무 예뻐 보였다. '선배님'이러면서 '아니, 아니, 흐흐흐' 이게 가장 많이 들은 말 같은데 내 주변에 이런 후배가 있다면 그냥 챙겨주고 싶은 캐릭터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정사, 건강, 나이 등 걸림돌이 참 많았으나 계속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꽤나 힘을 얻었다. TV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다가 아니겠으나 나 역시 보고 싶은 대로 애정을 담아서 시청했다. 

김완선은 앞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으면 좋겠다.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으며 그녀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될수있음을 보여주면 좋겠다. 

엄정화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쥔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주면 좋겠다. 가수를 했다가 연기의 길로 접어든 사람들 중 상당수는 가수의 길이 짧아서 억지로 바꾼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두 가지, 세 가지 있어도 긴 세월 동안 여러 가지 길을 다 예쁘게 키워간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모처럼 남의 인생을 지켜본 프로그램이었다. 이제 마지막 방송이 남았는데.. 아쉽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316975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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