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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지 Apr 03. 2022

아들의 남자 사람 친구

직장맘의 육아일기

*지난겨울에 써둔 글


이 글의 제목은 '아들의 교우관계'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르겠다. 며칠 전, 아들의 여자 친구를 올려서 그냥 세트로 제목을 '아들의 남자 사람 친구(들)'라고 해 봤다.

션은 친구들이 상당히 다양하다. 현 고3 아이들 중 친구 다양한 것과 많은 것으로 랭킹을 매긴다면 꽤나 상위에 있을 것 같다.


대게 부모들은 아이들이 '좋은 아이'와 친구 하기를 원한다. 이때 좋은 아이의 정의는 제각각이겠으나 아무래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엄친아'에 가까운 '상상 속 친구'에 해당하겠다.

아들을 키우다 보니 딸 키우는 마음까지는 모르겠으나, 나 역시 '딸'로 살아봤으니 아예 그 마음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아들이건, 딸이건 특히나 사춘기 접어들 때면 생각지 못한 행동들을 하는데, 이때 흔히들 '친구 잘 못 사귀어서'라는 말을 한다.

나도 션 어릴 때 우스개 소리로, '이담에 사춘기 와서 성적 떨어지고 사고 치고 하면, 친구 잘못 사귄 거야라고 변명 만들어 놨어요'라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션 사춘기 겪어 보니, 친구 잘 못 사귀긴, 누구 탓을 해.  ​

그래도 모범생 곁에서 뭐라도 좋은 자극을 받았으면 하는 부모 마음 역시 내 마음과 같다.

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만나는 친구들이 좀 다양했다.  아무래도 아이가 어리면 친구 관계도 부모가 어느 정도 개입하기가 쉽다. 엄마들이 모여 생일파티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같이 배우는 아이들끼리 노는 이벤트를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직장맘의 아이들은 함께 어울릴 기회를 얻지 못할 때도 있다.


나도 친하게 지낸 엄마들과 아이들 놀게 해 주고 했는데, 션은 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말썽 부리는 아이들과도 잘 어울린다.


션이 그렇게 말썽꾸러기와도 놀고, 모범생들과도 놀고 할 때 나도 슬그머니 물어봤다. 이왕이면 반듯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션이 말썽꾸러기 친구들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이 아이는 이래서 좋고, 저 아이는 저래서 좋다고.


'어?'라는 생각과 션을 지켜봤다. 한 해, 두 해 지켜보니 션이 옳았다. 대게 성적과 규범 준수 여부로 말썽을 부리느냐 안 부리느냐를 판단하는데, 아이들 모두 장점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람을 대할 때도 소문이나 선입견 그리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설사 뒤에서 다른 행동을 해도 '내 눈'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에 대해 믿어 준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누구의 개입 없이, 온전히 나 스스로 하려고 한다. 가능하면 '둔하게' 사는 주의인데 사람을 바라볼 때도 '둔하게' 보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 사람 중 좋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런데 왜 자식의 친구를 바라볼 때는 '저울'을 들이대려 했나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그리 초등학교를 보내고 중학교 때 제주로 보내고 나서는, 사정이 좀 달랐다. 기숙사에 있었는데 낯선 아이들  유형들이 많았다. 시기상 션의 사춘기와도 맞물리기도 했다. 게다가 엄마들의 아이들에 대한 피드백들이 들리곤 하는데, 어지간해서는 중심 잡기가 힘이 들었다. 친구 가려 사귀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 기간 션은 역시나 모범생들과 논 것이 아니었다. 지금에서야 쿨하게 이야기하지, 속이 상한 적도 많았다. 션이 나름 엄친아여서 션의 사춘기가 너무 생소하고 버거운 적이 많았다.


나는 서울에 있고 션은 제주에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리저리 걱정할 일은 쌓여만 갔는데 딱 2년이 지나고 10Y(중3) 이 되니 션도, 친구들도 갑자기 철이 든다. 너무도 멀쩡하게 자기 앞가림 다시 시작하는 거다.


저 기간에도 친구들 좀 가려 만났으면 했는데 션은 여전히 친구들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좋은 영향받는 친구는 없어 보였는데 션 눈에는 좋은 점이 보였나 보다.

이때 들렸던 그 친구들에 대한 부모님들의 평가는 달랐는데, 그 온도차가 너무 커서 혼란스러웠다.


이때 션은 '내 친구들은 내가 더 잘 알아, 선생님에게 혼나고 성적 나쁘게 받고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소문 듣고 그리 오해들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남자아이들은 특히나 '친구'에 대해 부모가 안 좋게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션이 어떤 아이와 친하게 지내건 간섭한 적이 없다. 그냥 지켜만 봤지.

(딱 한 번 빼고. 이 아이는 문제를 하도 일으켜 학교를 떠났다)


그런데 지켜본 결과, 션의 말이 맞았다. 다 보석 같은 아이들이다. 성적이 좀 낮고 가끔 이탈행동할 때도 있는데, 내 눈에도 예쁘다. 션을 포함한 아이들 모두가 션 말처럼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은 점을 가지고 있는 거다.


션이 성적이나 성취면에서 친구들보다 좀 나은 점이 있을지 몰라도, 그게 다가 아니다. 션도 친구들 도와주고, 친구들도 션을 도와주면서 서로서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에 더 감사하다.

솔직히 션이 학업적인 면에서 여러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 끼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그건 션이 입학할 때부터, 자기 학교를 명문고로 이름 떨치게 하고 싶다는 야심(?)도 있고, 친구고 후배도 마음에 드는 아이들은 나름 챙겨주는 것을 좋아해서 뭘 그렇게 같이 하자고 하고 가르쳐 주기도 해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션이 또 친구들로부터 배운다.


가끔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받을 때가 있다. 아무래도 사내놈들이라 속마음 오픈하고 이런 경우는 드문데, 그래도 아주 가끔 있다. 이럴 때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고마워한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 들으면 나도 감동받기도 하고.  


언젠가 션이 중학교 때 2년 간 논다고 보낸 세월이 아깝다고 한 적이 있을 때 '엄마는 그때 네가 온갖 시행착오 다 해 본 것 같아서 좋아. 그때는 도대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제 네가 더 잘 알잖아, 뭘 해야 하고 안 해야 하는지. 나중에 유학을 가건 떨어져 살건 이젠 안심이야'라고 말해줬다.


어릴 때부터 션에게 뭐라도 친구들 도와줘라 소리 입에 달고 살았다. 그간 션이 친구들 공부 도와주는 걸 좀 하더니, 최근 대학 에세이 쓰는 것도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 들어 보니, 미니 입시 컨설턴트다. '니 꺼는 잘 되어 가냐?' 하니, '중이 제 머리 못 깎지' 그런다. 녀석..

그런데 이렇게 서로 도와주며 입시 치르는 모습이 왜 이렇게 멋있는지 모르겠다.


션의 친구와 선배들 중 대단한 아이들도 많다. 아이비리그 다니는 형, 누나들도 곳곳에 있어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본다. 학교 밖 친구들의 경우는, 어릴 때 같이 교대 영재원 다녔거나 KMO, 디베이트 했던 아이들, 각종 대회에서 만난 아이들 중 상당 수가 특목고 다니고 있다. 이 아이들도 여전히 잘하고 있다. 이 친구들이 뭔가 잘하면 '역시 멋있는 친구다!' 하며 엄치척을 한다. (언제 한번 물어봐야겠다. 시셈하는 맘은 안 드는지)


게 중 SNS 안 하는 아이들은 연락두절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그간 션 지켜보니, 성적이 좋건 나쁘건, 엄친아건 말썽꾸러기 건, 아이들 모두 나름의 배울 점, 좋은 점을 가지고 있었다. 션 입장에서는 이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았다.


지금도 내가 잘한 것은, 션이 어떤 친구를 만나건 그냥 지켜본 점이고, 션이 말하는 친구를 나도 같은 시각으로 보려 한 점이다.

(솔직히 때로는 엄청난 내적 갈등을 유발할 때가 있긴 했다. 나도 보통 엄마라)

이전의 나였으면, 특목고에 명문대 가는 아이들의 미래가 궁금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소위 말하는 말썽꾸러기들의 미래가 더 기대가 된다. 철드는 모습도 봤고, 진지하게 자기 미래 걱정하는 모습도 봤고, 생각지 못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는 모습도 봤다. 미래가 원하는 인재상은 이런 아이들 같다.

션은 향후에 스타트 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초등학생의 미래 희망 같은 말이 될 수도 있겠으나, '그래 한 3번은 망해봐라. 그래야 제대로 배울 거다. 그때쯤 되면 뭐가 되었건 대박 날 거야'라고 응원해줬다.

이때 션이 함께 하고 싶은 동료들은 엄친아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장점'들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아이들이다. 가끔 션은 상상을 해 본다고 한다. 자기가 이런 사업하면 누가 필요할까 하면서 이런 재주 가진 친구, 저런 성향 가진 친구 등 상상 속 회사를 만들어 본다.


션은 향후에 스타트 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초등학생의 미래 희망 같은 말이 될 수도 있겠으나, '그래 한 3번은 망해봐라. 그래야 제대로 배울 거다. 그때쯤 되면 뭐가 되었건 대박 날 거야'라고 응원해줬다.

이때 션이 함께 하고 싶은 동료들은 엄친아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장점'들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아이들이다. 가끔 션은 상상을 해 본다고 한다. 자기가 이런 사업하면 누가 필요할까 하면서 이런 재주 가진 친구, 저런 성향 가진 친구 등 상상 속 회사를 만들어 본다.


Ps1. 모르긴 해도 션도 이리저리 장난에 말썽 많이 피웠을 거다. 그리 생각하면 무슨 자격으로 친구 가렸으면 하는 맘 가졌나 싶다.

ps2.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인간관계'에 대해 '정리'를 할 필요를 느끼거나, 생각보다 친한 관계가 없음을 느끼게 된다. 그건 그때 가서 또 자연스레 경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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