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은퇴하신 분들이 너무 많아졌다. 일반 기업의 정년 나이가 55세에서 60세로 바뀌는 추세이지만 그 나이까지 회사에 다니는 경우는 많지 않고 그전에 퇴직을 한다. 요 몇 년 사이에, IT업계는 퇴직을 하고도 다시 일을 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작은 회사로 옮겨 가거나 프리랜서 등을 하면서 일을 몇 년 더 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 & 저출산 사회로 들어선 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고, 지금보다 10년, 20년 후 노인인구가 더 늘었을 때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노인들 일자리가 늘어나야 할 것 같아 보인다.
아직 제도 면에서는 그리 획기적인 안은 없어 보이지만 IT업계는 퇴직자들의 일자리 재 창출이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자발적 생태계가 넓어지고 있는 느낌을 준다.
나도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궁금할 때가 있는데, 왠지 몇 년 지나면 정년이 더 늘어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은퇴하면'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가,
은퇴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시작해서 조금씩 하고 있으면 은퇴할 때 정말 재미있게 하겠구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다가 올해 '미니 은퇴'를 해야겠다로 한 번 더 발전했다.
<레버리지>를 읽을 때 '미니 은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자세한 설명이 없었는데 이후 읽은 <나는 4시간만 일한다>에서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해 준다.
한창 바쁘게 일할 때는 "이다음에 은퇴하면.."이라면서 향후 열심히 놀 것을 다짐한다. 그런데 막상 은퇴할 나이가 되면 많은 분들이 "뭐 하고 놀지?", "노는 것도 지겨운데"라고 말씀하신다. <일터로 돌아오는 연어족 https://brunch.co.kr/@kkangji/76 >이라는 글에도 남겼지만 가능하신 분들은 작은 회사, 작은 역할 등으로 축소해서 일을 계속하신다.
이 두 책에서는 은퇴를 하면 20년~30년 정도가 생기는데 굳이 이때 일은 중단하고 놀기만 해야 하냐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일 사이사이에 쉬는 기간을 넣어 주면 훨씬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예를 들자면 1년에 서너 번 미니 은퇴를 넣어 볼 수 있다.
"저는 1년에 여러 차례 여행을 가는데, 미니 은퇴와 차이가 없는 거 아닌 가요?"라고 반문할 수 있다.
여행과의 차이라면, 미니 은퇴도 쉬는 것이 맞기는 하는데 인생을 뒤돌아 보며 백지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2021년 제주도의 생활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 기간 내내 제주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 2~3일은 서울, 나머지는 제주 이렇게 두 도시를 오갔던 생활이어서 미니 은퇴의 개념과 딱 맞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얻은 효과는 비슷했다. 그동안 2박 3일, 또는 3박 4일 정도 제주도에 여행을 하러 간 것과 제주에 장기 체류하며 생활한 것과는 차이가 컸다.
일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오가기는 했지만 제주에 머무는 날 동안 점차 머리를 비우게 되었고 나의 과거와 현재를 제대로 인식하게 도와주었으며 미래에 대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새로 깨달은 것도 많았다.
매일 같이 생활했던 집/사무실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을 하니 얻은 소중한 기회였다. 나중에 은퇴하면 이렇게 다른 도시에서 살아도 좋겠다는 꿈도 구체적으로 꾸게 되었다.
제주도 생활 청산하고 다시 서울로 와서 '나중에 은퇴하면' 낯선 도시에서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며칠 전 션파와 이야기하던 중, 굳이 '은퇴 후'를 기약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장 올해부터 미니 은퇴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뭔가 하려고 하면 용기도 부족하지만 귀차니즘도 발동하기 좋으니 조금이라도 젊을 때 짧은 기간 타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에너지 충전하고 다시 돌아와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그래도 프로젝트를 마치고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전, 그 틈바구니 기간대를 노려보기로 했다.
많은 제약사항이 있겠지만, 2021년 프로젝트하면서 서울/제주 오며 일했을 때야말로 가능성 0%에 가까운 일이하고 생각했으나, 막상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니 어떡하든 되는 방향으로 일을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
이 일이 일종의 자신감을 주었던 것 같다. "그래, 생각만으로 지레짐작 안될 거라고 여기지 말고 일단! 시도라도 해보자'라고.
은퇴를 하면 해야지 하고 미뤄봤자 그동안 먹은 나이만큼 '용기'와 '열정'도 함께 사라져 있을 것이 뻔해서 지금 힘 있을 때 '도전'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