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해보고 모르면 질문 (ft.엄마표 수학)

직장맘의 육아일기

by 연작가


* 엄마에게 배운 것 (2) : 모르는 것이 나와도 최대한 끙끙거려서 해 보고, 안다고 생각되어도 직접 해 보기


며칠 전 션에게 전화가 왔다. 션의 학교는 3학기제로 지금 두 번째 학기 중인데 (현대 대학생 1학년) 학점을 과하게 많이 신청한데다가 난도도 높은 수업이다. 심지어 과목 한 개는 자기와 4학년 형 빼고 모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무사하려나..)

anyway 요즘 공부가 무지 재미있다고 한다. 수학과로 입학하였으나 아무래도 스탠퍼드의 강점은 컴사니 컴사도 함께 전공으로 하고 싶다며 코딩도 열심히 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그 아침잠 많던 아이가 일찍 일어난다고 했다. 천지개벽할 노릇이다. 션의 20년 평생 아침잠과의 전쟁이었는데.


션이 코딩에 한참 맛 들였는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해 주길래, 어렵지 않냐고 하니 이런 말을 한다.

엄마에게 잘 배워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아니까 걱정 말라고 한다.


그런데..."내가 뭘 가르쳤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습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공부를 가르쳐 준 적은 없으니까)

그 학습법이라는 게 아주 오래전 션이 초등학생 때 한 번, 중학생 때 한 번 올바른 학습 습관을 잡기 위해 이야기 한 적 있었는데 바로 그때 이야기다.

너무 가볍게 지나가서 나는 거의 잊을 뻔했는데 그 후 션이 제주도에서 6년간 수학을 혼자 해 내고 여러 국제 대회에 상을 받을 때 기초체력이 되었나 보다. (아니, 사실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한 건 아니고 내가 괜히 큰 의미를 부여해서 과장되게 적었다.)


학습법 세 가지가 뭐냐면


1. 모르는 게 나오면 바로 물어보지 말고 최대한 끙끙거려 보기다.

보통 아이들이 문제를 풀다가 막히거나 틀리면 선생님에게 물어봐야지 하며 더 이상 풀지 않는다.

션은 초4 때 수 1 정석을 풀었다. 나이에 비해 진도가 빨라서 그런지 틀린 문제에 대해서 션도 더 풀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해서 기회 주고 나서 정 안되면 '풀이집' 보고 궁리해 보라고 했다.


수학 문제집들, 특히 정석은 풀이집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읽어보면 이해가 된다. 그렇게 수차례 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으면 그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냥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들어도 그때뿐인데, 내가 고민을 많이 했다면 어디에서 막혔는지 '아!' 하고 느끼게 된다.


물론 이 방법은 느릴 수 있지만, 이런 내공이 쌓여야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저력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때 틀린 문제는 무조건 알아서 해결하게끔 했고 풀이 과정 보고 이해해 보라고 했다. 참고로 혼자 힘으로 풀이 과정을 이해하려 하다 보면 '어떤 개념에서 대충 지나왔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다시 책의 앞 페이지로 넘어가서 개념을 다시 보게 된다.


2. 이해한 문제 직접 풀어보기

풀이 과정을 보고 이해했다 하더라도 다시 풀어봐야 한다. 아이들은 '이해한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핵심은 지금 당장은 풀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 간격을 두고 다시 풀어야 한다.

머리 좋은 아이들 특징 중에 암기를 잘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학 풀이 과정도 암기해 버릴 수 있다. 그래서 내일이나 며칠 후 오답풀이를 다시 해야 정확히 개념을 익힐 수 있다.

션은 흡수력이 좋은 편인데다 어린 나이에 선행을 했기 때문에 진도 나간 것이 다 자기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틀린 문제를 통한 개념 쌓기가 필요했다.


엄마들 간 이런 말들을 한다. 정석을 몇 바퀴 돌리고, OO 교재까지 다 나갔고.. 다 필요 없다.

그런 진도는 반에서 잘하는 아이에게나 통하는 이야기이거나 선생님이 나간 진도다.

내 아이 진도에 뿌듯해할 시간에 아이가 개념을 잘 정리해서 쌓아가고 있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3. 문제풀이 과정

제주에 갔더니 UKMT라고 하는 영국 수학경시를 보게 되었다. 이 시험은 풀이 과정이 중요하다.

풀이 과정도 요령이 필요한데, 션은 머릿속에서 이미 계산을 끝내버리고 풀이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문제가 쉬울수록 더 그런 현상이 생겨서, 션에게 알려준 것은

"대회마다 특징과 취지가 있는데 거기 맞춰서 응하지 않으면 실력과 관계없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였다. 내가 아무리 답이 다 맞아도 UKMT는 풀이 과정을 엉망으로 쓰면 다 감점이 된다.

션은 문제를 못 푸는 게 아니라 풀이 과정 쓰는 요령을 몰랐을 뿐이기 때문이고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따로 배울 데도 없었다.


그래서 션에게 제안한 것은,

먼저 기출문제 풀이 과정을 써 보라고 하고 답지의 풀이를 필사해 보면서 션이 쓴 원래 풀이 과정에서 빠진 서술을 밑줄 긋도록 했다. 특히 션이 놓친 '왜냐하면, 그러므로' 등등의 문구는 동그라미를 쳐 보라고 했다. 의외로 중요한 풀이 과정 중 하나이니까.

그렇게 자신의 풀이와 답지의 풀이를 대조해가며 션이 점프해간 풀이를 찾아내서 스스로 깨치게 했다.

대략 3~5문제 정도 해 보니 션이 감을 잡았다.

UKMT는 최고 상인 Top 50에 매번 들었고 BMO(한국은 KMO)에도 진출했다. (국제 대회라 영국권 나라들의 참가자가 많은 대회다)



저 3가지는 수학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다른 과목도 적용되지만 일할 때도 적용된다.

사실 저 3가지에 내가 션에게 투자한 시간은 며칠 되지도 않는다. 학습이나 학습법에 대해 그리 지도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건지 션이 느낀 게 있어서 그런 건지 나도 몰랐는데 내재화했나 보다.


션이 제주에 간 중1부터 고3까지 수학을 독학하는 과정에서,

MIT나 하버드 인강을 듣고 수학을 공부하기도 하고, 궁금한 건 수학 논문과 잡지도 찾아보고, 유튜브도 봤다.

미적분과 통계는 정석으로 공부를 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국제 수학대회 실적도 많다. 국내 통계활용대회 대상, 국제 통계활용대회 2등, BMO 진출 (우리나라 KMO), AMC/AIME, IMMC 국제 수학 모델링 3등, 다수의 수학 소논문 작성 등

이런 과정에서도 저런 태도는 조금씩 더 키워지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 결과, Cambridge, Columbia, Stanford 등 학교의 수학과에 입학했고, 션 말로는 Stanford에서도 수학은 괜찮게 하는 편이라서 주변 친구들 가르쳐 준다고 했으니 그래도 션의 방구석 수학치고 제법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구멍은 대학에서 잘 메꾸기를.



수학에 관한 글 몇 가지 :

제법 글이 많아서 나도 다 못 찾겠다. 단편 단편 올린 글들도 하도 많아서... 그래도 정리한 듯한 글을 대충 골라왔다.


<주의> 아래 글들 특징은 몇 개월, 몇 년씩 기록들이라 깁니다. 여러 소제목으로 분류해서 쓸 글들이 하나의 포스트에 적혀 있기도 해요.

(모야, 이 엄마 무서워..라고 마실 길. 긴 세월 쓴 거라, 음.. 긴 세월 쓴 게 더 무섭네. )

'나는 수학에 소질이 없었어' 하시는 분들에게는 인내심을 요할 수 있는 글들일 수 있어요. 혹시나 모조리 다 완독하신 분들이 있다면 박수를 보냅니다.

엄마가 지켜본 수학 (고3) - 수학 관찰기 (클릭)

션의 자기주도 수학 (고3) - 션이 써준 글로 수학전공을 생각하는 경우 참고 (클릭)

실수잡기 (고1) - 어려운 문제는 다 맞추고 쉬운데서 실수를 종종하는 습관 고치기 (클릭)

갈곳잃은 수학 (중1) (클릭) - 제주로 학교 옮기고 뭐해야 할지 몰라서 미적분 시작, 이미 독학습관은 잡혀서 무리는 없었다.

수학일기 1탄 (초3) (클릭) & 수학일기 2탄 (클릭) 과거 포스트 보다가 기억났다. 수학일기를 꽤 오래 썼었는데.. 문고판 수학책(수학동화) 한편을 읽고 수학일기를 썼다. 다시 보니 그 나이에 꽤 깊이있게 썼다.

중등 선행 (초3) - 중학교 수학 진도를 나간 간단한 이야기

수학공부를 시작 (초2) : 7개월 정도 동안 초등과정 전체 진도를 나가보았다. 그때 진도표

수학공부를 시작 (초2) : 초등진도 나가는 동안의 션의 관찰기

수학일기 (초2) (클릭)

수학동화책 (초2) (클릭) : 어릴 때 수학동화, 수학학습만화도 많이 넣어줬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수학을 잘하게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학을 할 줄 알아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었다. 초등학생 때는 잘만 활용하면 흥미를 올릴 수 있어서 좋다. 수학자 시리즈, 판타지 수학대전, 수학귀신 등 여러 수학 책들이 기억난다.

초등수학문제집 정리 (7세) (클릭) : 뭐가 있는지 알아야 엄마표로 하든 말든 할 것 같아서 시장조사(?)를 해 봤다.

6세 수학(클릭) : 학습지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하게 된 이야기

수학동화와 수학교구 정리 (7세) (클릭) : 포스트에 등장한 책들은 다 읽혔던 것 같다.

수학놀이 - 자판기 놀이 (4세) (클릭) : 어릴 때는 수학놀이를 해줬었다. 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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